영어 배우러 왔다가 호주시민이 된 사연
2006년 10월 군대를 전역하고,
영어 한마디 못하고 be 동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서호주(Western Australia)의 주도 퍼스(Perth)로 왔다.
퍼스 시내에 있는 영어 학원 PICE에서 초급(Elementary Level)에서 시작해 다른 학원(Aspect 지금은 Kaplan)에서도 공부하며, 당시 호주는 회계학(Accounting)을 공부하면 영주권을 준다는 말에 대학교(Curtin University)에 입학했다. 당시엔 전자여권이나 전산화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비자도 인쇄해서 여권에 붙여주던 시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주권 취득 조건은 어려워졌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겨우 겨우 대학 졸업 후 졸업 비자 - 관광비자 - 지방 정부 스폰서 비자를 전전하며 겨우 영주권을 받는다.
그렇게 이런저런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던 중 대학원을 가서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는데 학비가 너무 비싸고 정부 지원 대출도 시민권자에게만 해당되었기에 작년에 시민권을 신청했다.
2019년 9월
언~ 13년 그렇게 나는 호주 시민이 되었다. 조금만 일찍(15년 전) 땄으면 군대 안 갔을 수도 있는데...
초반에 학생비자를 위해 유학원을 통해 도움을 받은 것 말고는 모든 비자를 이민 법무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처리했다.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데 많은 이득이 있다.
1. 해외여행이 자유롭다. 어느 나라를 가도 가이드나 도움 없이 즐거운 여행이 가능하다.
2. 세상의 많은 지식을 접할 수 있다. 많은 논문이나 정보들이 영어로 되어있다.
3. 연봉이 올라간다. 한국이건 외국이건 일단 영어를 잘하면 좋은 연봉의 일자리를 구하는데 수월하다.
4. 독립적인 존재가 된다. 외국 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나 비용의 발생 없이 스스로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다.
5. 연애 가능성이 조금 더 생긴다. 세상엔 이성은 많고 대화가 가능하면 대상의 폭이 넓어진다. 장담은 못하고...
호주에서 퍼스 - 킴벌리 - 선샤인 코스트 - 시드니 등의 도시에 살면서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가 괜히 생긴 게 아님을 깨달았다. 호주는 북쪽으로 가면 휴양지 같은 바다와 따듯한 기온에 살기 좋긴 하지만 기회는 역시 대도시에 많더라. 내 호주 이민의 종착지가 될 시드니에 와보니 자연환경이나 교통상황, 대기오염(그래도 서울과는 비교도 안 되는 청정지역) 등의 불편함도 있지만 직업이나 인맥, 취미, 교육 많은 면에서 이로운 점이 많다.
학비 지원과 투표권을 위해 그리고 해외여행 갔다가 집으로(시드니) 돌아오면 왜 한국 사람이 호주에 가냐고 따져 묻는데 답하는 게 귀찮아서 시민권을 받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내 고향이고 나이 들어 돌아갈 집이다.
나는 한국의 미래를 상당히 밝게 본다. 의롭고 이타적인 지식인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예전엔 착한 사람들이 이기적인 집단에 무조건 박살 나는 형국이었지만, 이젠 이기적인 이타주의자들이 한국을 헬조선이 아니라 헬로조선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의 후대가 살아가기에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는 젊은 날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돈을 벌고 실력과 지식을 쌓지만, 내가 졸벤저스 같은 존재가 되었을 때 나는 한국에 돌아가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지금 사는 곳에서 최대한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는 잠시 내려놓는다. 그래도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에 의무는 젊은 날에 한국에서 다 이행했다고 본다.
호주 참정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호주에 한인사회를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준비 중이다. 세계 모든 한인회가 불신의 온상으로 취급받지만, 우리도 신뢰사회가 되고 서로 돕고 협력하는 공동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덧.
영어권 해외 이민을 고민 중이라면 캐나다를 추천한다. 모든 영어권 국가들이 이민자 수를 줄이는 추세이지만 캐나다는 연 100만 명으로 오히려 늘렸다고 한다. 난 호주에서 거의 10년 걸린 영주권이(영어 잘 못해서 - 지금은 현지 회사에서 매니저 할 정도의 영어는 한다) 캐나다에선 1-2년이면 취득 가능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