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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Aug 11. 2018

너한테서 차이나 타운 냄새가 나

후각적 기억이 주는 무언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서 그 친구 만큼이나

나에게 낯설지 않은 향기, 아니 냄새가 났다.

그것은 바로

호주 브리즈번 1존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지나갈때 나던 냄새.


"야, 너한테 호주 차이나타운 냄새가 나는데?"


친구는 당황했다.

그리고 그 냄새는 다름아닌 최근에 산 비싼 향수 냄새라며

차이나타운 냄새라니 모욕적이라고 짜증을 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분명 내가 6개월이나 살았던,

브리즈번 차이나타운을 지나갈때 나던 냄새가 확실했다.


다른것이 있다면, 그때는 너무나 불쾌하고 싫던 그 냄새가

이제는 아주 친숙하고 기분좋게 느껴진다는 것.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는 중간 중간에도

나는 잠깐 잠깐씩

지구 반대편 남반구로 여행을 했다.


시각적 기억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후각적 기억이 주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호주 브리즈번의 차이나타운 냄새

헝가리 부다페스트 골목마다 느껴지던 암모니아 냄새

일본 오키나와의 청명하고 따뜻한 냄새

몽골의 흙냄새와

카자흐스탄의 매캐한 매연 냄새 까지.


가끔은 현란한 마음이나 뇌의 기억이 아니라

바보처럼 충실한 육체의 기억,

이를테면 향기나 냄새같은것 때문에

나는 오늘도 휘청거린다.


JACOB'S PHOTOGRAPHY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기록합니다.


instagram: @jacobsfoto

http://www.jacobs-pho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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