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물이나 추억에 대한 그리움
향수 : 사물이나 추억에 대한 그리움.(다음 어학사전)
타자기는 이등병 시절 행정반에서 처음 접했다. 컴퓨터 키보드와 달리 손목을 조금 세우고 손가락에 보다 많은 힘을 주고 두드려야 했다. 활자가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리듬감도 필요했다.
탁, 타탁, 탁탁, 타다닥. 팅!
입대 전 능숙하게 사용했던 컴퓨터 키보드보다 적잖이 불편했지만 자판을 누를 때마다 활자가 먹끈과 종이를 받치고 있는 둥글대를 때릴 때 나는 소리가 좋았다. 줄(행)을 바꾸기 위해 '줄바꾸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밀면 '찌리링' 거리던 소리도 정겨웠다.
다 작성한 문서에서 뒤늦게 오타가 발견된 경우에는 오타를 칼로 얇게 긁어내거나 하얀색 수정 테이프를 덧발랐다. 이후 수정 입력하기 위해 타자기 가늠쇠를 정확히 조준, 배열시키는 수고로움도 감수해야 했다.
타자기의 주 용도는 부대 내 관련 문서 작업이었지만 사적으로는 편지 쓸 때도 자주 이용했었다.
입대 전 면전에서는 부모님께 낯 간지러워 차마 하지 못했던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말도 타자기로 타이핑해서 편지를 부쳤었다.
낯선 환경과 생소한 군대 생활이 '힘들지만 잘 지낸다'는 소식도 탁, 타다닥, 탁탁... 찌리링~
보고 싶다 그립다는 마음도 타닥, 타닥, 탁타닥, 탁탁..
어쩌다 앤틱 카페에서 소품으로 비치해 둔 타자기를 볼 때면 까까머리 이등병, 일병 시절 추억에 소환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