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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May 24. 2018

나만의 아이디어를 일로 만드는 기획자

요점정리 : 2기 3강 with 정지혜(사적인서점)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의 세 번째 수업에는 사적인서점의 대표 정지혜님이 오셨습니다. '나만의 아이디어를 일로 만드는 기획자'라는 제목으로 내가 가진 관점과 취향을 바탕으로 시장을 보고 일로 만들어 실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셨어요. 창업을 하는 과정을 직접 예시로 들어가며 설명해주셔서 공감이 마구 되었던 강의!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요점정리 해봅니다.


본 포스트는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 기획팀이 재구성한 것입니다.





저는 한 사람을 위한 서점, <사적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지혜입니다.  <사적인 서점>은 예약 후 방문하면 손님이랑 1대 1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손님에게 필요한 한 권의 책을 처방하는 책 처방 프로그램이 메인인 서점이에요. 2016년 10월에 창업을 했습니다.


창업을 하기 전까지는 일이라는 것이 사회가 만든 시스템이나 구조 안에 나를 넣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책과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출판사에 가야 한다, 같은 생각을 한 거죠. 그런데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지금까지 일을 해오면서 ‘일은 내가 원하는 걸 만들면 되는 거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시스템으로 들어가지만, 누군가는 저처럼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만들어서 직업으로 가질 수도 있는 거죠. 오늘 강연 내용은 저의 이런 특성이 반영된 ‘일 기획'을 중점적으로 말씀드릴 예정이에요. 혼자 일을 하고, 프리랜서나 1인 브랜드로 일하고 싶은 분들이 참고를 해주시면 좋겠네요.


기획의 3단계

내 취향과 관점을 파악한다.  

나와 시장 사이의 접점을 찾는다.

실행한다.


기획은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거기서 자기만의 기획이 나오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건 나와 시장 사이의 ‘접점’입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내 기획에 반응하는 사람, 내 기획을 필요로 하는 사람, 기꺼이 돈을 지불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해요. 그래야 지속가능한 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건 제 주위 창작자 친구들이 항상 하는 고민이기도 해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그걸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막막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거든요. 그래서 오늘 저는 ‘나만의 아이디어 만들기'와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기' 이렇게 두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Part 1.

나만의 아이디어 만들기


자문자답을 합시다.


서점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이런 서점을 어떻게 여셨어요?’라는 것이에요. 그때마다 드리는 대답은 “잘하는 걸 더하고 못하는 걸 빼면 돼요.”입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직업을 나의 맞춤옷처럼 만들라.”는 것.


같은 서점원이라도 사람마다 직업에 대한 정의나 기대가 달라요. 누군가는 책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좋은 책을 발굴하는 것을 좋아하죠. 저는 독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제일 좋은 사람이었어요.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책을 소개해드리는 것, 이것이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었고, 그래서 손님이나 거래처 직원분들로부터 “지혜씨가 골라주는 책은 늘 믿고 읽을 수 있어요”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 서점원으로 일하는 보람을 느꼈죠. 서점은 고객이 능동적인 공간이에요.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서, 사는 곳. 그래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이제 막 책과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공간이기도 해요. 저는 그런 분들과 책과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주는 일에 재미를 느꼈고, 일반적인 서점과는 다르게 좀 더 직접적으로 책의 재미를 전하는 서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반대로 서점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고정적인 영업시간이 있다는 것, 누구나 약속 없이 방문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라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내가 어떤 상황이든 간에 상관 없이 친절하게 맞아주고 응대해야 하는 사람들, 제가 결정해서 쓸 수 없는 시간 때문에 피로도를 느꼈어요. 여기서 사전 예약제 서점을 떠올리게 된 거죠.


좋아하는 것 : 직접적 소통, 독자와의 만남 (+)

못하는 것 : 유연하지 못한 업무시간, 불특정 다수와의 만남 (-)


좋아하는 걸 더하고 싫어하는 걸 빼는 방식으로 일을 만들면 내게 맞는 일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어요.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다 보면 알 수 있게 됩니다.

    

TIP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꼭 ‘왜?’라고 묻기 (좋다/불편하다 등)

데이터가 모이면 공통점 찾기  


매일 상황에 알맞은 새로운 질문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제일 간단히, 하지만 꾸준히 해볼 수 있는 것은 매일 ‘내가 언제 제일 좋았고, 언제가 제일 싫었는지’를 기록하는 거예요. 아주 간단한 데이터죠. 그 순간에 나는 ‘왜' 좋았는지, ‘왜' 싫었는지도 같이 적어두세요. 한 달 동안 모아둔 데이터를 보면 공통점이 보일 거예요.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자신의 관점이나 성향, 욕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만의 정의가 필요합니다.


내가 일하고 싶은 시장, 내가 일하는 업계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내 일도 만들 수 있어요. 일본 서점 여행을 다니면서 제가 가장 놀랐던 건 일본 서점인들의 유연한 태도였어요. 일주일에 한 권의 책만 파는 서점,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 트위터에 열리는 공기서점(이카분코), 프리랜서 서점원 등 다양한 서점의 사례를 접하면서 기존의 서점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서점은 책을 파는 장소이기만 한 걸까요?


“서점은 책과 사람의 만남을 만드는 장소”


이게 제가 생각하는 서점의 정의예요. ‘공간’이 아니라 저라는 ‘사람’이 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정의에 따라 북큐레이션, 책처방 프로그램(외부에서도 진행하기도 함), 책 관련 행사 기획 및 진행, 한-일 서점 네트워킹 등을 해요. 고정된 장소에 손님들이 와서 책을 사가는 곳이라는 서점의 정의에는 포함되지 않는 일이지만 ‘책과 사람의 만남을 만드는 서점'의 관점으로 보면 이 일들은 모두 서점의 일이 될 수 있죠. 이렇게 나만의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맞춤옷을 입게 될 뿐만 아니라 내 일의 가능성을 더 키우는 지점이 되기도 해요.


업계에는 저마다 ‘00은 ~야 한다’라는 관성이 있어요. 하면 안 되는 것, 혹은 다들 이렇게 하니까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있죠. 업계의 관성에 갇히지 않는 저만의 유연함을 기르기 위해 저는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쓴 책을 많이 읽어요. 빵집 주인이 쓴 책이라면 빵집 자리에 서점을 놓고 읽어보는 거죠. 이렇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는 편이에요. 사적인 서점의 일대일 예약제 방식도 ‘1인 미용실을 이용해보니 참 좋은데, 왜 1인 서점은 없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발전시킨 거고요.


나만의 포지션은 어디일까요?


저는 항상 어중간한 사람이라는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보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한편으로는 지방 출신이기 때문에 느끼는 문화적 소외감도 있었고, 제가 일했던 출판사와 서점은 기성 출판계가 아닌 출판계 밖에 있던 사람들이 만든 곳들이었어요. 하지만 전 구성원들과 달리 출판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고요. 둘 중 어느 쪽에도 소속되어 있지 못하고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다는 정체성이 저를 너무 혼란스럽게 만들었어요. 책을 다루는 일을 8년 가까이 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내가 책과 관련된 전문가인가, 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라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요. 중간사람으로서 알고 있는 나여서 할 수 있는 일, 둘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 그것이죠.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 저의 큰 콤플렉스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지 않거나 이제 막 책의 재미에 빠진 사람들에게 책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어요. 제가 필요한 포지션이 있고, 그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그리고 중간에 있기 때문에 양쪽에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자리에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TIP : 포지션을 잘 찾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결핍 들여다보기'


결핍은 다른 말로 얘기하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나만의 것이 나올 수 있어요. 또 결핍을 알면 동료를 찾기도 수월해져요. 모든 걸 다 잘 할 필요는 없어요. 못하는 곳은 비워두어야 동료를 만날 수 있어요.



Part 2.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기


한계를 찾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개 찾기


처음 제가 하고 싶었던 서점은 책을 약국처럼 즉석에서 처방하는 서점이었어요. 하지만 곧 두 가지 한계에 부딪혔죠. 사람들이 이런 낯선 형태의 서점을 이용해줄까? 즉석에서 책을 처방할 수 있는 내공이 나에게 있을까?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잠시 서점 오픈을 미루고 있던 차에 팝업스토어로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한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명씩 4명의 손님에게 책처방을 하게 되었고, 직접 해보니 수정해서 적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바로 생겨나더라고요. 팝업스토어를 통해서 ‘사람들이 할까?’라는 질문은 ‘하네!’라는 답으로 바뀌었고, 작은 성공을 맛볼 수 있었어요.  


요즘엔 정보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더 도전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안 될 이유, 한계를 알려주는 정보들이 많은 거죠. 하지만 진짜 해보지 않고는 그 정보가 맞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요. 뭔가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보만큼 필요한 건 완성의 경험이고, 이건 작은 규모로 시작해도 할 수 있는 경험이에요.


‘절대 귀찮거나 번거롭지 않은 규모'로 ‘처음부터 그럴듯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고' 시작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실천해볼 수 있는 단위에서 시작해보세요.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이 생길 때면 이 ‘어떡하지'가 진짜인지 아닌지 리스크를 직접 언어화해서 적어보세요. 어떡하지가 그냥 느낌일 수도 있고(알고 보니 별 거 아니네!), 진짜 리스크가 있다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어요.


효율과 비효율 사이


할 일이 많아지면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어요. 시간은 한정적이니까요. 하지만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꼭 필요 없는 건 아니에요. 비효율적이라는 얘기가 나의 정성이나 시간, 내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때, 이 비효율을 통해서 발견하게 되는 가능성들이 있거든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일의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커지기도 하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요즘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꼭 30은 비효율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남겨두려고 하고 있어요. 70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30을 남겨서 기회와 가능성과 재미를 찾는 거죠. 특히 시간은 많은데 상대적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20대 때는 비효율에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제 기준으로는 내 일을 만들기 위해 70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다만, 비효율이 불필요한 시행착오라고 할 때, 이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꼭 오답노트가 필요해요. 해보니 아닌데, 어떤 부분에서 더 나아질 수 있는데 그걸 써두지 않으면 다음에 또 그렇게 하게 되거든요. 일단 한 번 시작해 보고, 시행착오를 기록하면서 나만의 것을 만들어 보세요.


홈그라운드 만들기


내게 안정감을 주는 홈그라운드가 필요해요. 저는 일 경험을 하면서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해왔던 일들은 모두 제가 좋아하는 ‘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지만, 일의 조건과 환경에 따라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일도 있었거든요. 내가 가진 능력을 100퍼센트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서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진짜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기 전에 채널을 만들어서 운영했고, 저만의 해시태그를 달아가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온라인(인스타그램)에서 시작했어요.  


#침대맡독서, #책속의포스트잇, #오늘산책


이라는 해시태그를 가지고 저만의 코너를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이 해시태그에 공감해주시는 팔로워분들이 생겼고, 이분들은 지금도 제가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을 아는 저의 좋은 지지자가 되어주고 계세요. 또한 제가 뭔가 시험하거나 테스트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도 기꺼이 지지자가 되어주시고요.


뭐든 시작하고 싶다면, 우선 나만의 채널을 만들어 보실 것을 조언해드려요. 거기가 어디가 되었든, 내 100%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에 나를 두어 보는 거죠. 그 공간에서 능력을 펼치다 보면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강연 후에는 <사적인 명함만들기>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중심으로 8페이지짜리 명함을 기획하는 시간이었어요.


Question & Comments


Q1. 혼자서 일하면 좋을 때도 있지만 힘들 때도 있지 않아요? 외롭다고 느껴지진 않나요?


처음 일 년은 너무 좋았어요. 저는 일할 때 주도성이 제일 중요성인 사람이거든요. 설득하기보다 마음먹고 해버리면 되는 환경이 주는 기쁨이 있었죠. 1년 6개월쯤 되니까 제가 꾸린 서점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외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서점이 굴러가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중에 무엇이 나을지 고민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외롭고 동료의 필요성을 느낄 때도 많은데, 그럴 때는 주변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고 거기서 얻은 인사이트로 결정을 제가 내리죠. 또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요. 그래서 같이 일하죠. 서점은 혼자 꾸리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혼자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Q2.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여성 작가의 책은 무엇인가요?


저는 에세이를 많이 읽고요, 여성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요. 의식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되더라고요. 최근엔 <헝거>라는 책이 좋았고, 또 하나 추천드리자면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라는 책이 좋았어요. 저에겐 2017년 최고의 책이에요. 작가가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을 만나서 어떻게 하면 창의력과 창조성을 가질 수 있는지 질문했고, 이 책을 통해 저 스스로 가치 있는 질문을 얻었어요.


Q3. 사적인서점 처방을 했는데, 이때 처방이 마음이 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완벽주의가 강한 사람이에요. 이것 때문에 마음이 힘들어서 심리상담까지 받았었어요. 책 처방받은 손님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시간을 과도하게 쓰고, 야근 하기를 반복했어요. 상담 선생님의 말씀이, 책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그 사람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걸 어떻게 통제하냐, 내가 100% 만족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이 대화를 했다고 해서 완벽주의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괜찮은 처방'이면 된다는 마음으로 책 처방을 하고 있어요.


Q4. 상대의 관심을 빨리 파악해서 대화/일을 만들어 나가는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사람마다 타고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부탁하면 부담스러울 일도 지혜씨가 제안하면 일단 같이 해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저는 진심이 통한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점도 많지만 누구를 만나도 진심으로 대하려고 하고 있고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잘 캐치해서 일로 연결시킨다, 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아마도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도 좋아해요.


하지만 디테일이 좀 부족해요, 저는. 이거 해보면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 때 즉흥적으로 “우리 이거 해보자”하고 던지는 편인데, 그걸 구체적인 일로 발전시켜나가는 중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 그만두거나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에요. 10개를 던지면 1개 정도가 실행이 되는 거죠. 저는 던진 10개 중에 1개밖에 못 쳤으니까 타율이 낮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봤을 땐 제가 늘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타율이 높은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요. 만약 저에게 지금의 직관적인 기획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촘촘한 기획을 짜서 움직이라고 하면 저는 아마 아무것도 시작 못 할 거예요. 그래서 더더욱 자신에게 맞는 일이나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Q5. 내가 일하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 같아요. 무조건 해보는 것이 정답일까요?


해보는 것 말고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책이나 강연을 통해 간접 경험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경험이 아닌 타인의 경험이니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뭐라도 해보라고 말씀드려요. 해보고 별로면 다시는 안 하겠다, 라는 정도의 정보라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뭘 하기 전에 필요한 것을 먼저 떠올려요. 갖추어야 할 자질이나 준비물 같은 것. 그 과정에서 지치는 것 같아요. 저는 ‘도전’보다 ‘시도’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준비가 필요한 큰 도전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시도를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 2기 네 번째 시간은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의 백희원님과 함께합니다. "문장을 먼저 떠올리는 기획자"라는 제목으로 진행될 네 번째 강의도 요점정리로 돌아옵니다 :)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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