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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May 21. 2018

매듭을 풀고, 매듭을 짓는 기획자

요약정리 : ㅇㅇㄱㅎ 2기 2강 with 김미진(위커넥트)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 2기의 두 번째 수업에는 위커넥트의 창립자이자 대표 겸 카우앤독을 이끌고 있는 김미진님이 오셨습니다. ‘매듭을 풀고, 매듭을 짓는 기획자’라는 제목으로 기획의 정의와 과정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미진님을 만든 20대 때의 경험과 고민을 나눠주셔서 지금 우리의 경험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즐거웠던 첫 강의, 그 현장을 간단히 정리해봅니다.


본 포스트는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 기획팀이 재구성한 것입니다.





기획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기획 vs 계획 / vs 창작 / vs 설득 / vs 설계...?


계획, 창작, 설득, 설계. 비슷해 보이는 이 단어들과 기획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저는 기획이란 이 네 가지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공간, 행사, 전시, 공연, 광고, 서비스, 상품, 캠페인 등에 기획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죠. 이렇게 보면 특정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할 때 기획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여기서 결과물은 과정의 목표가 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따라서 기획이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의 전 과정 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획자의 역할은 디자이너이자, 커뮤니케이터, 어젠다세터라고 저는 정의합니다. 여기서 디자이너는 전체를 설계하는 역할, 커뮤니케이터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역할, 아젠다세터는 기획과 실행 전 과정을 통해 대중에게 아젠다를 세팅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더 자세하게 기획자의 일을 들여다 보면, 

커뮤니케이션 : 홍보 마케팅 전반

의사결정

자원조달

설득과 조율 :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설득과 조율

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필드 위에서 문서 바깥에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너무 큰 범위의 설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이 되게 만든다는 것’은 결국 메일로 섭외하는 일부터 양면테이프를 사러 문구점에 가는 일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니까요. 맥락에 맞는 모든 일과 사람을 만나고 일하는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 기획자예요.


정리하자면, 

기획자란, 문서 안과 밖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해요. 

이 정의는 기획자 각자에게 다를 수 있고, 나만의 정의를 갖는 것이 중요해요. ‘이 모든 일을 하면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끌고 가야 하는가?’, ‘나에게 기획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어떤 기획자로 역할을 하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는 것이 ‘나’라는 기획자가 되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지금 다섯가지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경영자 / 기업가 / 리더 / 플레이어 / 나 (개인) 


저는 위커넥트와 카우앤독을 경영하는 경영자이자,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는 기업가이기도 하고, 두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의 역할도 하고 있어요. 또 직접 기획해서 실행하는 일도 하고 있으니 플레이어라고도 할 수 있죠. 또한 가장 중요한 김미진 개인으로도 살고 있어요. 요즘 저의 고민은 이 5가지 역할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에요. 모두를 해내기 위해서는 밸런스가 중요한데, 밸런스를 잘 조절해서 내가 돌아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고 적용해보기도 하고 있죠. 


이걸 잘 하려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아는 것도 중요해요. 한 가지 예로, 제가 일해서 돈을 번 기간이 10년 1개월이 되었어요. 하지만 저는 스스로 '기획자로서 일을 만든 것'은 3년 5개월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 과정을 관장하면서 일을 벌이고, 내가 '일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내 몫의 일을 한 것이 저 정도라는 얘기죠. 이 정의는 각자가 일을 하기 위해서도, 또 여러 역할을 하며 일을 해내는 나의 밸런스를 위해서도 중요해요. 내가 지금하는 일, 나의 위치, 나의 역할을 제대로 정의할 수 있어야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각자를 정의하는 말들이 필요해요. 


“모든 일의 시작은 기획이다. 모두가 기획자가 될 수 있고 기획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모두가 기획자인 이 시대에 특별한 기획자는 planning이 아닌 design을 한다. 기획자는 의도한 대상의 입장 (시간, 공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그들에게 정말로 가치 있는 제품, 서비스, 컨텐츠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디자이너다.” 


저는 기획이라는 저의 업을 이렇게 정의해요. 여러분도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정의를 가진 기획자들이 되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기획은 어떻게 할까요?


사실 기획을 어떻게 하느냐, 할 때 그 방법은 정해져있지 않아요. 기획자는 다양하고, 일을 만드는 방식 역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는 그 방법 중에 저의 방법을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해요. 혼자서 모든 것을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기획을 하고 그것을 정리해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정리와 설명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드리려고요. 이걸 한 번 해보고, 여러분의 방법을 찾아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획안은 왜 쓸까요?

기획서는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동기화 시키는 역할을 해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일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작업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죠. 연사들에게 기획 의도를 잘 설명해서 강연의 맥락을 맞춰야 하기도 하고, 일을 함께 꾸리는 동료들과 목표지점이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서 겨우 함께 갈 수 있어요. 이렇게 서로의 의도와 목적을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기획안을 쓰고 공유하는 거예요.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까요?

WHY : 배경 / 목적 

WHAT : 목표 (정량적, 정성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목표) / 개요 

HOW : 디테일 / 실행방안 / 일정 / 예산 

WHAT IF : 이것을 하면 무엇이 좋은가. 어떤 다음 스텝이 이어지는가. 향후 계획 / 논의사항 


이건 <기획의 정석>을 쓴 박신영씨가 정리한 기획서의 기본 뼈대입니다. 대개는 이 항목들을 바탕으로 기획안을 써요. 기획안을 딱 읽었을 때, 아, 이 사람이 어떤 것을 하려고 하는구나가 그려지는 기획안이 좋은 기획안이에요. 이 항목들은 방향을 그리는데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항목들입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고, 어떻게 발전시킬까요?

이렇게 기획안을 쓰려면 좋은 기획을 위해 내 일상 곳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필요도 있고, 그것을 기록해둘 필요도 있어요. 저는 주로 질문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어떤 기획을 보고 '왜 이렇게 기획을 했을까?' 의문을 가지는 거죠. '왜 oo이 없을까? 왜 이 순서로 기획을 짰을까?' 등등 질문을 던지고 내 방식대로 새로 구성을 해보면 그게 또 내 아이디어가 돼요. 간접 경험을 넓히고, 많이 읽어보고, 또 기록하면서 자신에게 영감이 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해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에 '피드백'만큼 좋은 것은 없어요. 우리는 자꾸 100을 다 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자꾸 안보여주죠. 저도 그래요. 그런데 그게 개인에게 안심이 될 지는 몰라도 그렇게 똑똑한 방법은 아니에요. 내가 시작한 기획이기 때문에 분명히 이상한 지점이 있거든요. 아니면 더 나아질 수 있는 지점이 있어요. 그런데 그걸 피드백 받지 않고 시작하면 그 부분을 그대로 가지고 시작하는 거예요. 자신있게 보여주세요, 자기 기획안을. 뭐 아주 안친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건 안되겠지만, 주변에 동료들에게 보여주세요. 좋은 동료들은 제대로 피드백 해주고, 더 좋은 기획안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줄 거예요. 그래서, 옆에 동료들을 두는 것도 좋은 기획을 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워크숍을 하는 2기 기획자들. 제비뽑기로 뽑은 주제를 가지고 20분 동안 빠르게 기획안을 작성하고, 피드백을 받았어요.


Question&Comments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되셨나요? 


경력 단절 여성 / 결혼 혹은 아이를 선택한 여성들에게 필수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를 보게 되었고, 이것이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 문제 의식은 '리더인 여성이 없다.' 그리고 '그 많던 일하는 여성은 어디로 갔는가'. 이 문제를 파고들다보니 '일하는 조건과 여러가지가 바뀌어야 하겠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Flexible 한 일의 영역을 많이 만들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여기서 플렉서블하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일에 있어 선택 권한을 많이 주는 일이 많아져야 하겠다는 거죠.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 결과 위커넥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창업에 대한 불확실함 / 두려움은 없으셨는지? 


불확실함이나 두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책임에 대한 부분 / 과연 이게 맞는가 / 잘하고 있는가 하는 자문이 들 때가 있죠. 많은 경우, 하지 않아도 되는 불안인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으로 항상 바쁘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건 진짜 편견이거든요. 물론 저도 늘 바쁘지만, 바쁜게 불안을 만들지는 않아요. '창업을 하면 엄청 고통스럽고 괴롭고 힘들다'라는 편견도 있는데, 저에게는 그게 해당되지 않거든요. 저는 불안해하는 대신 나만의 스타일이 뭔지 탐구하고 있어요. 대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좋아요. 이 좋은 점을 보고 창업을 한 거라 부담이 느껴져도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책임과 의무를 가장 끝에서 지고 있어서 하고자 할 때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죠. 부담이 어디서 오는지 제대로 볼 필요도 있어요.


전달력 있게 말하는 비법? 


PREP 으로 말해라, 라고 인턴들 교육 때 얘기합니다. Point / Reason / Example / Point. 전달을 한번에 해야 해요. 자기만의 답과 logic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전달력이 생겨요. 


기획자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 


자질,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그런 자질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자질이 있어야 기획자가 되고, 그것을 준비하고, 그러는 대신에 하고 싶은 기획이 있고, 그걸 끌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하면 돼요. 필요한 자질은 되고 나서 배우면 됩니다.


하나의 기획을 하고 회고할 때 꼭 하는 질문이 있다면? 


이번에 해서 배운 것 / 안했기 때문에 배운 것 / 조직의 실수 / 개인의 실수를 돌아보는 편이에요. 물론 개인의 성취도 보고, 이건 저만의 기분을 위해 회고 맨 마지막에 돌아보죠. 그러면 기분이 좋아요 :)


디자이너,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법? 


디자인이나 개발 베이스가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데 배려를 하기 위해 그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 하면 더 오해를 불러일으킬 때가 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솔직하고 스트레이트 하게 이야기 하기가 저의 원칙이에요. 오히려 배려하다가 핀트 안맞는 경우가 많죠. 나는 너랑 일을 많이 해봐서 너의 스타일을 알아, 라는 착각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안 맞는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은 뭔가요? 


일단 ‘일’이 되게 하자. 자존심보다 중요한 것이 목표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안맞으면 다음에 안하면 되는데 일단 시작했으니까 이것을 되게 이끌고 가야하잖아요. 이건 '일'이 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생각하면 감정을 덜 쓰게 되는 장점도 있어요.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 2기 세번째 시간은 <사적인 서점>의 정지혜대표와 함께 합니다. 지혜님의 강의 간단 요약본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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