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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Nov 30. 2020

<특별한 날> (1977)

Una Giornata Particolare

영화사의 가장 빛나는 콤비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코메디 영화들을 통해  많이 주목받았지만, 저는  둘이 만들어내는 진한 페이소스의 드라마를 선호하는데요.  영화는 에토레 스콜라 감독의 걸작이자  인생 영화   편으로 꼽을 만큼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는 영화입니다.

누군가의 만남을 통해 인생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낄  가슴이 벅차오르고 조금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느낍니다. 히틀러의 방문에  나라가 떠들석한 1938 이탈리아. 모두가 히틀러의 행차를 보러 나가는 동안 아파트에는  두명의 외로운 영혼들만이 남아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로 지칠대로 지친, 정치에는 도통 관심을 가질  없는 안토니에타와 엘리트 계층의 기자 가브리엘레. 도망치는 새를 잡다가 우연히 마주쳐 인사를 나누고 친해지고, 안토니에타는 지적이고 젠틀한 그에게 잠깐의 설렘을 느끼지만 그에게는 숨길  없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동성애자인데다 반정부적 글을  것이 문제가 되어 다음날 외딴 곳으로 유배를 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에게는 기약없을  하루가 안토니에타에게는 영원히 잊을  없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그가 떠나기  마지막으로 건네  소설 <삼총사>. 히틀러를 봤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가족들이 잠드는 동안 그녀는 조용히 책의  페이지를 읽더니 이내 불을 끄고 잠을 청합니다. 하루종일 떠들석하게 울려펴지던 광기어린 3제국 찬가는, 그가 떠나는 모습을 유유히 지켜보는 순간부터,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아련한 피아노 음으로 전환되어 그녀의 마음을 잔잔하게 어루만집니다. 히틀러가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자기도 모르게 파시즘에 순응되어겄던 안토니에타의 인생은 이제 조금씩 달라질 것입니다.

https://youtu.be/q_keQrnV8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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