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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Nov 29. 2020

<No> (2012)

작년 버스요금 인상 반대로 촉발되어, 피노체트 군사독재 시절의 망령으로 남아 있는 헌법 폐기의 시위로까지 이어진 칠레 국민들의 목소리. 지난달 마침내 헌법 폐기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40년만에 새로운 길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El Pueblo Unido Jamas Sera Vencido(단결된 민중은 굴복하지 않는다)를 부른 칠레인들의 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뭉클하던지요.  


최근 칠레 영화들이 주요 영화제들을 통해서 많은 각광을 받고, 훌륭한 감독들이 지속적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 신호탄을 올린 Pablo Larrain 감독을 처음 알게된 작품 No는 1988년 칠레, 피노체트의 장기집권에 대한 전세계적인 비난이 거세지자 피노체트는 어쩔 수 없이 군부독재의 8년 연장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칩니다. 이를 둘러싸고 'Si(찬성)'과 'No(반대)' 측이 활동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주인공 르네가 'No' 측에 합류하여 TV 켐페인을 만드는 만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 Gael Garcia Bernal이 르네를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는 상당히 건조한 화법을 취하고 있는데요. 주인공에게는 이 켐페인이 정치적 이념을 관철하는 매개가 아닌, 그저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투입하는 수단이었을 뿐이었습니다. 80년대를 연상시키는 조악한 화질 속에, 각 진영의 홍보, 광고방식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현혹되고 변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프로파간다가 어떻게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을수 있는 지를 날카롭게 견지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결국 국민투표에서 No 진영이 승리하게 되지만, 르네의 표정에서는 감격의 흔적을 전혀 찾아 볼수가 없었죠. 이후 파블로 라레인 감독의 영화들인 <재키>나 <네루다>를 보아도 일절의 감정개입을 방지한 채 인물의 다른 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연출방식을 떠올려보면, 감독의 일관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 했어요.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No 진영의 켐페인 노래를 들으니 제가 마치 그 당시 칠레인이 된 것처럼 더욱 몰입하고,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영화 속 대중들의 모습처럼 제자신도 어떻게 좌우되었을지 몰랐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당시 No 진영의 승리와, 올해 헌법폐기 가결의 순간이 교차되면서 만감이 좌우되기도 하는데요. 어떤 선택을 하든간에, 그 선택의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고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진중하게 내다보아야 하겠습니다. 




https://youtu.be/lOeiw_BJ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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