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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Nov 28. 2020

<콘스탄트 가드너> (2005)

The Constant Gardener

현재 국제개발 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 대학생 때 봤던 이 영화가 더욱 마음에 와 닿습니다. 원조라는 허울 좋은 수단 속에 감쳐진 강대국과 자본의 음모, 그리고 더욱 심해져가는 개도국 정부의 부패와 폭력에 대한 방관 등 현재 국제개발 매커니즘이 지닌 문제점을 감각적인 영상과 내러티브로 구현해 낸 영화였어요. 영화의 원작자인 존 르 카레의 소재를 선택하고 다루는 능력에도 다시 한 번 감탄하였습니다.

적극적인 여성 활동가 테사와 순응적인 외교관 남성 저스틴의 만남은 이 모든 실체를 알리기 위한 운명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국가 소속이기에 시키는 대로 하는데 익숙하고 영화의제목처럼 정원 가꾸는 소소한 취미를 가지며 편안함에 익숙했던 저스틴이 에서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외면하고 싶었던 서구 제약회사의 음모와 UN 등 국제기구의 방관, 정부의 부패, 그리고 고스란히 피해를 짊어지는 아프리카 국민들의 실상을 깨우치고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마지막 장면, 환영으로 조우했던 테라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들이 그의 머리 속을 떠다녔을까요. 코로나19로 개도국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결국 강대국의 논리에 더욱 깊숙이 종속될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랄프  파인즈는 유약하고 섬세한 남성 캐릭터를 가장 잘 연기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레이첼 바이스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았죠.

케냐를 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케냐 뮤지션 Ayub Ogada의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서정적이면서 쓸쓸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는데요. 노래 제목 Kothbiro는 비가 내리고 있다는 뜻으로, 케냐 부족인 Luo의 언어로 비가 내리고 가축들이 집에 돌아가는 평화로운 장면을 노래하는데, 영화 속의 현실과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피아노와 현악기의 반주 속에 잔잔한 아프리카의 리듬이 펼쳐지는 아름답고도 처연한 노래입니다.


https://youtu.be/L48PCisRZ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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