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ry
어제 클래식 음악 감상회에서 백건우 선생님의 슈만 앨범을 듣다가, 반려자인 윤정희 선생님께서 현재 알츠하이머로 투병생활중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자연스레 영화 <시>의 미자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그 고단하고 힘들었을 삶이 떠올라 먹먹한 마음을 견뎌야 했습니다.
시를 쓰며 좋은 것만 보고 아름다운 것만 느끼고 싶지만 냉혹한 현실이 그녀를 절망에 빠트리고 알츠하이머 진단까지 받게 되죠. 시 수업 시간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어린 시절 언니와의 기억 이후 한번도 행복의 기억이 없었다던 미자의 고백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시를 쓸 수 없는 세상에서, 죄책감과 속죄를 떠안고 써내려간 시 “아네스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영화 속 미자가 현실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랐지만,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더욱 슬프고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