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ques Dec 10. 2020

<노스탤지아> (1983)

Nostalghia

매년 12월이면 들려오는 음악들이 있죠.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송년음악회에서 언제나 연주되는 레퍼토리입니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많은 행사들과 공연들이 기획되었는데 야속하게도 코로나19로 흐지부지되어 아쉽습니다.

베토벤의 생애를 다룬 영화도 있고,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영화들이 많지만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노스탤지아>입니다. 향수, 구원의 주제를 시적이고 철학적인 영상으로 그려낸 아름답고 숭고한 영화죠. 이 영화를 세 번 봤지만 매번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이고 아직도 제가 미처 깨우치지 못한 의미들이 숨어 있는데요. 이 영화를 온전히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면 인생의 진리에 가까이 다가설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에서 미치광이로 취급받는 도메니코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두 개의 불을 밝혀야 한다고 말하죠. 그 첫번째로 분신을 택하며 자신의 몸에 기름을 뿌리고, 미리 준비된 음악을 틀어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몸부림에 동요하지 않고,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4악장 속 환희의 목소리가 흐르다가 허무하게 멈춰버리죠. 같은 시간, 향수에 괴로워하던 안드레이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와 몇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촛불을 밝히고 쓰러집니다. 세상의 구원은 무엇일지, 이토록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다르고 싶었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보게 됩니다. 코로나19로 송년음악회들이 모두 취소된 2020년 12월. 혼자서 고요히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들어야 할 시간입니다.

https://youtu.be/zrjgPqX7nPs

https://youtu.be/O3Dp6EdFRHo


매거진의 이전글 <러브 오브 시베리아> (199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