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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Dec 14. 2020

<영원과 하루> (1998)

Μια αιωνιότητα και μια μέρ


2017년 가을 그리스 여행. 메테오라로 향하기 전 테살로니키에 하루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영화 <영원의 하루>의 배경으로, 브루노 간츠가 분한 알렉산더가 외롭게 걸었던 바닷가를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바닷가를 걷다가 왼쪽 부근의 건물 안에 그리스 영화박물관이 있었고, 이 곳에서 이 영화의 감독 Theo Angelophulos의 영화세계를 집대성한 책 한권을 구입한 추억이 있습니다.

생의 마지막을 예감한 알렉산더. 잃어버린 솔로모스의 시어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어린 나이에 고단한 현실을 짊어진 소년을 위기에서 구해 주고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을 함께합니다. 희미한 안개 속 철조망 벽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 황량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엉성한 나무 한그루, 인적이 없는 밤 덩그러니 둘만 남은 버스. 이 어둡고 희미한 잔상을 거두니 생전에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던, 하얀 옷을 입은 안나가 눈 앞에 나타나고, 이들은 말없이 춤을 춥니다. 영원하지 않은 인생 속 무한할 것만 같은 하루. 이 반대되는 속성의 시간 속에서 후회하고 다짐하고, 이내 회한에 잠기는 생의 필연성이 절절히 다가오는 영화였습니다.

그리스 영화음악가 Eleni Karandirou는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화를 더욱 경이롭게 빛내 준 음악들을 작곡하였습니다. 피아노의 선율로 시작하여 오케스트라의 음색으로 이어지는 Eternity Theme을 들을 때마다 눈 앞에 테살로니키의 바닷가가 펼쳐지는 것만 같습니다. 한 해가 끝을 향할 때마다 까내보는 영화. 내년은 올해보다 더욱 깊어지길 바랍니다. 참, 내년에는 1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그리스어를 배울 예정이에요. 이 설램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https://youtu.be/SMOZx2xabJE

https://youtu.be/0pjJLwiB0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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