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ış Uykusu
작년 12월. 코트디부아르 출장을 갈 때 터키항공을 타고 가서 이스탄불에서 경유를 했어요. 경유시간이 매우 길었던 덕분에 잠깐 밖으로 나와 도시를 둘러 볼 시간을 가졌습니다. 돌마자흐체 궁으로 내려가는 길목 서점에서 Nuri Bilge Ceylan 감독의 사진집을 구입하는 행운을 누렸고 지금도 마음이 허할 때마다 그의 사진집을 열어봅니다.
그의 영화를 볼때마다 항상 인생의 무거운 숙제를 제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 숙제가 막막하거나 부담스럽지만은 않습니다. 저의 일상 속에서 깊은 생각에 잠길 시간을 은연중에 기다려왔기 대문이죠. 겨울의 눈덮인 카파도키아를 배경으로 한 <윈터 슬립>은 지식인 중산층인 아이단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지혜로 무정한 위선, 비겁, 이중성이 곧 우리 인간의 본질이기에,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여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될 것을 주문합니다. <Uzak>으로 처음 만난 그의 영화세계는 한층 더 깊어져 갔죠.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Alfred Brendel이 연주하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 2악장, 그리고 직전의 눈 날리는 에필로그에서 아이단이 니할에게 마음의 목소리를 건넬 때 등장하는 이탈리아 작곡가 L.Michelini의 Demolition. 황폐해진 우리의 영혼을 살며시 보듬어주는 잔잔한 선율 속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가벼움이 넘치는 오만한 사회 속 공허한 영혼들에게 꼭 필요한 영화. 오늘 마침 첫눈이 내렸네요.
https://youtu.be/F2_H9b0H4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