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kespeare in Love
(글에 앞서)
이 매거진에 있는 글들은, 카카오100 프로젝트에서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진행하시는 신지혜 아나운서님이 운영하신 동명의 프로젝트에 썼던 글을 옮긴 것입니다. 100일이 다 되어서, 아래 글을 보시면 마지막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이 매거진을 통해서 앞으로 순간순간 떠오른 영화와 영화음악에 대한 기억들을 계속 펼쳐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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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첫번째 날의 영화와 ost인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는 정말 순간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라서 글을 올렸고, 마지막 날의 영화와 ost는 일치감치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기네스 팰트로가 연기한 바이올라가 앞으로의 미래를 가슴에 품으며 광활하고 끝없는 모래밭을 걸어가는 장면이 생각나실까요. 셰익스피어가 그녀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되새길 때 펼쳐지는 무한의 세계. 그 순간에 흐르는 음악의 제목이 공교롭게도 The End입니다.
이 영화, 외적으로 논란이 참 많았죠. 하비 와인스타인의 과도한 로비로 그 해 오스카상 시상식을 휩쓰는 바람에 그 해 다른 작품들의 수상을 뺏었다고 말이 많았습니다. 특히, 여전히 최악의 여우주연상에 언제나 이름이 오르는 기네스 팰트로와 단 8분 연기로 조연상을 받은 주디 덴치에 대한 말들이 가장 많았던 걸로 기억되는데요. 저에게는 특별한 영화에요. 문학을 좋아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은 저에게 셰익스피어라는 실제 인물에 허구의 스토리를 입힌 이 영화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고, <슬라이딩 도어즈> 때도 말했지만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덕질의 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가장 아름답게 등장한 영화였거든요. 우스갯소리로, 제가 대학교 때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이유도 이 영화를 비롯해서, 기네스 팰트로가 숱하게 등장했던 영문학과 관련된 영화들 때문이에요. <엠마>, <위대한 유산>, <포제션>, <실비아>, <프루프>..... 그래서 제 인생이 약간은 꼬였지만, 그래도 귀중한 추억과 기억은 고이고이 쌓여 있네요.
남성만이 오를수 있는 무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던 Viola와 그녀를 통해 다시 창작의 열을 불태우는 Shakespeare.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헤어지고, Viola는 <십이야>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Viola가 자신에 대해 잘 써달라고 Write me well이라는 말을 남기죠. 그리고 깊은 바다와 함께 시작되는 시작되는 <십이야>의 이야기.
"It will be a love story..... for she will be my heroine for all time... and her name will be.. Viola"
이 영화는 오스카상 음악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Stephen Warbeck이 작곡한 ost는 당시 영국의 분위기를 더욱 고풍스럽게 묘사하고 있는데요.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시작되는 트랙 The Beginning of the Partnership은 들을 때마다 마치 제가 옛 시절 영국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줄만큼 설레고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연말 방송사 시상식에도 이 음악이 종종 등장했었어요. 그리고, 서두에 소개했던 The End. 새로운 세계를 향해 걸어가는 Viola처럼 저도 언젠가 끝없는 길을 걸을 날을 꿈꿉니다.
오늘은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이니 소회를 남겨야겠지요. 가볍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매일매일 제 일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와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제가 깊게 빠져들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100편이라는 숫자가 턱없이 적을줄은 상상을 못했어요. 마지막날이 다가올 때 어떤 영화를 넣고 빼야 할지 고민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고 미처 소개하지 못한 영화와 음악들이 아쉽기만 합니다. 영화와 음악의 장르를 고려해서 최대한 다양한 작품들을 기억하려고 했어요. 잊을 수 없는 시간 만들어주셔서, 그리고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른 분들의 영화와 음악을 보면서 우리 삶에 영화와 음악이 절대로 빠질 수 없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어요. 프로젝트 100은 여기서 끝나지만, 여기에 작성한 글들은 제 브런치에 옮겨 놓았고 앞으로도 제 브런치에 영화와 영화음악으로 떠나는 여행을 이어갈 것입니다. 유독 힘들었던 2020. 모두들 수고하셨고, 내년은 올해보다 좀 더 즐겁고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