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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Dec 16. 2020

<먼 훗날 우리> (2018)

后来的我们

순백의 도화지에 다양한 빛깔을 표현하는 주동우의 얼굴을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그녀의 영화 속 캐릭터들은 주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가슴 아파하거나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아픔을 조금씩 드러내는, 내면 속으로 침잠하는 인물로서, 겉으로는 유약해보여도 속은 깊고 단단하고, 종국엔 억눌러왔던 자신의 감정을 있는 힘껏 방출하곤 했어요. 상대방을 압도한다기보다는, 감정을 리드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죠.


겨울하면 떠올리게 될 영화 중 한 편인 <먼 훗날 우리>. 무채색으로 표현된 현재와 유채색으로 묘사되는 과거를 교차하며 두 남녀를 지긋이 바라봅니다.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제는 모든 게 있더라도 네가 없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재. 하필 가장 초라하고 고단한 시절에 만나 상대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죽이고 떠나버린 샤오샤오. 그리고 언제나 아들 린젠칭과 샤오샤오를 마음으로 안아줬던 고향의 아버지. 지난 시간의 미련과 후회를 잠시 접어든 채 웃으며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 샤오샤오는 분명 한층 더 성숙해졌을거에요. 사실 처음부터 린젠칭은 철딱서니 없었고 항상 샤오샤오가 보듬어졌었죠. 서서히 현실에도 색깔들이 덧입히며, 뚜벅뚜벅 살아갈 이들을 응원할 것입니다.


중화권 발라드는, 언어를 모르더라도 한국 대중음악을 연상시키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멜로디들이 많죠. 제가 좋아하는 가수 진혁신이 이 영화의 주제곡을 불렀고, 엔딩 크레딧에 이 노래가 흐르며, 옛 애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한 두명씩 등장합니다. 마지막까지 코끝이 찡해지는 영화였어요. “우리(我们)” 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이 이다지고 따스하고 먹먹했던가요.


https://youtu.be/dhjomo8W6Lc

https://youtu.be/IssP4zVee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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