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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Dec 17. 2020

<중앙역> (1998)

Central do Brasil

어렸을 때 비디오가게가 있었던 시절. 한켠에 꼽혀 있었던 이 영화. 비디오 케이스 뒤표지에 Cinema Novo의 시작을 알린 걸작이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생겨 보았다가 그날 영화의 감흥에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아득한 나라 브라질의 영화.


그 누구보다도 냉혹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도라가 일말의 죄책감으로 조슈아를 위기로부터 데리고 나와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로에게 날을 세우기도 하고 갈등을 겪다가 서서히 같이 있는 상대방을 위로하고, 서로를 한단계 더 성숙시킵니다. 마지막 도라의 편지. “두렵지만, 너는 언젠가 날 잊겠지.... 그립다, 그리운 것이 너무 많아.”라는 문장을 쓰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립니다. 저 자신도 처음부터 도라를 적대적으로만 바라보았는데, 이장면을 보며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태생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장면을 목도하였습니다.


이 장면에 등장하던 잔잔한 피아노 음악은, 마치 필립 글래스의 음악처럼 미니멀하지만 평화로운 멜로디가 반복되다가 음악이 시작된 지 약 2여분이 됐을 때 중후한 첼로로 시작되는 현악 편성이 피아노를 웅장하게 뒷받침합니다. 바이올린의 현과 함께 증폭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트랙으로 Antonio Pinto와 Jaques Moremenbaum이 참여했어요. 리우데자네이루 하면 삼바 카니발의 화려한 이미지만 갱각했는데, 영화가 시작될 때 자신들의 절실하고 애타는 사연을 말하는 사람들의 쓸쓸한 표정들이 진정한 도시의 잔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https://youtu.be/ytqPbEk-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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