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 Reggiani
오늘은 벌써 4월의 첫째 날이자, 만우절이네요. 프랑스에선 거짓말에 대한 노래가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해서, 검색어에 mensonge(거짓말)이라고 입력해 보았는데요. 인상적인 제목의 노래를 발견했습니다. Les mensonges d'un père à son fils(아빠가 아들에게 건네는 거짓말). 아빠가 아들에게 거짓말을 건넨다면, 뭔가 아들을 깜짝 놀래키고 싶어서 재미로 무언가를 숨기려는 것인지, 선의의 거짓말을 하려는 것인지 호기심이 생겼어요.
이 노래를 부른 Serge Reggiani(세르쥬 레지아니)는 영화와 연극을 넘나드는 배우로 먼저 명성을 얻기 시작했어요. 이름에서도 짐작하실수 있듯이 이탈리아 출신인데 8살 때 부모님을 따라 프랑스로 이주했구요. 2차세계대전 때는 레지스탕스에 참여하기도 했고, 종전 후 1946년 <야간문>을 시작으로 <황금투구>, <그림자 군단>. <레미제라블> (옛날 영화), <레오파드> 등 8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였습니다. 장 피에르 멜빌, 에토레 스콜라, 루키노 비스콘티 등 걸출한 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하고, 말년에는 레오 카락스의 <나쁜 피>,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비키퍼>에도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뮤지션으로서의 커리어는 43세에 시작했어요. 그 당시 이브 몽땅, 바르바라 등의 예술가들과 깊은 우정을 쌓아 왔던 것이 영향을 주었구요. 보리스 비앙의 노래들도 그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였습니다.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1964년에는 프랑스 전반적으로 chanson ye ye(영어의 yeah yeah의 프랑스어 버전으로, 톡톡튀고 가벼운 스타일의 프랑스 대중음악 장르를 지칭)가 점차 인기를 얻기 시작했었는데요. 세르쥬 레지아니는 다시, 1950년대에 주를 이루던 rive gauche의 샹송,즉 노래가사의 깊은 의미와 서정적인 멜로디에 주목하는 경향을 중시하였습니다. 오늘 들으실 노래는 1972년도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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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temps, petit Simon, où tu m'arrivais à la taille
Ça me semble encore tout à l'heure mais déjà, tu m'arrives au cœur
Pour toi commence la bataille
시몽, 네가 내 허리까지 닿을 때
그 순간이 곧 올거 같지만 이미 내 마음에 닿았구나
너에게 전쟁이 시작되는구나
Le temps, petit Simon, que je te fasse un peu l'école
Me semble venir aujourd'hui, redonne-moi de cet alcool
Que je te parle de la vie
시몽, 너에게 약간의 가르침을 줄 날이
오늘인 듯 하구나. 그 술을 다시 건네주렴
너에게 인생에 대해 말해줄게
Tu verras
Les amis ne meurent pas
Les enfants ne vous quittent pas
Les femmes ne s'en vont pas
너는 알게 될거야
친구들은 죽지 않고
아이들은 너를 떠나지 않고
여자들은 달아나지 않는다는 걸
Tu verras
On rit bien sur la Terre
Malbrough ne s'en va plus en guerre
Il a fait la dernière
Tu verras
너는 알게 될거야
세상에 웃음이 넘치고
Malbrough눈 더 이상 전장에 가지 않을거야*
마지막 전쟁이 끝났으니까
알게 될거야
* 프랑스의 유명한 동요 이름
Et puis, petit Simon, chez nous, personne ne vieillit
Nous sommes là et ne crois pas que nous partirons d'aujourd'hui
Pour habiter dans autrefois
그리고, 시몽, 우리집에선 아무도 늙지 않지
우리는 거기에 있고 오늘 다른 곳에 살기 위해
떠날거라 생각하지 않아
L'amour, c'est tous les jours qu'on le rencontre dans la vie
Et rien ne passe et rien ne casse, redonne-moi de l'eau-de-vie
À peine, à peine, voilà, merci
사랑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그냥 지나치거나 멈추지 않아
브랜디 한 잔 더 건네주렴
좀만 더, 좀만 더, 그래 고마워
Les femmes infidèles on les voit dans les aquarelles
Elles vous querellent sous les ombrelles dans la vie, ce n'sont pas les mêmes
Elles nous aiment, elles nous aiment
수채화 속 부정한 여인들을 발견하고
파라솔 아래에서 너에게 시비를 걸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단다
우리를 사랑하고 사랑한단다
Un homme, petit Simon, ce n'est jamais comme un navire
Qu'on abandonne quand il chavire et tout le monde quitte le bord
Les femmes et les enfants d'abord
시몽, 사람은
뒤집힐 땐 버림받고
여자들 그리고 아이들을 시작으로 모두가 떠나는
배와 같은 존재는 아니란다
Tu verras
Les maisons ne meurent pas
Les idées ne vous quittent pas
Le cœur ne s'en va pas
Tu verras
알게 될거야
집은 사라지지 않고
생각들이 너를 떠나지 않고
마음이 달아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거야
Tu va suivre en beauté
Les chemins de la liberté
Tu vivras, tu verras
Comme moi
너는 아름다움 속에서
자유의 길을 따라가겠지
살아가고 알게 될거야
나처럼
Alors, petit garçon, moi qui t'aimais, toi qui m'aimais
Souviens-toi que ton père avait une sainte horreur du mensonge
Une sainte horreur du mensonge
얘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시몽
네 아빠는 거짓말이 끔찍히 무서웠단다
거짓말이 끔찍히 무서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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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은 실제로 Serge의 아들 이름입니다. 친구들은 죽지 않고, 아이들은 너를 떠나지 않고, 여자들은 달아나지 않고,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늙지 않고. 어린 아이에게 무언가 안심 시켜주려는 듯한, 인생은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라고, 걱정말라고 인도해 주는 것도 같은데요.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노래가 나오기 전후를 살펴보면 연예인으로서의 명성과 다르게 세르쥬의 개인적인 인생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먼저, 그는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고, 이들 사이에서 5명의 아이를 낳았습니다. 1990년에 두번째 이혼을 한 후, 오랫동안 혼자 지내다가 2003년 81세의 나이에 세 번째 결혼을 하는데요. 그 다음 해에 세르쥬는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너무나도 슬픈 일이 있었어요. 첫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던, 스테판 레지아니(Stephan Reggiani)는 어렸을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같이 살면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아버지와 같이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꿈꾸었지만 아버지만큼의 명성을 이루지 못하고 항상 그늘에 가려져야 했습니다. 이러한 절망감이 그에게 큰 고통을 주었는지 1980년 여름휴가 중 자신의 아버지의 별장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맙니다. 세르쥬는 이에 대한 깊은 충격으로, 우울증과 알콜중독과 싸워야 했고 80년대에는 이전보다 주춤한 활동을 이어가야 했죠. 90년대 들어서 다시 예전으로부터 극복하여 가수 뿐 아니라 화가로서도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스테판과 세르쥬는 현재 파리의 몽파르나스 묘지, 같은 곳에 묻혀 있습니다. 이전에 그 둘의 관계가 어땠을 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애정과 동경, 질투를 넘나드는 복잡한 심정을 아버지에게 느꼈을 것 같아요. 스테판의 장례식에서 세르쥬는 "네가 바로 진정한, 유일한 가수였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1972년에 아들에게 들려주는(다른 아들이지만) 거짓말의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이후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 닥쳐왔다니, 사람의 인생은 이 노래의 마지막 처럼, 때로는 너무나도 무섭고 가혹한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MUWVmVw7yA
합창 버전은 아무래도 좀 더 따뜻한 느낌을 주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qvgINP1EQ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