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ette
어제에 이어서, 70년대 스페인 프랑코 독재시절과 연관된 노래를 한 곡 들어보려고 합니다. 영국에서 태어난 스페인 뮤지션 Jeanette는 청소년 folk-pop 밴드인 pic-Nic의 보컬로 음악을 시작했구요. 밴드 해체 후 1971년 Hispavox 레이블을 통해 첫 솔로 싱글 <Soy rebelde(나는 반항아에요)>가 대성공을 이루면서 스페인 팝 발라드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Hispavox는 프로듀서 Rafael Trabuchelli을 중심으로 70년대 스페인 발라드 싱글을 적극적으로 제작하였는데요. Hispavox 레이블이 위치했던 곳이 마드리드의 Torrelaguna 거리였어서, 이런 스타일의 발라드 장르를 "Torrelaguna Sound"로 지칭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원래 Jeanette라는 이름에서 맨 뒤의 e는, Soy rebelde 싱글의 커버에 잘못 오기된 철자라고 하는데 이제는 그대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오늘 같이 들어볼 노래 porqué te vas(당신은 왜 떠났나요?) 역시 Jeanette의 또 다른 히트곡으로 197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노래의 작곡가인 Jose Luis Perales는 비오는 날, 물도 전기도 없는 외딴 오두막에서 단숨에 이 노래를 작곡했다고 하구요. 당시에 거의 신인급 작곡가였는데, 프로듀서 Rafael에게 이 노래를 보여주고 바로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처음에 Jeanette는 유명 작곡가의 곡이 아니어서 거절하고 싶었다는 소문도 있었는데요 나중에는 본인이 직접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Hoy en mi ventana brilla el sol
Y el corazón
Se pone triste contemplando la ciudad
Porqué te vas
오늘 창문에 해가 비추고
마음은 도시를 떠올리며 슬픔에 잠겨 있네요
당신은 왜 떠나나요?
Como cada noche desperté
Pensando en ti
Y en mi reloj todas las horas vi pasar
Porqué te vas
매일 밤 당신을 생각하며
잠에서 깨요
그리고 시계의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는 걸 보죠
당신은 왜 떠나나요
Todas las promesas de mi amor se irán contigo
Me olvidarás
Me olvidarás
내 사랑의 모든 약속도 당신과 함께 떠날거에요
나를 잊겠죠
나를 잊겠죠
Junto a la estación hoy lloraré igual que un niño
Porqué te vas
Porqué te vas
Porqué te vas
Porqué te vas
오늘 역에서 함께 아이처럼 울거에요
당신은 왜 떠나나요
당신은 왜 떠나나요
당신은 왜 떠나나요
당신은 왜 떠나나요
Bajo la penumbra de un farol
Se dormirán
Todas las cosas que quedaron por decir
Se dormirán
전등빛 아래에서
모두 잠들거에요
해야할 말들을 남겨 둔 채
모두 잠들거에요
Junto a las manillas de un reloj
Esperarán
Todas las horas que quedaron por vivir
Esperarán
시계 팔찌와 함께
기다릴거에요
살기 위해 남은 모든 시간들
기다릴거에요
떠나간 사랑에 슬퍼하는 이 노래가 프랑코의 독재시절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시기가 일치하는 점도 있지만 프랑코가 세상을 떠난 후, 1976년에 개봉된 한 편의 스페인 영화에 이 노래가 주요 테마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명장 카를로스 사우라(Carlos Saura) 감독의 영화 <까마귀 기르기(cria cuervos)>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부모를 잃은 이유는,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이 이모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될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당시 스페인 독재 시절의 혼란을 아이들과 가정의 비극에 빗대어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주인공 안나가 자주 듣는 노래로 porqué te vas가 쓰였습니다.
Jeanette는 가끔 이 노래를 부를 때 porqué를 por qué로 발음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는데요. 전자는 '왜', 후자는 '무엇을 위해'라는 뜻이죠. 띄어쓰기를 했을 뿐인데 의미와 뉘앙스가 단번에 달라집니다. 전자는 대체 나를 왜 떠나는지, 떠나지 말라고 붙잡고 싶은 느낌이 강하다면 후자는 무언가 체념, 또는 납득하는 분위기가 느껴져요. 자신이 싫어져서 떠난 것이 아니라, 분명 상대방이 무언가를 추구하기 위해, 목적이 있어서 떠나는 것이라고. 이건 저의 억측이지만, 시대적 분위기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 <까마귀 기르기>에 등장하는 장면이구요.
https://www.youtube.com/watch?v=nCUvhL1_z2A&t=341s
https://www.youtube.com/watch?v=uWYTTQFyt74
Jeanette의 데뷔곡인 <Soy rebelde(나는 반항아에요)>도 가슴 절절한 멜로디가 듣는 이를 사로잡네요. 비오는 날에 들으면 어울릴 노래입니다. 확실히 오늘날 노래들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직접 경험하지는 못한 그 시절의 감성이 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JuLRF7mch_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