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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tuor pour la fin du temps

Olivier Messiaen

by Jacques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현대음악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은 1944년 그의 책 La technique de mon langage musical (나의 음악 언어의 기술)에서, Mode of limited transposition이라는 선법에 대해 기술합니다. 여러개의 조성이 한 선법 안에 포함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메시앙의 이 고유 선법은, 조옮김의 한정성으로 기존에 들을 수 없었던 음색이 창출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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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고전음악에서는 온음계 선율을 중심으로, 반음을 공식적인 음으로 고려하지 않았지만, 아놀드 쇤베르크는 "12음계법"을 통해 반음(쉽게 말하면 피아노의 검은 건반들)을 고유의 음으로 인정하여 새로운 기법을 탄생시킵니다. 반음 하나를 1로 계산하여 열두 음 위에서 모두 다른 음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메시앙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 옥타브 내의 구성음 간의 음정 간격에 주기성을 두어, 반음의 위와 반음 아래로 조를 옮기는, 반음과 온음 (1-2)의 주기를 반복하여, 1과 2를 합한 3의 이조만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즉, 도에서 도까지의 한 옥타브를 균등히 나누어 그 간격 안의 음정 구성만을 생각하는 것이죠.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역행 리듬, 첨가리듬 등 다양한 종류의 리듬들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이는 인도나 고대 그리스 등의 음악어법에서 가져온 것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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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앙의 첫번째 선법(Mode). 온음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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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앙의 두번째 선법(Mode). 8음계 선법


이렇게 메시앙은 본인만의 음악어법을 전개하였을 뿐만 아니라, 새에 관심이 깊은 조류학자로서,새의 울음소리를 채보하여 피아노모음곡 <새의 카달로그>를 작품하는 등 다양한 음악세계를 펼쳤는데요. 아무래도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그의 기법을 하나하나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대신에 그의 음악들은 다른 현대음악 작곡가들과 비교했을 때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하기에, 이론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면서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메시앙을 대표하는 작품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Quatuor pour la fin du temps)>는 흔히 수용소에서 태어난 걸작으로 불려집니다. 제2차세계대전 발발 시 메시앙은 군인으로 차출되었는데, 1940년 5월 독일군에 생포되어 슈탈라흐 캠프로 이송되지요. 여기서 바이올리니스트 장 르 불레르와 첼리스트 에티엔 파스키에, 클라리네티스트 앙리 코카를 만나, 이 곡을 탄생시키고 이듬해 1941년 1월 포로들과 간수들을 청중으로 초연하게 됩니다. 절망 속에서 하루를 연명해야 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음악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까요.


4중주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현악4중주가 아닌, 피아노-첼로-바이올린-클라리넷으로 구성된 이 음악은 요한계시록에서 영감을 받아 총 8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메시앙은 숫자의 상징성을 강조했다고 알려지는데, "7은 완전한 숫자입니다. 6일간의 창조 후의 거룩한 날을 의비하죠. 7은 나아가 영원성, 불변하는 빛, 평화를 의미하는 8로 나아간다"고 설명함으로써 훗날 이 작품을 8악장으로 구성한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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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의 악보 위에는 요한계시록 10장의 구절이 적혀 있었다고 하는데요. 특히 1-2절과 5-7절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1 내가 또 보니 힘 센 다른 천사가 구름을 입고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그 머리 위에 무지개가 있고 그 얼굴은 해 같고그 발은 불기둥 같으며

2 그 손에는 펴 놓인 작은 두루마리를 들고 그 오른 발은 바다를 밟고 왼 발은 땅을 밟고


5 내가 본 바 바다와 땅을 밟고 서 있는 천사가 하늘을 향하여 오른손을 들고

6 세세토록 살아 계신 이 곧 하늘과 그 가운데에 있는 물건이며 땅과 그 가운데에 있는 물건이며 바다와 그 가운데에있는 물건을 창조하신 이를 가리켜 맹세하여 이르되 지체하지 아니하리니

7 일곱째 천사가 소리 내는 날 그의 나팔을 불려고 할 때에 하나님이 그의 종 선지자들에게 전하신 복음과 같이 하나님의 그 비밀이 이루어지리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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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인 동형리듬, 하나님을 표현하는 듯한 무한한 음형, 새소리로 대변되는 환희 등 메시앙의음악세계가 축약된 이 작품은, 절망의 세계속에서도 인간이 어디까지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경이로운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I. Liturgie de cristal (수정체의 예배) 아래 영상기준 0:00

: 찌르레기 소리의 클라리넷 솔로로 문을 열어 나이팅게일 울음소리의 바이올린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성스러운 천국의 예배가 피아노와 첼로의 선율로 이어집니다.

II. Vocalise, pour l'Ange qui annonce la fin du Temps

(시간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들을 위한 보칼리즈) 2:54

: 무지막지한 천사의 힘이 악장의 첫번째와 세번째 부분에 걸쳐 펼쳐집니다. 중간 부분에서는 천국의 조화를 이룹니다.

III. Abîme des oiseaux(새의 심연) 8:19

: 시간의 영속성과 대비되는, 빛과 별, 무지개를 욕망하는 새의 슬픔과 불안을 나타내는 악장

IV. Intermède(간주곡) 15:33

V. Louange à l'Éternité de Jésus(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 17:27

: "태초에 언어가 있었고, 언어는 신과 함께 있었고, 언어는 신과 함께 있었네"라는 John 성가 1절에 기초합니다.

VI. Danse de la fureur, pour les sept trompettes

(7개의 나팔을 위한 광란의 춤) 25:14

: 4개의 악기가 묵시록을 상징하는 여섯개의 트럼펫 소리를 재현합니다. 7번째 천사의 트럼펫이 신의 불가사이의 완성을 공표합니다.) 4개의 악기가 모두 같은 음을 연주하는 '유니즌' 방식으로 진행되는, 포르티시모의 향연입니다.

VII. Fouillis d'arcs-en-ciel, pour l'Ange qui annonce la fin du Temps 31:49

(시간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들을 위한 무지개의 착란)

: 천사를 덮는 무지개가 등장하여 영원으로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VIII. Louange à l'Immortalité de Jésus(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 39:54

: 묵직한 바이올린 소리로 시작, 부활하신 예수의 불멸성을 노래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천국으로 향하며 음악이 마무리됩니다.


약 50분에 이르는 대곡이기 때문에,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감상하시길 바랄게요.

https://youtu.be/QAQmZvxVffY



대관령 국제 음악제에서의 실황도 있습니다.


https://youtu.be/J9I0jIB5W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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