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Adams
미국의 미니멀리즘을 계승한 작곡가 존 애덤스(John Adams)는, 당시 유럽에서 피에르 불레즈 등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음렬주의, 12음계법 등의 모더니즘 음악에 반기를 들며 미국에서 등장한 미니멀리즘을 따르면서도, 바그너, 말러 등 후기낭만의 작법을 동시에 접목해 왔습니다. 현대음악의 선구자 존 케이지(John Cage)의 Silence를 읽고 음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목도했고, 미니멀리즘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현대오페라의 중요한 인물이기도 한 존 애덤스는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던 실화를 소재로 <중국의 닉슨(Nixon in China)>를 자신의 첫 오페라로 발표합니다. 막상 마오쩌둥은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하는데요. 일정한 리듬이 반복되는 역동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인 오페라로, 오늘 들어볼 관현악 작품 The Chairman Dances는 바로 이 오페라의 3막의, 마오쩌둥과 그의 아내가 춤추는 장면의 "번외(outtake)"로 탄생한 작품입니다. 즉, 오페라에 등장하는 않지만 오페라를 통해 파생된 또 하나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오페라는 1987년에 초연되고 이 작품은 1985년에 작곡을 마쳤으니, 한창 오페라를 작업하던 중에 분신처럼 피어난 곡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Chairman은 오페라 속 마오쩌둥을 지칭하구요. 3막에서 마오쩌둥의 아내와 마오쩌둥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상상하며 작곡된 곡입니다. 이 음악의 부제로 "오케스트라를 위한 폭스트롯(Foxtrot for Orchestra)"가 붙어 있듯이, 춤의 리듬을 단번에 떠오를 수 있는, 반복적 리듬의 역동적인 사운드가 여운을 남기는 곡입니다. 마지막에 축음기의 사운드로 마무리되는 것도 독특하지요.
이 음악을 비롯해서,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존 아담스의 음악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틸다 스윈튼 주연의 <아이 엠 러브>인데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루카 구아다그니노 감독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작품입니다. 사실 영화 자체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영화 전체를 수 놓는 음악과 영상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생성되는 이미지만큼은 뇌리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던 The Chairman dances를 비롯한 존 아담스의 음악들도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