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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Jan 08. 2022

Symfonia pieśni żałosnych

Henryk Górecki

Henryk Górecki(헨릭 고레츠키)는 스탈린 체제의 후퇴 이후, 폴란드의 아방가르드 음악을 선도했습니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안톤 베베른의 영향을 받은, 음렬주의 음악 스타일을 계승했는데요. 1970년데 중반에 이르러 기존의 복잡한 화성에서 탈피, 종교의 성스러움을 가미한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선회합니다. 오늘 들어볼 교향곡 3번이 그런 과도기적 단계에 있는 작품이구요. 이후 성가곡들을 통해 미니멀리즘의 음악에 더욱 깊이 천착하게 되었고, 90년대까지 서구에 거의 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그의 음악은, 90년대에 이르러 교향곡 3번이 뒤늦게 주목을 받으면서 거장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고스란히 입은 나라 중 하나였죠. 고레츠키 역시 예외가 아니었어서, 할아버지는 다카우 수용소, 숙모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역사적으로 독일과 폴란드의 관계는 미묘할 수 밖에 없음에도,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독일 사람인 바흐, 슈베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듯듯이 이 작은 직구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장소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들어볼 교향곡 3번에 대해, "이 교향곡은 전쟁이 아니라 슬픈 노래들을 위한 교향곡"이라고 하면서,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 그 자체보다는 역사속에서 슬픔을 감내해야했던 한 명 한명의 인간들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 교향곡 3번에는 "Synfonia Piesni Zalosnych(슬픈 노래들의 교향곡)"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으며, 고레츠키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1977년 이 곡이 초연되었을 때 서구 비평가들의 평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음악적 실험에서 한발 물러난, 시대에 뒤떨어지는 음악이라는 평이 대다수였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고레츠키는 원래 불협화음을 기반으로 한 아방가르드 음악을 추구한 작곡가였기 때문에, 중세 시대로 귀의한 듯한 이 작품에 적잖은 당황을 느꼈을 것입니다. 반면 폴란드에서는 역사의 비극이 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려 있는 이 음악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1992 David Zinman의 지휘로 발매된 앨범이 영국의 pop album chart(클래식이 아니라 pop 앨범입니다.)에서 6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9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앨범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백만장의 판매기록을 달성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이 교향곡이 지닌 가치와 감동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구요. 고레츠키는 아르보 패르트, 존 타버너와 함께 "holy minimalism"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무려 한시간 정도가 소요될 뿐더러, 일반적인 교향곡의 구성과 달리 3개의 모든 악장에 Lento(매우 느리게)가 붙어 있는 이 교향곡에 사람들이 감동을 받은 것은, 전쟁의 고통 속에 스러져 간 이름없는 이들의 영혼이 스며있는 듯한 진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소프라노가 담담하면서도 힘있게 노래하는 구절들은, 비록 의미를 알지 못할지라도 관객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안습니다.


1악장은 Lento, sostenuto tranquillo ma cantabile로 연주시간이 무려 30분이나 소요되는 대악장입니다. 폴란드 Lysa Gora 수도원에서 수집된 15세기 성모 마리아의 탄식에 관한 노래들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요. 더블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이 Aeolian mode를 따라 흐르고, 피아노와 하프, 목관 악기가 이어받아 소프라노에게 넌지시 선율을 건네 줍니다.


두번째 악장은 이 교향곡의 하이라이트로 Lento e largom tranquillio - cantabilisimo - dolcissimo - legatissimo의 기호가 붙어 있으며, 폴란드 자코파네의 게슈타포 수용소의 벽에 새겨진 구절들을 가사로 활용했습니다. 이 단어들은 감옥에서 목숨을 일어야했던 18세 소녀 Helena Wanda Blaziusiakowna가 새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레츠키는 이 시구들을 처음 본 순간 이 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바로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 벽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O Mamo, nie płacz, nie. Niebios Przeczysta Królowo, Ty zawsze wspieraj mnie 

어머니, 울지 마세요. 천국의 여왕, 당신이 저를 언제나 보호해 주십니다.


마치 소녀의 영혼이 되살아나 독백을 읊조리는 듯한 분위기의 2악장이 끝나고, Lento, cantabile semplice로 명명된 마지막 악장이 시작되는데요. Opole 지역에서 전해오는 애도가를 기반으로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끝나기전, A 장조로 전환되어 이승에서 스러져갔던 모든 영혼들을 위로하며 고요히 마무리됩니다. 첫번째와 세번째 악장이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표현한다면, 두번째 악장은 부모로부터 헤어져야했던 자식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느리고 긴, 영혼을 위로하는 경건한 음악이니 만큼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감상하시면 더욱 큰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Beth Gibbon의 노래, 폴란드 국립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입니다. 1악장 0:00, 2악장 25:28, 3악장 33:40 입니다.


https://youtu.be/DoaEEVMrL-g


제프 브리지스가 출현한 1993년 영화 Fearless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순간에 이 교향곡의 1악장이 등장합니다. 겁에 질린 아이를 위로하는 제프 브리지스의 목소리, 참혹한 순간에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무기력함과 비참함이 이 고요한 음악과 함께 잊혀지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https://youtu.be/MQsybvRBy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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