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pared Piano/4'33''
John Cage
드디어 이 분을 소개하는 날이 왔네요. 현대음악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죠. 피아노에 앉은 연주자가 4분 33초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퍼포먼스 또는 작품으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던 4분 33초의 창시자, John Cage(존 케에지입니다.) 존케이지는 전후 아방가르드 음악의 대표주자로 20세기 음악의 진보 또는 일탈의 선구가지요. 1952년 작곡한 4분 33초는 20세기 예술의 위대한, 또는 충격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겁니다. 국내에도 <사일런스>라는 제목으로, 존 케이지의 강연과 글을 모은 책이 출간되어 있는데요. 저도 오래 전에 사놓고, 내용이 매우 난해할까봐 아직 열어볼 염두도 못 내고 있는데, 이번 기회로 조금씩 읽어봐야겠습니다.
Prepared Piano는 피아노의 현 사이에 못, 나사, 지우개 등을 꽂아서 신경을 건드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냅니다. 기존의 아름다웠던 피아노의 소리는 온대간데없고 퉁퉁 튀기거나 긁히는 소리가 관객들의 귀를 자극하지요. 존 케이지는 춤곡 Bachhanale을 통해 Prepared Piano를 처음 도입, 이후에 1946~48년에 걸쳐 작곡한 Prepared Piano를 위한 독주곡인 Sonatas and Interludes를 통해 하나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합니다.
피아노의 각각의 음에서 나는 독특한 소리에 주목하고, 현이 가지고 있던,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계는 사라진 거죠. 케이지는 Henry Cowell이 고안한 피아노 기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헨리 코웰은 피아노 뚜껑 안으로 들어가 현을 쓸거나, 엄지로 뜯거나, 위치를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피아노의 한계를 극복하였습니다. 건반보다는 현의 촉각적 특성에 주목을 하였는데, 존 케이지는 건반으로 초점을 두어, 건반 고유의 촉각과 원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이죠. Bachannale을 작곡할 떄, 타악 편성을 넣으려고 하였지만 초연하고자 하는 공간이 너무 좁아 타악기를 배치할 수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대안으로 생각한게 Prepared Piano였다고 하니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건반악기의 타악기화라고 볼 수가 있는데요. 단 한명의 연주자가 여러 명의 타악주자를 대체할 수 있는, 또다른 형태의 미니멀리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존 케이지는 미니멀리즘 작곡가로 분류되지는 않지만요.
Sonatas and Interludes곡은 전체 16곡의 소나타와 네 번의 Interlude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전체를 모두 연주하면 약 1시간 가량이 소요됩니다. 공연에 따라 전체를 공연하거나 소나타 일부만 연주하는데요. 전체영상과 부분영상을 함께 보시면서 실제로 어떤 소리가 나는지 확인해 보시길 바랄게요.
존 케이지의 명작. 4분 33초를 놓칠 수 없겠죠. 피아노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실내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는, 지금 이순간의 유일한 4분 33초를 느껴 보세요. 중고등학교 음악 실기시험 때, 피아노에 앉아 가만히 4분 33초를 앉은 후 자리에 들어갔을 때 음악 선생님이 뭐하는 거냐고 혼을 낼 때,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연주했다고 응수하면 어떨까요?
존 케이지의 또 하나의 아방가르드 작품, Water Walk도 시간이 되면 감상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