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ns Eisler
라이프치히 출신의 작곡가 Hanns Eisler(한스 아이슬러)는 동독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기억됩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함께 동독의 국가인 "폐허에서 불활하여"를 작곡했고,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갔다가 1947년 귀국하여 동베를린에서 국립음악원 교수를 지냈지요. 음악생활 초기에는 아놀드 쇤베르크를 사사하며 12음계법을 따랐지만 이후에는 대중들이 좀 더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하였습니다. 클래식 뿐만 아니라 재즈, 카바레, 영화음악 등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작품들을 많이 발표했지요.
사실 그는 아버지가 오스트리아인이지만, 동독의 작곡가라고 불리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1925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후 독일 공산당을 열렬히 지지하고 독일 표현주의를 지칭하는 November Group 의 일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활동에 개입하면서, 음악 스타일도 쇤베르크의 12음계뻡과는 점차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었지요. 브레히트와의 조우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들어볼 두 작품은, 2차 세계대전의 참상에 대해 돌이켜 보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첫 번째 작품인 <Deutsche Sinfonie(독일 교향곡)>은 1935 작곡을 시작하여 무려 20여년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으로, 브레히트와 Ignazio Silone의 시에 기반을 둔 11개 악장의 합창 교향곡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1956년에 동베를린에서 초연되었지요.
작곡 초기 당시 이 교향곡의 주제는 나치의 등장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처음의 두악장이 완성되었을 떄 "반히틀러 교향곡"이라는 제목이 붙을 정도였는데요. 나치는 이를 가만히 나둘리가 없었고 당시 프랑스에서 15회 현대음악 축제 시 이 작품이 공연될 예정이었지만, 나치가 프랑스 정부에게 공연을 취소하라고 했지요. 이후에도 한스 아이슬러의 정치적 사상등으로 인해 서방 세계에서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95년이 되어서야 첫 녹음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늦게 빛을 본 작품입니다. 정치적 이념으로 인해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반파시즘의 메시지 만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종을 울립니다.
Präludium
An die Kämpfer in den Konzentrationslagern [To the fighters in the concentration camps]
Etüde für Orchester
Erinnerung (Potsdam)
In Sonnenburg
Intermezzo für Orchester
Begräbnis des Hetzers im Zinksarg [Burial of the trouble-maker in a zinc coffin]
Bauernskantate: A. Mißernte, B. Sicherheit, C. Flüstergespräche, D. Bauernliedchen [Peasant Cantata: A. Crop failure, B. Security, C. Dialogue in whispers, D. Sickle song]
Arbeiterkantate [Song of the class enemy]
Allegro für Orchester
Epilog
독일이 통일되기 전인 1987년 Schauspielhaus Berlin에서의 공연 실황입니다.
두 번째 작품인 <Nuit et Brouillard(밤과 안개)>는,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들어보셨을 누보 로망의 거장 Alain Resnais(알랭 레네)의 30분짜리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2차세계대전 종전 10년 후, 알랭 레네는 폐허가 된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히틀러의 선전 장면등을 배치하며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참혹한 비극을 상기시키고, 한스 아이슬러의 음악이 이 비극의 참상을 극대화시킵니다. 30분짜리 영화이니만큼, 영화를 보시면서 함꼐 등장하는 음악에도 귀를 귀울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