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man
이 영화의 감각은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촘촘하게 직조되어 있습니다. 우연을 가장한 돌발상황, 마주침, 이동 속에서 리건 톰슨의 무의식은 분열과 혼란을 거듭하다 마침내 종국에 이르러 제자리에 돌아왔음을 암시합니다. 정신없는 리건의 뒤를 쫓아가다 그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을 때, 이제 다 끝났다고 안도하게 됩니다.
마치 원테이크와도 같은 촬영기법 속에서, 드러머 Antonio Sanchez가 참여한 ost는 리듬만으로도 영화의 공기를 밀도있게 채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합니다. 떠오르는 배우와 신경전을 벌이며 걷는 장면에서 특히 그 감각이 빛을 발하는데요. 몇년 전 LG아트센터에서 Antonio Sanchez가 내한하여 <버드맨> 음악에 대해 강의하고 공연했었는데요. 원래 드럼에 큰 관심이 없었다가, 그의 공연을 보고 나니 드럼이 이렇게나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악기였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