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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에 대한 침묵, 선량함을 향한 비수가 되다

이 돌을 던질 자, 누구인가!

by 자크슈타인


우리는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다.


사악함에는 침묵하고, 상식에는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태반.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누군가가 정말로 악한 짓을 저지를 때, 상식에서 벗어나는 못된 짓거리, 역겹거나 잔인하거나,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정도로 부당한 탐욕과 폭력작 권력을 휘두를 때에도 사람들은 웬일인지 그저 조용하다. 입을 다물고, 시선을 피한다.

그건 마치 뉴스 속 희한한 해외토픽이나 가십성 기사를 구경하듯 소비하고 잊어버리는 모습을 닮아있다.

“이런 미친!” 혹은 “와, 저런 사람도 있네.” 하고는 끝이다.


그들의 일이 자신의 일상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실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게 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혹은 그 사악함이 무섭거나, 헹여나 나섰다가 미친개에게 물릴까 걱정이라도 들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되는 걸까.


진짜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짜 비판은 필요하기도 하고.


그런데 상식적으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 원칙을 지키려는 사람, 나름 진지하고 성실하게 뭔가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묘하게도 훨씬 가볍게, 훨씬 무심하게, 심지어 빈정대듯 독설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별 거 아니잖아.”

“왜 이렇게 오버해?”

“그렇게 혼자 깨끗한 척하지 마.”


툭툭 던지는 말들. 조롱하고, 농담인 척하며 무심하게 상처를 준다. 그들이 만만해 보여서? 좀 무시해도 뭐라고 하거나 내게 피해를 주진 않을 것 같아서?


이런 현상은 단순한 개인적 악의나 습관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위계와 위험을 계산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문제가 아닐까.


우리는 매일 목격한다. 지도자가 거짓말을 하고 부당하게 권력을 사유화해도,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해도, 정치인이 국민을 기만해도, 사람들은 그런 일들의 옳고 그름보다 그들이 내편인지 아닌지를 먼저 계산하고, 그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


나에게 이득을 주는 사람이거나 내 편이라 생각되면 입을 다물고, 심지어 나서서 애써 그들을 옹호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내 편이 아니라는 진영 논리가 선 후에는 선량한 시민의 작은 실수이더라도, 평범한 직장인의 서툰 모습이더라도, 선의로 나선 사람이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냈을지라도, 사람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이런 현상은 현대 사회의 도덕적 비겁함이 만들어낸 기괴하고 뒤틀린 정의감의 산물이다. 우리는 진짜 악에 맞설 용기는 없으면서, 미숙함과 선량함을 조롱하는 데에는 놀랍도록 용감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이 추악한 민낯을 직시하고,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도덕적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지를 직시하고 어떻게 해야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왜 진짜 사악함에는 가만히 침묵하는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다. 폭력적이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 집요하게 반격할 만한 사람에게는 웬만하면 맞서려 하지 않는다. 괜히 건드렸다가 자신에게 피해가 오면 안 되니 대중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생존 본능은 진화의 산물일까. 그게 더 안전하니까. 앞장서서 이를 비난하거나 정의를 내세워 싸우면, 나 혼자만 피곤해지고, 상처 입고, 심지어 낙오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

“니 일이 아니면 공연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행동 법칙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이런 태도로 인한 결과, 사악함은 쉽게 자리 잡는다. 폭력과 부당함은 그렇게 은밀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자리를 잡고, 이 대담한 권력자들은 “저항하지 않는 대중”을 발판 삼아 더 기고만장해져 적절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그 권력의 중심을 향해 한가닥 이익이라도 취하고 싶어 하는 부나방들이 하나둘 달라붙기 시작한다.


그렇게 권력의 블랙홀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들은 대중이 침묵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대중을 더욱 두렵게 만들고, 체념하게 하고, 결국 무관심하게 만들려 노력한다. 그렇게 혐오의 정치, 멸시의 시선, 체념의 문화가 암세포처럼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간다.


그러나, 잘못을 지적하고 이에 저항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목소리는 이미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어진 철 지난 백신, 임상에서 실패한 항암제처럼 공허한 메아리만 남긴 채 조롱받고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


왜 상식적인 사람에게는 더 쉽게 돌을 던질까.

상식적이고 성실한 사람들은 독하지 못하고 반격도 잘 못하기 때문에? 만만해 보여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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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바람의 지식창고이자 사색공간, B612 입니다. IT업계에서 기획/전략/마케팅/영업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기술트랜드에 대한 공부와 함께 삶과 사랑에 대한 사색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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