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 보고서 (5)

Chapter-2 그루이트

by 옥광



할은 젤 위에 누운 채 고개만 들어 그 초록빛 그루이트의 외모에 감탄하고 있었다. 이때, 초록빛 뒤로 오렌지색과 노랑색 빛이 보였다. 또 다른 여성형 그루이트들이 다가왔고 저 초록빛 그루이트처럼 성기 안쪽에서 밝은 빛을 뿜어냈다. 둘 다 초록빛 그루이트보다 키도 가슴도 더 컸고 오렌지빛 그루이트는 허리는 훨씬 가늘었다. 엉덩이는 매끈한 피부 때문인지 탱탱한 두 개의 짐볼 같았다. 할은 손가락을 튕겨 홀로그램 지도를 꺼내봤다. 할의 위치는 탐사기지와 그녀가 빠졌던 젤 호수의 거리보다 두 배는 먼 곳이었다. 그리고 할의 현재 위치 좌표 주변으로 아름다운 초록빛, 오렌지빛, 노랑빛 점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빛을 뽐내는 그루이트 주변으로 만개한 카틀레야 꽃잎을 두른 돌출 성기를 가진 작고 왜소한 체격의 남성형성기 그루이트들도 있었다. 키가 여성형성기를 가진 그루이트들의 어깨 정도 높이쯤 되려나. 각각 초록빛, 오렌지빛, 노랑빛을 따르는 남성형성기 그루이트들은 따르는 여성형성기 그루이트 주변에 모여 있었다.

이때, 노랑빛 그루이트 주변의 남성형 성기 그루이트 중 몇 마리가 어딘가 아픈 듯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기 시작했다. 또 그중 몇몇은 입으로는 젤을 쏟아내서 가뜩이나 왜소한 체격이 더 쪼그라드는 것처럼 보였다. 옆에 서 있던 더 작고 어려 보이는 그루이트들이 쏟아내는 젤을 다시 입에 넣어줘 그나마 잘 버티는 그루이트도 있었지만 쏟아내는 양이 다시 넣어주는 양보다 많아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는 그루이트도 있었다. 그것들의 주인처럼 보이는, 성기에서 노랑색을 빛내는 큰 그루이트는 오렌지빛 그루이트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젤을 토해내는 왜소한 남성형성기 그루이트들이 그러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아했다. 할은 기지에서 구역질로 토사물을 토해내던 미하르와 민수 생각이 났다.


[키, 끼끼, 키이, 끼, 끼이]

[이, 이끼, 키]


의사소통을 완전히 소리로만 하는 건 아닌가 보다. 둘은 중간중간 서로의 손을 이마에 짚기도 하고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 가는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를 자랑하는 오렌지빛 그루이트가 노랑빛 그루이트의 배에 손을 얹어 보이는 것도 보였다. 초록빛 그루이트도 노랑빛 동그랗게 나온 배에 다가가 가까이 들여다보는 게 보였다. 오렌지빛 그루이트는 중간중간 노랑빛 그루이트의 남성형성기 그루이트들이 젤을 역류해 낼 때 흐뭇하게 그것들을 바라보았고 노랑빛 그루이트는 그것들이 쏟아내는 젤이 바닥의 핑크색 젤과 섞이는 걸 장난치듯 자신의 발로 휘휘 저어 보이며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아니, 저게 뭐야?! 저 그루이트 새끼를 가졌구나!’


노랑빛 그루이트의 배가 볼록 올라와 있던 이유가 있다. 할이 그들의 아름다운 가슴과 엉덩이에 눈이 먼저 가 볼록 나온 배를 자세히 못 본 것이다. 단지 배의 모양 때문에 임신을 확신했던 건 아니다. 그렇다고 나노칩 정보를 확인한 것도 아니다.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노랑색 불빛이 성기에서 뿜어져 나와 밝게 밝히고 있었기 때문에 반투명한 피부 안, 함몰형 성기 윗부분 휴먼으로 비유하자면 여성의 뱃속 자궁 위치에 아기 형태의 작은 그루이트가 웅크리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지구의 포유류와 생식기적으로 흡사하다니! 할은 몹시 흥분됐다. 이건 스캇의 보고서에는 없던 거였어! 할은 유닛에 탑재되어 있는 블랙박스에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이 잘 기록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엄지와 네 번째 손가락을 튕겼다. 이때, 홀로그램 지도에 보랏빛 점도 반짝이기 시작했다. 할은 보랏빛 점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상대로였다.


“빙고. 그때 딱, 멀리서 보라색 빛이 보이더라고!”


민수 대신 기지의 몇 가지 체크사항을 점검하던 재시가 미간을 구기고 할을 노려봤다. 그런데도 할은 물러나지 않았다.


“이번엔 성기에서 보라색 빛을 뿜는 그루이트였어. 이것도 장난 아니게 근사했지! 어? 어디 가, 재시? 민수한테 가는 거야? 같이 가. 가면서 계속 들어봐!”


성기에서 보라색 빛을 뿜어내는 여성형성기를 가진 근사한 그루이트가 카틀레야 꽃잎을 달고 있는 남성형성기의 그루이트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네 개의 빛이 모여 반짝반짝 빛났다. 네 마리의 돌고래 소리는 두 마리, 세 마리 때 들리던 돌고래 소리와는 비교가 안 되게 요란했다. 처음 할이 만난 초록빛 그루이트가 보랏빛 그루이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보랏빛 그루이트가 가볍게 손짓을 했고 보랏빛을 따르던 남성형성기 그루이트들이 위를 바라보며 일제히 누웠다. 그것들은 얼굴의 눈, 코, 입과 상체의 가슴 약간, 그리고 카틀레야 꽃잎이 둘러진 꼿꼿한 성기를 젤 밖에 내놓았다. 너른 핑크색 젤 바닥에 카틀레야 꽃밭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아름다웠다.


다른 빛을 따르던 남성형성기 그루이트들은 몇 발자국 물러났고 젤을 토해내던 그루이트들 몇몇은 질질 끌려 물러났다. 그것들이 움직이는 바람에 꽃밭을 향한 할의 시야가 가려졌다. 할은 조심스럽게 상체를 숙여 네 발 자세로 그루이트들 사이를 지나 카틀레야 꽃밭으로 다가갔다. 그 꽃밭을 가까이 보고 싶었다. 그런 할을 신경 쓰는 그루이트는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할의 눈앞에 눈부시게 화려한 장관이 펼쳐졌다. 그리고 할이 처음 만났던 초록빛 여성형성기 그루이트가 할 곁을 지나 카틀레야 꽃밭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그 그루이트는 꽃수술 같은 그것들의 녹진한 성기를 만져보기 시작했다. 길고 매끄러운 손가락을 이용해 튕겨도 보고 만져도 보고 단단함을 보려는 듯 지그시 눌러도 보았다. 건드릴 때마다 성기 주변의 카틀레야 꽃잎이 파르르 떨렸다. 곧 그루이트들의 성교가 시작됐다.


그것들의 성교와 성기를 사용하는 방식은 지구 포유류의 사용법과 매우 흡사했다. 아니 거의 같았다. 그래서 여성형성기 그루이트가 가진 초록빛이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깜빡깜빡거렸다. 깜빡임 때문인지 할은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고 남성형 성기를 가진 그루이트가 성교 끝에 사정을 하는 것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삽입 운동 끝에 미세한 젤 형태의 액체가 돌출성기에서 나와 초록빛 여성형성기 그루이트의 체내에서 퍼지는 것이 보았다. 다 성기 안에 삽입되어 환하게 밝혀주는 발광나노칩 덕분이다.

한 마리의 남성형 성기의 그루이트가 남성 휴먼과 같은 삽입 운동을 하는 동안 다른 남성형 성기를 가진 그루이트들은 초록빛 그루이트의 주변에서 그것의 피부를 비벼대며 스킨십을 나누고 있었다. 그럴수록 음낭처럼 보이는 꽃잎이 만개되어 가는 것이 발기된 성기가 누그러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삽입 운동을 하던 그루이트가 사정을 마치면 초록빛 그루이트는 가까이 있는 다른 남성형 성기의 그루이트의 머리를 낚아 채 성교를 이어 갔다. 그렇게 초록빛 그루이트는 작은 그루이트들과 여러 마리와 성교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와 성교를 마쳤을 때 크게 만족스러워 보이진 않았다. 남성형성기 그루이트들이 먼저 지쳐 보였기 때문이다. 초록빛 그루이트는 뭔가 아쉽다는 듯 남성형성기 그루이트들의 힘없는 성기를 툭툭 건드렸다. 몇 마리가 노력하는 듯 보였지만 실패했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자, 재시! 이제부터가 진짜야! 내가 진짜 엄청난 걸 봤다고.”


할은 이렇게 떠들어대는데도 재시가 눈길 한 번을 안 주자 재시의 팔을 붙잡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재시, 들어보라니까.”

“할, 그걸 꼭 지금 이야기해야 돼?”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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