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 보고서 (7)

Chapter-3 재시

by 옥광



스캇이 지구로 귀환하기 몇 시간 전이었다. 재시는 스캇에게 가장 강한 진통제를 먼저 주입했다. 마취제는 그다음이었다. 동시에 주입했더니 마취제가 진통제의 효능을 반감시키는 결과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진통제가 효과를 발휘해 고통이 감소가 확인되면 그제야 강한 마취제를 투여했다. 뒤틀린 채 마구 떨리던 스캇의 몸이 차츰 제자리로 돌아왔다. 스캇은 키가 192cm에 100kg이 나가는 건장한 체격이었기에 몸부림을 치며 관절을 마구 꺾어델 때 재시는 감당이 안 될 만큼 힘들었다. 민수와 미하르가 돕겠다고 나섰지만 스캇의 배설물을 더러워하느라 제대로 도움이 되어 주진 못 했다. 결국 다 내보낸 채 포획유닛을 이용해 겨우 제압한 후 약물로 진정시킬 수 있었다. 재시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스캇이 더럽힌 자재는 모두 폐기처분시킬 것이다.


스캇의 냄새가 거의 빠진 후 미하르가 스캇을 보러 들어왔다. 그는 스캇의 얼굴을 쓱 한 번 보고 수고했다며 재시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서 안 그래도 좋지 않을 재시의 기분이 더 나빠졌다. 미하르가 충분히 토닥이고 나서도 재시의 어깨에서 손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손이 점점 목덜미 쪽으로 움직였다. 재시의 솜털이 바짝 서는 순간 거칠게 어깨를 흔들어 그 손을 뿌리쳤다.


“어이쿠, 미안, 미안 재시. 나도 모르게 그만, 이게 다 그루이트 때문이야. 나이 많은 재시에겐 아무 감정도 없다고, 알지?”


미하르는 멋쩍게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났고 곧 민수가 들어왔다.


“왜 그래? 재시, 미하르가 왜 저렇게 나가지? 스캇은 이제 괜찮은 거야?”

“응, 그렇지 뭐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출발하는데 문제만 없으면 되는 거잖아.”

“무슨 대답이 그래? 하아… 재시, 그리고 미하르에게 좀 잘해줘. 알잖아, 얘들이 아직 어려서 그렇다는 거.”

“아… 그래… 어려서…”


***


여러 달 전, 탐사를 나간 스캇이 구조 신호를 보내왔었다. 미하르는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나서 탐사유닛과 포획유닛을 다 갖추고 스캇을 구조해야겠다며 나섰다. 나가기 전, 미하르는 민수에게 물어보았다. “민수, 진짜 같이 안 갈래?”


미하르는 민수 바로 옆에 재시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같이 나가자고 물었다. 재시는 그런 미하르가 하나도 신경 안 쓰인다는 듯 뒤돌아섰고 민수는 어서 나가보라며 미하르의 등을 떠밀었다.


“자꾸 왜 물어보는 거야? 미하르, 나는 안 가. 어쨌든 구조 신호는 구조 신호니까 너는 서둘러서 나가보라고.”

“그래, 그래. 빨리 가야지.”


기분 좋게 대답한 미하르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나갔다. 그렇게 미하르까지 나가면 그 둘은 그루이트 한 마리를 포획해 돌아왔다.


처음부터 스캇이 미하르를 필요로 한 건 아니었다. 스캇이 미하르를 끼워 준건 어느 순간부터 미하르가 그루이트를 포획하는데 자신도 껴 달라고 스캇을 졸랐기 때문이다. 미하르는 그루이트를 자기가 고르고 싶다고 했다. 여성형성기 그루이트의 완력이 보통 휴먼보다 강하긴 하지만, 거구의 스캇이 자기 키보다 조금 크거나 작은, 엇비슷한 키의 여성형성기를 가진 그루이트를 포획하는 건 포획유닛만 있다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스캇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었다.


포획유닛은 본래 신체가 가진 완력보다 더 강한 힘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노섬유로 만들어진 내복과 비슷한 형태의 의복으로 맨살에 착용해야만 한다. 대소변을 배설하기에 유용하도록 디자인적으로도 실용적인 면이 잘 반영이 되어 있다. 이걸 처음 착용하면 본래 가진 힘보다 강해진 힘에 스스로 적응을 못 해 되레 물 한잔 마시기도 어려워질 수도 있다. 잡는 컵마다 족족 깨트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미하르는 여기에 적응하는 것이 귀찮다며 포획유닛 훈련을 등한시 여겼다. 그러나 어느 날, 스캇이 포획해 온 그루이트와 어울리는 것을 보더니 그때부터 열심히 적응훈련에 매진했다. 트레이닝룸 밖에서도 유닛을 입고 함부로 돌아다닌 미하르 때문에 몇 번의 기물파손이 있었고 재시가 다칠 뻔했지만 그때마다 민수가 중재를 잘해주었다.


컨디션이 매우 좋아 보이는 스캇이 자신을 구조하러 온 미하르와 돌아왔다. 여성형성기 그루이트와 함께였고 그 그루이트는 일렉트릭 피시넷에 쌓여 있었다. 재시가 콜로니에서 봤던 생명체들은 일렉트릭 피시넷에 쌓이면 전기충격에 당황해 더 크게 움직이다 기절하기가 일수였는데, 이곳 그루이트들은 전기충격과 충격을 받을 때 튀는 작은 스파크를 오히려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과 한 마리 그루이트는 유로파 공기의 썩은 달걀 냄새를 씻어 줄 프레쉬룸에 먼저 들어가야 했는데 그루이트가 컨트롤하기 위해 주는 전기 충격을 오히려 당하고 싶어서 일부러 지시하는 반대 방향으로 가려는 것처럼 보였다. 스캇과 미하르, 두 사람은 그루이트한테 일어나는 스파크를 기꺼이 즐기며 프레쉬룸으로 들어갔다. 거기까지였다. 재시는 이후, 프레쉬룸과 그리고 포획룸까지 연결된 자신의 통신은 다 꺼버렸다.


잠시 후, 썩은 달걀 냄새가 씻겨진 그루이트는 포획룸으로 옮겨졌고 스캇과 미하르도 포획룸으로 따라 들어갔다. 둘은 일렉트릭 피시넷만으로도 충분히 그루이트 컨트롤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포획유닛을 착용을 계속 유지했다. 재시는 그들이 포획유닛을 진짜 속옷쯤으로 여기고 계속 착용하는 대신 여성형성기 그루이트에게 둘러진 일렉트릭 피시넷은 벗겨낼 거라 미루어 짐작했다.

한 번은 재시가 포획룸에서 막 나온 스캇과 미하르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어때, 미하르? 네 성기가 그 안을 들쑤시고 있는 걸 보는 기분 말이야.”

“아… 크크. 스캇, 그게 막 헤집고 다니는데 너무 좋아서 내가 침 흘리는 걸 까먹을 정도야. 작은 아버지 말 대로 여기 오길 잘했어! 그런데 조금만 더 잘 보이면 좋을 것 같단 말이야. 무슨, 더 좋은 방법 없을까? 움직이는 내 성기를 더 잘 보고 싶어서 자꾸 그루이트 엉덩이에 코를 박으려고 한다니까. 뭐,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

잔뜩 아쉬워하며 움츠려 든 미하르의 어깨를 스캇이 툭툭 치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 미하르, 이것 좀 봐봐.”


미하르에게 자기만 믿으라던 스캇은 상당히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미하르의 얼굴 앞에 작고 투명한 나노칩 샘플 케이스를 들어 보여주는 게 보였다. 곧 스캇이 가볍게 홀로그램 키패드를 조작하니 그 케이스 안에서 밝은 노랑빛이 뿜어져 나왔다. 첨엔 눈이 부셔 눈을 질끈 감아 구겨졌던 미하르의 얼굴이 빛에 대한 적응의 시간을 갖고 나니 그 빛보다 밝아졌다. 둘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는 게 보였다.

재시는 이 이야기를 우연히 보게 된 걸 저들에게 들킬까 침을 조용히 삼켰다. 키득키득거리며 걷는 저들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나서도 잘못한 것도 없는 재시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가만히 숨을 가다듬었다.


탐사기지의 공간과 자원의 제약으로 그루이트는 한 번에 한 마리씩만 포획이 가능하고 <2형문명 우주환경 보호법>에 의해 조사관찰 후에는 최대 350시간 내에 방생을 해주어만 한다. 그 이후로는 이식해 놓은 칩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스캇과 미하르는 여성형성기 그루이트를 잡아오면 그루이트를 감금, 조사 관찰하기 위한 포획룸에서 거의 머물렀다.


처음에 스캇은 화려한 카틀레야 모양의 성기가 달린 작고 왜소한 그루이트를 잡아왔다. 잡아올 땐 멀쩡했던 이 작고 왜소한, 귀여운 그루이트들 중 어떤 것들은 자주 아팠다. 아플 때면 입으로 젤을 마구 토해냈다. 어떤 그루이트는 몸이 뒤틀리면서 아파하기도 했다.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 검사를 면밀하게 진행했지만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깨끗했다. 그루이트들은 죽고 나면 외피가 바로 분해되고 표면장력이 무너지듯 체내 젤이 모두 쏟아졌다. 키핑캡슐에 표본으로 넣는 것도 몇 번 실패하고 쏟아진 젤 치우는 것도 귀찮고 당연히 치료방법도 모르니 아프다 싶으면 바로 기지 밖으로 내보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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