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재시
미하르는 캡슐에서 알몸으로 눈만 깜빡이며 웃고 있는 대체 요원을 보았다. 안 그러려고 했지만 그루이트와 비교되었다. 이곳 그루이트는 정말 엄청난데 휴먼 여자라는 건 참 볼품이 없구나. 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한 꽃을 달고 있는 남성형성기 그루이트 같았다.
재시는 어쩔 수 없이 동의했고 민수는 겨우 얻은 재시의 동의 하에 포획룸으로 들어갔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포획유닛을 단단히 챙겨 입었고 또 만약을 위해 탐사유닛은 아직 착용하지 않았다. 방금 전, 복도에서 마주쳤던 미하르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민수에게 고맙다며 친절한 미소를 보냈다. 미하르는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일렉트릭 피시넷을 그루이트에게 감아놓지 않았다. 처음 몇 번 봤을 때보다 배가 둥그스름하게 볼록 나온 아름다운 그루이트가 길고 쭉 뻗은 두 다리를 벌려 초록빛으로 빛나는 부드럽게 벌름거리는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시간이 촉박하다. 민수의 마음이 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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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이 ━━━━━━━━━━━━━━━━━━━━
할이 재시를 귀찮게 하는 사이 자기 룸에 있던 미하르의 심정지 소리가 들렸다. 미하르는 할이 탐사 중일 때도 한 번 크게 아팠었다고 했는데 안정을 찾자마자 다시 찾아온 위험증상으로 심장에 무리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재시는 원격으로 의료키트를 컨트롤하며 토하고 싸면서 뒤틀리는 민수를 내버려 둔 채 미하르의 방으로 뛰어갔다. 할도 재시를 쫓아가고 싶었는데…
“할! 넌 여기 있어!”
재시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할은 이대로 민수를 남겨둔 채 재시를 쫓아갔다간 재시 손에 죽을 것 같았다. 최소 맞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할이 민수의 고약한 냄새에 코를 있는 힘껏 비틀어 버티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민수의 룸 문을 열었다. 이때, 재시가 터벅터벅 돌아왔다.
“재시… 미하르는 괜찮아?” 할이 재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어봤다.
“할, 너 어딜 가려던 거였어? 민수는? 민수는 별일 없었어?”
“아, 아무 데도. 민수, 민수는… 아마도…”
재시가 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수의 곁으로 가 민수의 상태를 확인했다. 더러운 몰골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민수는 다행히 미하르만큼의 위험한 고비 없이 무사히 넘긴 것 같다. 미하르와 민수 사이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동분서주 움직인 재시의 얼굴은 할이 처음 봤을 때보다 족히 10년은 늙어 보였다.
“저기… 재시, 괜찮…”
“뭐?”
할이 재시는 괜찮은지 물어보려 했는데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재시가 날카롭게 끊었다. 재시는 몹시 예민해 보였다. 사실 재시는 훨씬 이전부터 예민했었는데 그걸 할이 이제야 알아주는 것이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저기 재시도 좀 쉬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재시는 괜찮아?”
“나야 머…”
“아니야, 그래도 다들 한숨은 돌린 거 같은데 재시도 좀 쉬어. 식사는 했어?”
“할… 너 같으면 밥맛이 있겠니?”
“아, 아무래도 그렇겠지.”
할은 큐브가 아닌 태어나 처음 먹어본 재시가 만든 요리 생각이 났다. 정말 자극적이었는데. 할은 입속 점막이 그렇게까지 예민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입술, 혀는 말할 것도 없고 잇몸까지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걸 알게 해 준 재시가 대단하면서 짠해 보였다.
“재시, 아무튼 좀 쉬어. 여기는 내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을게.”
재시는 피식 웃더니 “됐어. 할 그보다 너 아까부터 하려던 중요한 이야기라는 게 뭐야?”
“아, 그거? 아니야, 나중에 이야기하자. 재시는 좀 쉬어야 하니까.”
“할, 네가 중요하다며! 그래서 지금 물어보잖아. 그게 뭐냐니까?”
할은 매우 친절하게 대답했다. “재시, 아니라고. 중요하긴 한데 아니라고. 재시는 가서 좀 쉬어.”
“하… 할! 그냥 좀 말해. 아까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쫓아다니면서 닦달을 하더니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재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깜짝이야. 재시… 아니 그러니까 재시, 지금 듣고 싶은 거야?”
“할!” 재시가 진짜 크게 소리를 질렀나 보다. 약에 취해 잠든 민수가 움찔했다.
“알았어, 재시. 이야기할게. 할게… 그래서 말이야…” 할은 또 뜸을 들이다 재시가 못 참고 움찔하려고 할 때 입을 뗐다. “우선 스캇이 남기고 간 기록을 확인 좀 해보고 싶은데. 재시가 내가 열람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 이전 스캇의 보고서는, 물론 훌륭했지만 뭔가 중간중간 듬성듬성 비어 있는 부분이 보였거든. 기승전결에서 ‘승’과 ‘전’이 뭐랄까… 아주 누락된 건 아닌데 뭔가 다른 크기, 다른 글씨체로 쓴 것 같달까? 내가 봤을 때 중간중간 연결이 매끄러워 보이지 않는 지점이 있었다고나 할까?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랭크가 많이 발견됐어. 그래서 보고서 작성 전에 스캇이 직접 작성한 개인 기록이 보고 싶어. 재시, 열람 가능하지?”
아… 스캇… 스캇 이름을 들은 재시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재시는 입 안이 바짝 마르는 듯 혀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렸다. 재시는 작은 한 숨을 몇 번 쉬고 마지막으로 크게 한 숨을 내쉰 후에야 할에게 스캇의 소식을 전했다.
“그게… 할. 스캇이 죽었어.”
“뭐? 왜?”
“나도 자세한 이유는 듣지 못했어. 콜로니로 가는 길에 사망했다는 통신만 들어왔어.”
할은 스캇을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스캇이 죽었다는 소식에 막 어떤 슬픔 같은 게 밀려오진 않았다. 그렇다고 재시도 위로가 필요할 만큼 슬퍼 보이느냐?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할은 그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또 재시가 스캇이 죽었다는 이유로 본사 규정에 따라 개인 기록 열람을 쉽게 안 해줄까 봐 그게 우려됐다. 아니, 도대체 스캇은 왜 하필 언제, 지금 죽은 거야?!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