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by 인간 연습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 와서 꽤 오래 키웠다. 두 마리를 샀는데,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쪼기 시작했다. 그러지 못하게 막아도 소용이 없었다. 마치 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쪼아대더니 결국 죽고 말았다. 살아남은 녀석은 잘 자랐다. 상자 밖을 뛰어넘을 정도로 자라더니 한 번은 베란다에 열린 고추장 독에 빠졌다. 날개를 파닥거리는 녀석을 겨우 꺼내 고추장을 씻겼다. 엄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나는 병아리를 아꼈다. 다른 한 놈을 죽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는 짓이 이뻤다. 집안을 펄쩍 꺼리며 날아다니는 통에 정신이 없었지만, 쑥쑥 잘 자라서 닭이 되기를 바랐다.

병아리가 죽은 건, 외출하고 돌아온 현관문에 몸통이 치이고 그 상처가 독이 되었는지 그 뒤로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 안 되어서였다. 나는 펑펑 울었다. 현관문을 열어젖힌 건 동생이었는데, 나는 동생을 원망했다. 병아리가 왜 현관문 앞에 있었는지 병아리도 원망했다. 병아리가 빠졌었던 고추장 독이 보일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나는 두 번 다시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 오지 않았다. 상자 안에 든 병아리를 봐도 귀엽다는 생각보다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얼마 뒤에 나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엄마의 병간호를 받으며 누워 있었다. 열이 높게 올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병아리가 쪼아 죽인 다른 병아리가 생각났다. 나는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네가 죽을 때는 그렇게 슬프지 않았는데, 나중에 너를 죽인 병아리가 죽을 때는 슬퍼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맥없이 처져서 옆으로 누운 병아리의 눈동자가 생각나고, 상자에 실려 우리 집에 왔다가 결국 죽게 된 안타까운 운명들을 생각한다. 어쩌면 나도 병아리들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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