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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Aug 23. 2019

새벽이 있는 삶

워킹대드 주짓떼로2 - 1편



새벽 5 40. 율이가 기침한다. 일어나셨습니까? 오냐, 아침 분유를 대령하거라, 출출하구나. 예에, 바로 수라를 올리겠사옵니다. 나는 능숙한 내관처럼 부엌으로 달려가 보온 포트를 누르고 젖병을 준비한다. 분유를 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2 사이. 그러나 허기를 느낀 율이는 그마저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어허, 내가 허기를 느껴 이리 이른 시각에 기침하였는데도, 어찌 바로 음식을 대령하지 않는 게야. 내가 진노해야만 네가 정신을 차리겠구나. 아니, 그게 아니오라. 어허, 말이 많도다.

 

집안 가득 울려퍼지는 율이의 울음 소리에 나는 하는  없이 다시 달려가  손으로는 율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 분유를 타기 시작한다.

 

 너의 정성을 보아 잠시 잠깐은 책망하지 않을 것이나, 일각이 여삼추로구나 서둘러 준비해야  것이야. 예예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나는 허리를 굽실거리며 율이를 달래며 분유를 탄다.

 

아이를 눕혀 분유를 먹이며 시계를 보니 6시가  되었다. 오늘도 운동은  갔구나.

한 손으로 분유 타기 너무 어렵다



 

워킹대드 주짓떼로들의 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없지만(아직 공식 통계가 없는 관계로), 아침부터 수업을 시작하는 새벽반은 전국 유일 우리 도장 (홍보 맞다)이므로, 우리 도장 내에서 세어본다면 아마도 10명이  안될  같다.

 

아침 6시는 여러모로 애매한 시간이다. 그냥 내버려 두면 존재하는지도   없는 시간. 그런 시간을 워킹대드와 주짓떼로가 서로 나누어 쓰려고 하니 잠잠한 평화의 상징인  시간대가 나에겐 가장 치열한 삶의 순간이 되곤 한다.

 

**

 

“오빠, 주짓수  갔어?”아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묻는다.

“응, 율이가 배고 파서 일찍 깼네. 나는 애써 밝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내는 관대하다. 아내가  글을 읽을 까봐 그러는  아니라 정말 관대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적극 찬성이다. 다른 워킹대드 주짓떼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복을 사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하는데, 아내는 오히려  비싸고 멋있는 도복을 사라고 부추기는 판이다. 물론, 나는 그런   실력이   입어야 멋지다고 아내를 진정시키곤 한다. 그리고, 여보, 사실 진짜 비싼  내가 말한 가격에 0하나  붙는단 말이야..

 

아무튼, 그럼에도 나는  알아서 기는 편이다. 우는 율이를 아내에게 맡기고 주짓수를  봐야  마음도 좋지 않고 아내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육아 휴직을 하는 중이라 하루 종일 율이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자유와 여유를 주기 위해서 주짓수의 시간을 조금 희생한다. 그게 내가 찾은 적정한 밸런스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추구하는 밸런스가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이라면, 워킹대드 주짓떼로에게는 육아, , 주짓수의 밸런스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우에는 일이야 어쨌든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육아와 주짓수에서 육아를 70, 주짓수를 30정도로 잡는다. 아침에 율이가 깨서 칭얼대면 도장은 포기,  잠들어서 집안이 조용할 때만 살금살금 나와 도장에 간다.

 

**

 

혹자는 그럼 저녁에 가면 되는  아니냐고 묻는데, 어불성설이다. 워킹대드에게 저녁은 온전한 육아 시간이다.  약속도 잡아서는  되고, 왠만한 볼일은 점심시간에 마쳐야 한다. 저녁 동안이라고 해봐야 아이들은 10시면 잠이 들기 때문에  시간 되지도 않는다.

 

주짓수가 승급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운동이듯, 육아도 승급에 시간이 걸린다. 율이에게 다른 무작위의 성인 남성들과는 아빠가 어딘가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인식 시켜주기까지 거의 4개월이 걸렸다. 주짓수에서  그랄을 받는  걸리는 시간 비슷하게 걸린 셈이다.  존재에게 내가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아끼고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는  느끼게 해주기까지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잘은 몰라도   해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평생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

 

아이를 낳는 순간, 아빠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 나는 워킹대드의 길을 가고 있다. 그랄도 없고 띠도 없는  막막한 길에 율이의 꺄르르 넘어가는 웃음과 신나서 구르는  동동, 머리 도리도리가  역할을 한다. 좋아, 자네 이제 그랄 하나 달아도 되겠어, 라고 인정받는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슬며시 아침 운동을 나가다가 상상을 한다. 어쩌면 율이는 이미  알고 있는  아닐까. 이번주 내내 아침 차리느라 고생했으니 오늘 하루 쯤은 주짓수를 다녀오시게, 하고 보내주는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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