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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별 Mar 28. 2021

사표 낼까, 말까?

복직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갑자기 인사발령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얼음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지도 못 한 곳으로 발령이 났다. 워낙 힘든 부서라고 익히 들어왔던 곳에 발령이 나서 속상한 마음에 기분 전환도 할 겸 짐을 싸서 강릉으로 떠났다. 사랑하는 안목해변 카페거리의 브런치 카페에 갔다.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맛있어 보이는 파니니, 블루베리 소스가 얹어진 프렌치 토스트가 앞에 높여있었지만 입맛이 썼다. 내 눈은 멍하니 저 수평선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았다. 파도를 따라 지나온 10년의 세월이 내 앞에 일렁였다. 얼마나 많이 아팠고 울었던가! 십이지장 협착으로 못 먹어 입원까지 했고, 불면증과 불면증의 짝인 우울증 때문에 쌀 씻다 말고도 죽고싶은 마음과 싸웠었지. 애꿎은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화 내다가 미안해서 끌어안고 울다가 지켜야할 아이들 덕분에 버텨냈지. 아파서 누워있는 몸이었지만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아픔만큼 성숙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나도 컸고 아이들도 키워냈다. 남은 휴직 기간도 없으니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못 버티면 사표뿐이다. 사실 두렵고 자신이 없었다. 그동안 일을 할 때마다 건강이 악화되었고 힘들게 버티다 결국 도망치듯 휴직을 선택했었다. 휴직을 하고 건강을 관리하면 몸이 좋아졌지만 복직을 하면 다시 건강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직장에서 나의 평판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다시 건강이 악화된다면 내게 남은 것은 사표뿐.

성공적인 복직을 위해 휴직 기간 동안 열심히 했던 자기계발을 떠올랐다.      

-김미경 원장님의 오프라인 강의

-체인지 그라운드 빡독 스피치 참여

-씽큐베이션 독서모임 '실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참여

-달팽이 첼린지 참여

-민코치님의 '조금 다른 자기계발 이야기' 강의

-캔두님의 PPT 수업 참여

-휘클럽 프리미엄 강의

-휘클럽 소모임 Having 노트 모임

-다정한정긍정님의 왼손 필사 모임

-박현근 코치님 강의

-열정로즈의 청약 정규강의

-뽈리샘님의 나.행.성 마음 글쓰기 모임

-자기계발 심화 편인 민코치님의 그룹코칭

-그 외 많은 강의들

-운동 시작(달리기, 요가 등)     


10년 동안 괴롭혔던 불면증도 고쳤고 그 경험으로 수면 자체를 두려워 하는 분을 코칭하여 그 분이 기적 같은 꿀잠을 자도록 도와주었다. 운동해서 몸도 좋아졌으니 아무리 힘든 곳이더라도 버틸 수 있겠지? 앞으로 가야할 10년. 10년 후 ‘최고의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계속 머리 속에 그려보았다. 건강하고 따뜻하고 실력있는 사람, 수면코치로서 세상에 기여하고, 경제적 자유를 나누며 행복을 느끼고 전하는 사람, 아픔을 극복한 경험으로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그려진다. 최고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는 저 두려움이라는 바다가 있다.10년 동안 아파봤기에 사실 다시 아플까봐 몹시 두렵다. 하지만 저 바다 끝에서 손짓하는 ‘최고의 나’를 향해 출항하기로 용기를 냈다. 그 순간의 깨달음!

“‘최고의 나’는 멀리 있지 않아.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 해 해야할 일을 해내는 내가 바로 ‘최고의 나‘야!”  

해 보지 않은 일, 그건 아무 것도 아니야! 두려워 말고 최선을 다 해 주어진 일을 해보자!

푸른 바다 앞에서 ’최고의 나‘를 향해 가기로 용기를 냈고 자신만만하게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어디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던가! 생전 처음 하는 업무가 밀려 들어오고 말이 안 통하는 진상 고객을 상대하다 멘탈이 탈탈 털렸다. 결국 스트레스성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이 재발하여 죽도 소화가 안 됐다. 못 먹은 채로 1주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으나 2주째부터는 연일 계속되는 야근과 주말 출근을 버티기 버거워졌다. 점심 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괴로웠다. 두 달 동안 죽을 가져가 상사들의 눈을 피해 먹으면서 한심한 내 모습에 눈물도 흘렸다. 복직하자마자 “어디가 아파서 휴직했어요?”라는 질문을 하신 상사분께 또 아픈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내가 한심했다. 우리 부서에 오면 다들 아파서 골골대다가 휴직하는 직원이 많다고 인사부서에 건강한 직원을 보내달라고 한다고 우스개처럼 말씀하셨는데, ‘저 직원 저렇게 맨날 아파서 일이나 제대로 하겠어?’라고 생각하실까봐 두려웠다. 먹기라도 한다면 일 많은 건 그냥 해치우면 되는데 두 달 동안 6Kg이 쭉 빠지자 과거 36Kg의 몸으로 일을 했을 때가 떠올라 다시 그 때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너무나도 두려웠다. 먹지 못하니 에너지는 점점 고갈되어 걸을 힘도 없어져갔다. 나이와 경력도 있는데 이렇게 못 하는 모습, 아픈 모습만 보이니 솔직히 그동안 내가 한 자기계발이 무슨 소용이 있었나 싶었다. 독서와 자기계발, 운동을 못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가 아니었다. 신입도 아닌데, 경력이 10년인데 발등에 떨어진 일도 처리하기 위해 매일 후배 직원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니 자존감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나 왜 이렇게 못 하지? 그동안 나, 놀지 않고 자기 계발 열심히 했는데 대체... 이 꼴은 뭐야?’

수면 코치, 작가가 되겠다고? 허... 꿈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니 발등에 떨어진 일도 허덕이면서 무슨 자기계발이고 꿈이야? 자기비하의 소리가 들려왔다. ‘최고의 나’를 향해 출항하겠다고 했던 바닷가에서 다짐은 멀어지고 사무실과 집만 왔다 갔다 하는 좀비 직장인이었다. 자기계발 단톡방의 멤버들이 활기차게 달리기를 하고 읽은 책의 서평을 올리는 모습이 부러웠다. 비슷한 시기에 복직하신 민코치님은 직장과 코칭, 강연, 유튜브을 병행하시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같은 팀에서 자기 계발하던 지인은 독서모임을 열고 강의도 하는데 나는 왜 또 누워있어야 하는거야?! 결국 너무 어지러워 이대로는 쓰러질 것 같아 링거를 맞았다. 7시 반에 사무실 문을 열었어야 했는데 몸이 안 좋아 늦잠을 자고 말았다. 상사의 심한 질책에 나는 나의 무능함에 사표를 내야 하나 깊은 고민을 했다.

‘앞으로 20년을 이렇게 아프면서 일 해야할까? 이렇게 링거 맞아가며 일 한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아프기만 하면 좋겠다. 아픈데 일까지 해야하니 더 미치겠다.’

그렇게 열심히 복직을 위해 자기 계발을 하고 운동을 했는데 또 이렇게 아픈 걸 보면 나는 직장 생활이 안 맞는 게 아닐까? 결혼을 잘 해서 사모님 팔자로 살았다면 안 아팠을텐데부터 시작하여 갖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들끓어 올랐다.     

그 때 문득, 나의 라이프 코치인 민코치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뭣이 중헌디?!”

복직 성공을 위해 응원 선물까지 보내주신 코치님에게 사표 낼까 고민 중이라는 말을 차마 꺼낼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았다. 지금 당장은 너무 아프니 운동은 쉬기로 했다. 강의 듣기, 독서 모임 참여 등 자기계발보다는 맡은 업무 지침을 더 숙지해야 했고 당장 닥친 일을 해내야 했다. 내가 가진 에너지가 50밖에 안 된다면 그 안에서 일단 "새는 에너지를 막고 어떻게든 에너지를 끌어 올려야했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 2가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1. 수면    

 

먹을 수도, 걸을 기운도 없었기에 외부의 에너지로 나를 채울 수는 없었다. 고갈된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내 안에서 찾은 가장 좋은 방법은 수면뿐이었다. 질 좋은 수면을 위해 9시 반부터 잠들기 시작했다. 깊은 수면을 위해 자기 1시간 전부터 가능한 핸드폰을 보지 않았다. 핸드폰의 블루라이트가 뇌의 도파민을 분비하면 뇌가 흥분하여 깊은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불빛을 막아주고 내 방을 동굴로 만들어 줄 수면 안대를 착용했다.소리에 예민하기 때문에 귀마개를 착용했다. 다음 날 중요하게 할 일이 있으면 이상하게 잠도 안 왔다. 일 하는 꿈을 꾸다가 깨서 잠이 안 오면 스탠퍼드 최고의 피로회복 호흡법인 IAP(Intra abdominal pressure)호흡(복압 호흡)을 하여 지친 몸 회복에 매달렸다. 복압호흡은 숨을 들이마시고 배를 빵빵하게 만든 채로 길고 느린 호흡을 12~15초 하는 호흡이다. 이 호흡은 코어를 강화시켜 나같은 요통 환자에게도 매우 좋다. 천천히 호흡하면 부교감 신경이 자극되고 복압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 복압을 풀고 편안 호흡으로 돌아오면 긴장도 완화되어 어느 순간 스스르 잠이 온다. 확실히 잘 자고 난 아침에는 전 날 방전되었던 몸의 배터리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기운은 없었지만 불면증에 시달릴 때처럼 머릿속이 안개가 가득했던 느낌 대신 비 온 다음 날의 하늘 같았다. 새로운 업무를 이해하고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2. 내 마음 들여다 보기   

  

이러다 결국 전처럼 흘러가는 대로 휩쓸려 사는 거 아니야?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삶의 태풍 속에서 덜컥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두려웠다. 이렇게 자신감 없이 울고 나약한 모습이 진정한 나였던가? 자신감 넘치고 까르르 웃었던 나는 대체 어디로 간거지? 너무도 혼란스러워서 바쁘다는 핑계로 중단했었던 나행성 자아마음 글쓰기 모임에 다시 참여했다. 마음 글쓰기는 정처 없이 올라가는 나팔꽃의 지지대와 같아서 삶의 방향을 명료하게 해준다. 삶의 명료성이 없으면 남들이 하는 좋아보이는 것들을 이것 저것 따라하다가 결국 자신의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명료성은 새는 에너지를 한 데 모아 성과를 내게 해주는 마법의 돋보기이다. "뭣이 중헌디?!"라는 질문을 매일 나에게 던지며 중요한 것을 우선시했더니 세상이 내게 던지는 수많은 메시지 중 지금 나에게 중요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는 눈이 생겨 에너지 누수를 막아주었다. 단톡방의 열심히 자기계발하는 멤버들을 볼 때도 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 글쓰기를 통해 감사를 생활화하니 힘든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신에게는 아직 6Kg의 살이 남아있습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라고 한 이순신 장군처럼 36kg가 되려면 아직 6Kg이나 더 남은 사실에 감사했다. 36Kg였을 때도 입원하기 전까지 일을 했었다. 그때 이겨냈던 경험은 이 힘든 순간을 버티게 도와주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정말 그만둘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는 직장동료의 말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못 버티면 정말 사표밖에 없어요.”

남들에게는 우스워 보일지 모를 일이지만 나에겐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12척의 전선으로 왜군의 133척을 맞서 싸우듯이 실로 치열했던 2달이었다.

당시 마음 글쓰기의 질문은 ‘어제 보다 나아진 내 모습은 무엇인가요?’였다.      


8.20      

어제 보다 나아진 내 모습은 무엇인가요?     

아침 6시에 기상해 30분 스트레칭, 14분 유산소 운동을 했다. 직장에서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스트레칭을 했다. 퇴근 후 침 맞으러 한의원에 갔다. 밤 9시 반부터 독서를 했다. 체력, 근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잘 못 먹어서 어지럽다. 못 먹는데 뉴케어란 제품을 찾아서 감사하다. 오늘 할 일을 다 잘 마무리 했다.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메모하는 나를 보고 큰 애도 자기도 이렇게 책을 봐야겠다고 했다. 딸은 엄마 책을 읽겠다고 어려운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를 읽고 모르는 단어에  동그라미와 밑줄을 쳤다. 재미있다고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나도 읽다가 어려워서 책장이 잘 안 넘어갔는데 희안하네. 역시 모범을 보여야 아이들이 따라온다. 나행성 글쓰기를 하자 자신도 열심히 다이어리를 가져와 적는다. 나행성을 하면서 매일 나아지는 모습을 기록하니 기분이 좋다.     


8.21     

어제 보다 나아진 내 모습은 무엇인가요?     

업무 중 실수를 했다. 잘못한 내 자신이 후회스럽지만 금방 마음을 잡고 수습을 했다. 수습 가능한 잘못이라 다행이었다. 넌 왜 남에게는 관대하고 너 자신에겐 가혹하니... 좀 내려놓자.

니가 듣고 싶은 말을 너에게 해주렴~. 잘 하고있어.      


9.17     

오늘 감사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오늘은 제대로 못 먹었고 몸무게도 42.5kg가 되었다. 먹으면서 일 해도 힘든데 또 못 먹으니 어지럽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오직 수면뿐. 너무 두렵다. 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늘 쥐어짠 에너지로 몸이 물기 없이 쥐어짠 빨래 같다. 너무 힘들어서 내일 재택 근무를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대체 내 몸은 언제 나아질까? 이 몸으로 직장을 다녀야 할 때는 정말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이런 코로나 시국에 갈 직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다들 힘들어하는데. 내가 살아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요즘 내가 아프니 엄마가 내 걱정을 많이 하신다. 그만두고 싶다고 엄마한테 말 했더니 엄마도 속상하신가보다. 커피도 밀가루도 두 달째 못 먹고 있다. 나아지겠지. 나는 매일 매일 조금씩 나아질거야.      


마음글쓰기를 하면서 힘들어 하는 나를 글로 위로하기도 하고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어 감사하며 할 수 있다고 긍정의 확언을 적었다. 일 하면서 기분이 나빴던 일들은 글로 써가며 털어냈다. 친구들과 의미없는 수다로 힘든 것을 털어버리는 것 보다 가치가 있었던 것은 힘든 일을 써놓고 내가 나의 코치가 되어 처방을 내릴 때였다. 지나온 마음 글쓰기를 한 장 한 장 읽으며 전 보다 나아진 내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때는 자신감도 차 올랐다.      

복직한지 3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또 바다 앞에 섰다.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지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러 나갔다.

새벽 달리기를 한 후 바라본 경포해변.

 “바다야, 나 왔어... 나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잘 버텼지?”

구름이 많이 껴 해를 가렸고 세찬 바람에 파도가 모래사장을 사정 없이 쪼아대고 있었다. 마치 두 달 동안 나에게 휘몰아쳐 댄 힘든 일처럼. 바다 저 끝에 있는 ‘최고의 나’를 떠올렸다. 우리는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그저 버텼을 뿐 성장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3달 동안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을 해냈던 내가 바로 '최고의 나'였다. 그저 오늘 하루만 버티자고 생각했는데 버티는 힘은 '수면'과 '마음글쓰기'에서 나왔다. 버티다 보니 '최고의 나'와 가까워지는구나.

10년 후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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