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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clover Oct 07. 2015

엄마가 된 나, 친정엄마가 된 우리 엄마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아니 혹은 결혼했을 때부터.
그러니까 내 엄마의 이름앞에 '친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부터
생각만해도 괜히 가슴이 아릿해지며 눈물짓게 된다.
슬픔의 눈물도 기쁨의 눈물도 아닌 그저 '친정엄마'라는 이름의 담긴 그 감정.

처음 생리라는 것을 시작했을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는데 엄마의 배려로 그동안 무수히 많은

성교육 만화를 재미지게 보면서 생리라는 걸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던지라
그날 엄마에게 오늘 이상한게 많이 묻었다고 의아해하며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더니 엄마는 내 옷을 보며 참 따뜻하게도 웃으셨던 것 같다.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고 헤어졌을 때,
실연이라는 감정을 처음 접해서 어쩔줄 몰라 방안에서 숨죽여 울고 있었는데
나중에야 알았다. 옆방에서 엄마도 그 모습을 몰래 들으며 같이 울고 계셨다는 것을.
어줍잖은 위로를 하시는 성격은 아니셔서 그저 끅끅 울고만 있는 내 소리를 들으며
어떻게 해주지 못해 더 애가 타셨겠지.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었을 때,
설레고 신나고 걱정되고 귀찮은 복잡한 감정의 한가운데를 겪고 있는 나는
식장 입구에서 한복을 곱게 입은 엄마를 보면서
이제 엄마가 한밤중에 내 방으로 오셔서 수다를 떨 일이 없어졌다는 현실에 너무 속상했다.
그리고 그렇게 파릇파릇하셨던 엄마가 많이 늙으셨다는 것도 속상했다.

그리고 아기를 낳았을 때,
나는 무통없이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은지라 아픔을 넘어선 괴음을 분만실에서 내지르고 있었는데
그 옆 대기실에서 내 소리를 들으며 "엄마왔어! 힘내!"라고 소리치신 우리 엄마.
건강한 아기를 무사히 낳고 병실로 옮기면서 만난 엄마와 나는
둘이 손 꼭 잡고 울었더랬다.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왜 우냐며 웃으시며 울던 엄마.

최근 엄마가 우리 공주님을 돌봐주실 때,
그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빨리 결혼하고 빨리 아기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요사이 부쩍 늘어버리신 엄마의 모습을 보면 덜컥 무섭고 시간의 잔임함을 깨닫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엄마에게 기대려는 나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면
이러면 안되는데하지만 역시 내가 맘 편히 쉴곳은 엄마의 그늘이다.

내 딸도 소녀가 될 것이고,
여자가 될 것이고,
결혼을 할 것이고,
그리고 귀여운 아기를 낳겠지?
아마 매 순간마다 나는 울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엄마에서 친정엄마가 되겠지.


엄마라는 이름을 물려받은 나는
딸이라는 이름을 물려받은 내 아기를 보며
아직 오지않은 순간들을, 우리 엄마와 오래오래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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