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용품을 고르다보면 정말이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장 먼저는 안전성을 생각하게 되고,
그 다음이 견고함(얼마나 오래 쓸수있는가)의 기준이 아닐까 싶다.
가격적인 요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아무리 비싸도 '우리 아이한테 좋은거라면'의 조건이
최우선 순위가 되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격이 아니고서야 사실 가격은 큰 걸림돌이 되진 않는다.
슬프게도 우리 아이에게 안전하면서 오래쓸 수 있는 물건은 무시무시한 가격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도리어 아주 싼 가격을 지닌 물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격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렇게 저가에 좋은 물건이 나올리 없어! 라는 세상 때 묻은 의심을 하면서 사지 않게 되고
결국 중,고가의 용품들이 늘어가는 창고방을 보며 이젠 정말 필요한 것만 사야겠다는 헛된 다짐만이 반복된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필요한 물건도 늘어나고 거짓말 좀 많이 보태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아기 물건을 사는거 같은데 아무리 자주 사왔더라도 역시 아기가 쓰는 거니까
고르고 결제하기까지가 아주 힘들다. 정말 사투를 벌이면서 구매를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느끼는 점이 세 가지.
첫째로는, 찬찬히 다시 살펴보면 나에게 이 물건이 꼭 필요한가? 싶은 것들이 좀 있다.
특히나 아기에게 안전함을 지나치게 생각하다보면 이런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내 경우에는 젖병 살균기랑 젖병 건조대가 그런 품목이였다.
조리원에서 젖병 살균기를 보고 왠지 있으면 좋을것같은 막연한 생각이 들었지만
의외로 젖병 살균기는 천하무적 세균킬러가 아니고 살균 면적이 광범위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어떤 젖병 살균기 광고에서 본 리모컨, 핸드폰도 살균시킬 수 있다는 글보고 정신이 번쩍들더라.
젖병 살균기면 젖병을 살균하는 기능에 충실해도 모자랄 판에 오지랖은...
젖병 건조대 역시 '게으름 게이지 한계돌파'인 내 특성상 건조대를 깔끔하게 유지시킬 자신이 없기에
걍 넓직한 스댕망 사서 사용하는데 이게 겁나 최고. 고급 언어로는 스테인리스 채반.
둘째로는, 물건에 '아기'라는 명사가 붙으면서 갖게 되는 강력함의 무서움이다.
이게 아주 화나는건데 별볼일 없는 물건도 '아기'라는 단어와 합체하는 순간 가격이 배로 뛴다.
판매자가 무슨 필살기 마냥 남발하는데 아이 엄마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아주 나쁜거다. 진짜 나빠요.
아이 엄마들은 '아기'라는 명사가 안전함을 대변해주길 원하지만 판매자들은 비싼가격에 팔 수 있는
마법적인 단어라서 아이용품을 산다고 할때부터 경계하고 주의해야하는 항목이다.
오히려 어른이 쓰는게 안전한 것도 있다.
이를테면 앞서 이야기했던 스댕 채반. 다잇쏘에 가면 천원에도 판다.
너무 싸서 걱정되면 이천원짜리도 있고 삼천원짜리도 있고. 골라사는 재미도 있고.
최근 공중파 매체로 놀이방 매트랑 아기 로션 등에 대한 유해물질 소식을 접하면
자기 아이가 사용한다고해도 저렇게 만들까, 참 박정하네...하는 무기력한 생각마저 들게된다.
차라리 유명회사 제품보다 아기 엄마가 운영하는 쇼핑몰의 물건들이 실한 경우가 많더라.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이게 제일 어려운데... 애기용품 사재기.
어떤 제품은 사재기 하는게 도움되고 어떤 제품은 아닌지 그 기준을 정하기가 참 힘들다.
아직 내공이 부족한 나는 좋은 제품이 비교적 괜찮은 가격에 올라오면 정신이 잠깐 외출해서
장바구니에 마구 담게되는데 아기 장난감이랑 도서류가 좀 그런거같다. 옷도 그렇고.
좋은 물건은 앗차!하는 사이에 품절되니까 그 잠깐의 시간동안 예, 아니오 루트를 잘 타야하는데
그걸 잘 못해서 깜빡이는 품절 아이콘을 보며 엄마들 마음이란! 하며
우리 모두의 텔레파시에 감동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친정 엄마께서는 좋은 물건을 발견하면 그때 많이 사두시는데 안목이 대단하셔서 늘 성공하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소문자 o형이므로 망설이다가 못사서 땅을 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과소비만큼은 피했으나 가슴에 '후회'라는 큰 스크레치가 제법 났다.
나는 아직 조금씩 사서 써보는게 답인거같다.
아기용품 사기는 아이가 커감에 따라 나도 같이 커감을 느끼는 항목이다, 정말.
'아기' 물건이라고 더 신경쓰지도 '어른' 물건이라고 덜 신경쓰지도 않는
무얼 사든지 모두가 안심하고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어른 것이든 아이 것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