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바라기입니다
영어를 쓰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문득 '더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영어 학습 앱.
앱의 대표가 직접 진행하는 무료 강의를 듣고
기업의 정보를 하나둘 알아보면서 마음이 점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건 찐이다!!"
고객의 성장을 중심에 둔 서비스 정신과
유학을 전략적으로 설계해주는 학습 디자인까지.
지금까지 봐왔던 어학 플랫폼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마침 특별 강의 할인가로 수강권을 저렴하게 살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한 번에 큰 금액을 내기 부담스러워 고민이 시작됐다.
"1년짜리를 할부로 끊을까, 한 달씩 해볼까?"
상담을 진행해준 학습 디자이너의 열정적이고 진심 어린 설득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의 말에 이끌려 지금 당장 등록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분할 결제를 위해 남편의 신용카드를 빌려
여러 번 결제를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나중에야 이 카드가 할부가 안 되는 카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쉬운 마음에 상담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녀는 기간을 연장해 줄 테니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어 결제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나는 다시 그 말에 혹해 남편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지금 1년 등록하는 게 그렇게 큰 혜택일까?
한 달 먼저 해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지 않을까?
만약 지금 아니면 못 받는 혜택이라면,
나중에 없어져도 사실 필요 없던 혜택이었을 수도 있어."
그리고 덧붙였다.
"지금 바로 장기 고객이 되어버리면,
오히려 그들이 고객에 대한 열정을 잃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잠재 고객일 때가 오히려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와, 정말이지 남편의 말이 맞았다.
영업 업무를 경험했던 나는
그의 말이 왜 옳은지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영업 직원이 나에게 심어준 불안에서 벗어났다.
내가 놓쳤던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첫째, 내게 주어진 선택지에 '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점.
둘째, 지금 당장 장기 고객이 되나 나중에 되나 실제 혜택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점.
셋째, 할부라고 해서 부담이 적은 것 같지만, 결국 큰 금액을 한 번에 지불하는 셈이라는 점.
이러한 점들을 명확히 알게 되니 더 이상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였을 때,
그때 장기 고객이 되어도 늦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됐다.
이럴 때마다 오히려 돈이 당장 없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그래서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편은 항상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봐준다.
내가 그의 의견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언제나 나의 결정을 믿고 지지해 주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내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결제해도 좋다고 했다.
결제가 막히면서 오히려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고,
더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무조건 저렴하다고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
충분히 생각하고 나서 기꺼이 내는 선택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남편 덕분에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무섭지 않다.
서로 머리를 맞대며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
부부가 상의한다는 것이 이런 의미인가 싶다.
언젠가는 혼자서도 당당히 선택하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오늘은 마음을 바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