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끈기 없는 아이였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나를 이루는 조각들

by 글쓰는 트레이너

나는 끈기가 없는 아이였다. 어렸을 때 태권도는 도장 문제로, 바이엘이 어렵다는 이유로 피아노를 그만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아빠는 나를 '인내심 없는 아이'로 단정 지었고, 나도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고등학교 2학년부터 체대 입시를 준비했다.
예체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겐 수능 이후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성적이 학교의 레벨을 정한다면, 실기는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열쇠였다.

우리 학년 담당이 아니었지만 간곡한 부탁으로 입시를 맡아준 체육선생님이 계셨다. 그분의 가르침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집중력 있는 훈련, 그리고 확실한 휴식과 회복.'무턱대고 반복하다 다치는 것보다, 집중해서 훈련하고 다음을 위해 잘 쉬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그 원칙에 따라 훈련했고, 내 훈련 루틴은 오로지 내가 지원한 학교의 실기에 맞춰 구성되었다. 전엔 각자 필요한 체력과 순발력 훈련 오후엔 제자리멀리뛰기, 100m 달리기, 그리고 윗몸일으키기, 20m 왕복 달리기, 10m 왕복 달리기, 800m 오래 달리기, 농구 레이어슛 등.


그중 윗몸일으키기 훈련을 할 때, 선생님은 "처음부터 무릎 위를 찍는 동작에 익숙해져야 한다"라고 하셨다.
그래야 어떤 환경에서도 기준을 지킬 수 있다고.

나는 기록보다는 자세에 집중했고, 친구들과는 서로 ‘하나 더, 두 개 더’ 하며 선의의 경쟁을 이어갔다.

입시 시즌의 막바지,

선생님은 전 학생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번 시즌 가장 잘해준 학생이 있어. 우리, 정현이에게 박수 한번 보내주자. 노력한 이에게는 꼭 운이 따를 거야."
모두의 박수가 나를 향해 쏟아졌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단지 해야 할걸 했을 뿐이었는데.
나중에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말해주었다.
"넌 진짜 독종이었어. 우린 가끔 쉬면서 했는데, 그럴 때마다 널 보면 항상 운동하고 있더라. 쟨 대체 언제 쉬는 거야? 그랬다니까?"

나는 속으로 웃었다.
충분히 쉰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만큼 훈련에 몰입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 말은 내 안의 ‘끈기 없는 아이’라는 오래된 인식을 깨뜨려주었다.

실기 당일이 왔다. 그날, 예기치 못한 발표가 있었다.
올해부터 윗몸일으키기는 센서판으로 바뀐다는 것.
정확히 무릎 위를 찍지 않으면 카운트되지 않는다고 했다.
웅성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나는 놀라지 않았다.
평소대로 하면 됐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센서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평소보다 기록이 상당하게 떨어졌지만, 나는 거의 변동 없는 기록을 냈고, 만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내 실기 중 가장 큰 강점이 된 순간이었다.

합격 발표 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운이 따른 것 같아요."
선생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래, 노력한 사람에게 운이 따르지."

나는 남들이 흔히 좋다고 하는 인서울 대학을 가진 않았지만,

그 경험은 내게 어떤 대학보다 더 큰 배움을 주었다.

덕분에 묵묵히 해나가는 힘을 믿게 되었다.



간절함이 담긴 노력이 쌓일 때,

운이라는 이름의 기회는 분명 온다.
만약 아직 내게 운이 오지 않았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감사할 줄 알고, 묵묵히 준비할 줄 아는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선물이라고 믿는다.




여러분은 언제, 무엇을 위해 묵묵히 걸어본 적이 있나요?


작은 목표라도 괜찮습니다.

당신만의 끈기는 언제 피어나고 있었나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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