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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글쓰는 트레이너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도 확신했던 게 하나 있었다.
나는 잘 살 자신이 있다는 것.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길을

우직하게 걸어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을 거치며,

나는 어느새 그 문화 속에 스며들어버렸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사회에 찌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을 우선하는 분위기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했고,

무엇이 먼저인지조차 헷갈려버렸다.


트레이너로 일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트레이닝의 본질을 온전히 붙들지 못한 채,
내가 어떤 자격증을 땄는지,

어떤 공부를 했는지를 먼저 내세웠다.

하지만 배움보다 경험이 부족했고, 지혜가 얕았기에
늘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있었다.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 형태는 흐릿했다.
내가 추구하는 것보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서 편히 성장할 수 없었다.


특히 사회가 요구하는 '트레이너'라는 직업상,
건강보다 화려한 몸매,

한 달 매출로 가치를 평가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 방향이 나와 맞지 않아 고민이 깊어졌다.
그 충돌을 '내 탓'으로 돌리며 자책하느라

오히려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내가 세상 탓을 했던 것들은 사실 '내 안의 인식'이었다는 것을.
의심 없이, 기준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생긴 혼란이었다는 것을.


인문학과 철학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삶의 프로가 되기 위한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품기 시작하자
생각은 깊어지고, 시야는 넓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길을 가고 싶은가.
그러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삶을 충만하게 살기 위해,

나는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하는가.


그 질문들이 쌓이면서
삶의 본질을 찾는 과정이 곧

'나의 일에 대한 철학'으로 이어졌다.
트레이닝을 바라보는 관점도 더 명료해졌다.

본질을 꿰뚫는 눈이 조금씩 생겨나고,

훈련을 지도할 때의 확신도 깊어졌다.

이제는 내가 추구하는 것을 당당히 내세우고,
그 방향으로 나를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다.


돌아보면, 사회가 나를 끌고 간 것이 아니었다.

'내가' 사회의 기준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자연의 순리가 아닌 외부의 기준만 따라가면
주체적인 삶은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준 없이 끌려가기 전에
먼저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고 말하는 어른들을 종종 만난다.

익숙한 믿음의 이면을 인정하는 일은

때때로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기분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지나면 과거의 나를 품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문득, 조금 더 일찍 인정했다면

덜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사실은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필요한 비밀이 무엇인지,
내 경험과 공부를 통해 천천히 풀어내 보려 한다.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 있다면
인문학이 조용한 길잡이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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