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잘 살기 위해

사유와 실천만은 외주 맡기지 않기로 했다

by 글쓰는 트레이너

요즘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정말 미쳤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불과 몇 달 전, 내가 마사지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로봇 기술이 아직은 섬세한 촉감과 기(氣)가 필요한 영역까지는 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더 인간적인 손기술을 깊이 익혀두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 ‘피지컬 AI’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인간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로봇들이 등장하고,

지식의 영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섰다는 사실도 체감된다.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그 통찰의 깊이마저 놀랍다.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앞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압도할 것이고,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SF 영화 속 장면들이 더 이상 허구가 아니라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머지않아 집집마다 로봇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청소와 빨래는 물론, 요리를 하고 장을 보고,

운동을 알려주고 일상의 대부분을 대신해 줄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생각 정리와 상담을 ChatGPT에게 맡기고 있으니, 그 역할을 로봇에게 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열다섯 살쯤 어린 세대가 영상과 스마트폰 화면 속 세상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듯,

지금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에게는 로봇이 있는 세상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과거에는 생존을 위해 지식을 쌓고,

몸을 써서 일하는 것이 당연했다.

지식이 귀했던 시대에는 머리를 써야 했고,

산업이 몸을 요구하던 시대에는 육체노동이 필수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는 앉아서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졌고,

이제는 '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앞으로는 사고하고 움직이는 일조차

의식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을 고양시키고 신체를 단련하는 일은

이제 생존의 조건이라기보다는

'잘 살기 위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정확히 말하면,

사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잘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결국,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일까.

물었을 때 '사유와 실천'이 떠오른다.


인공지능은 생각의 결과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사유을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운동 방법을 알려줄 수는 있어도,

내 몸을 대신 움직여 주지는 못한다.


언젠가 기술이 더 발전해

인공지능의 사고 결과를 인간의 뇌에 직접 입력하고,

인공 신체가 우리의 팔다리를 대신해

운동조차 필요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쉽게 얻었지만, 스스로 생각을 소화하지 못하고
도움을 받았지만, 내 몸으로 감각을 직접 쌓지 않는다면

그때는 편의성에 최적화된 존재가 되어

오히려 인간다움을 지워가는 쪽 되지 않을까.


그럴수록 세상에 남는 ‘완전체 인간’은

쉬운 길을 택한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를 돌아보면,

나는 나름대로 이 시대의 물결을

잘 타고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신과 신체를 단련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나의 신념에

오늘도 또 하나의 이유를 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붙들고,

세상에 제대로 쓰이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5화조카 첫 돌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