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캐릭터가 뭘까. 주변 사람들이 내 캐릭터가 뚜렷하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모르겠다. 처음에는 굉장히 할 일 하고 바쁘고 멋있는 사람으로 보였는데 갈수록 귀엽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한창 냉장고 청소 중이었다. 친구는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고, 휴지에 잠시 물을 묻히기 위해서 "잠깐만~." 양해 구하며 재빨리 물을 묻히고 나왔다. 방해를 오래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때 친구가 배를 잡고 웃는다. 과연, 어떤 포인트였을까?
그 친구는 말한다. 날 팡 거리는 휴지를 들고 물 묻히러 와서 후딱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 웃기다고 말해주었다. 당시 나는 그 행동이 왜 웃긴가 한참을 생각했다.
이를 지켜본 룸메이트 언니가 말해주길 가끔씩 내가 '말벌 아저씨' 같을 때가 있다고 한다. 바쁠 일도 아닌데 보면 바삐 움직인다고.'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그 말벌 아저씨는 대화 도중 뜬끔없이 말벌을 잡기 위해 뛰러 가며 사라진다. 그 포인트가 밈으로 돌고 있었다.
타인이 안중에도 없어지고 할 일을 처리하는. 그런 캐릭터. 뜨끔거리지만 내가 좀 그러긴 한 것 같다. 이를 이해해 주는 이는 나를 귀여워하지만 분명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포인트라는 생각이 팍 들었다.
이것이 캐릭터일 뿐이라고 납득하며 고치지 않아도 되는 걸까. 한편으로는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이 되는 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하며 악의가 없긴 하니 웃기기도 하고. 나를 모르는 타인은 황당하긴 할 듯하다. 사실 나의 빨리 치고 빠지는(?) 행위는 내 나름의 배려였다. 하지만, 타인의 의중을 기다리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다른 생각도 해본다. 연예인의 거침없는 입담에 재밌다고 할 때도 있고 불편하다고 욕할 때도 있다. 의도치 않게 남을 머쓱하게 한다던지 디스를 하게 되면 웃긴 포인트가 되기도 하며 일부러 웃기기 위해 남을 깎는 사람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보면 어떤 건 용서가 되는데 어떤 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 지점이 뭔지는 모르겠다. 살면서 누구나 의도치 않게 무례한 행동을 범할 때가 있다. 그럴 수 있다고 관용을 베푸는 선택을 하는 게 이로울까 무례한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욕을 하는 게 이로울까. 나는 또 이를 좋게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남으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볼 법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