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오픈 테니스라는 큰 테니스 축제가 열렸다.
이를 맞춰 남편의 누나가 멀리서 왔고,
시간이 되면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메인 티켓이 있고, 그라운드 패스라는 입장권이 있었다.
메인 티켓은 메인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것이고,
그라운드 패스는 경기장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여러 시설과 작은 경기들을 볼 수 있는 티켓이었다.
함께 끊어준 티켓.
테알못인 나는 메인 경기가 뭔지,
다른 경기가 뭔지도 잘 몰랐고
티켓값이 그리 비싼지도 알지 못했다.
메인 경기 일정도 확인하지 않은 채 스케줄을 잡았고,
그 경기를 놓칠 뻔했다.
다행히 그 경기에 가치를 크게 본 회원님이
수업을 취소하고 다녀오라며 등을 떠밀어 주었다.
그 말에, 일단 가보기로 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네온사인 같은 조명과 웅장한 배경음악이 깔렸고,
선수들이 차례로 입장했다.
랠리가 시작되자 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임팩트와 동시에 터져 나오는 선수들의 고함.
운동선수의 몸은 훈련의 결과라는 말이
이런 장면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었다.
테니스 스윙만 어렴풋이 알던 나에게
직관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0점을 러브라고 부르는 방식,
1·2·3이 아닌 15·30·40으로 이어지는 점수 체계도 낯설었다.
관객석은 숨을 죽인 듯 조용했고,
그 사이로 공이 튀는 소리만 또렷하게 울렸다.
메인 경기뿐 아니라
야외에서 열리는 경기들도 눈길을 끌었다.
잔디밭 언덕에 사람들이 모여
돗자리를 깔고, 베개를 베고,
큰 화면을 향해 누워 있었다.
한 경기가 다섯 시간을 훌쩍 넘기자
사람들은 더 모여들었고,
박진감 있는 랠리마다
같은 박자로 반응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장면 같았다.
큰 화면 앞에 모여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
월드컵 경기를 큰 화면으로 다같이 보던 느낌.
그날 나는 경기를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호주 오픈 테니스 경기에서
끝까지 공을 좇는 선수들의 모습에
마지막 포인트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