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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Oct 26. 2021

코로나 홀리데이 1


 감사합니다! 대체공휴일이라니요!


 10월 4일 월요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주말이 사흘로 늘었다. 딱히 어디 놀러 갈 계획은 아니었지만 휴일이 길어진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어디 안 가요?"

 "그냥 집에서 쉬려고요."


 이 기회에 다들 여기저기 놀러 다니나 보다. 시작단계라서 말은 못 했지만 글을 쓸 생각이었다. 하필 최근에야 글 쓰는 웹사이트 브런치를 알게 됐다. 심혈을 기울여 글을 썼는데 운이 좋게 작가로 승낙됐다. 브런치 작가로 새롭게 태어난 지 아직 1주일도 안 된 시점이었다. 게다가 출판 프로젝트 지원 마감일이 3주도 안 남았다. 써놓은 글은 없었고 이 기회에 한 번 응모는 해보고 싶어서 시간만 나면 글을 썼다. 이 황금연휴는 글을 쓰기 딱 좋은 주말이었다.


 10월 2일 토요일! 황금연휴 시작일에 눈 뜨는 기분은 아주 상쾌했다. 항상 그렇듯이 주말인데도 아침 7시에 일어났다. 평일에는 5~6시에 일어나니 평상시보다는 늦잠 잔 거 맞다. 내 루틴대로 이불을 정리하고 고양이 사료와 물을 채워주고 세수를 했다. 창문을 살짝 열어 환기시키고는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며 하루 계획을 머릿속으로 세워나갔다.

 

 '좋았어!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옆동네 스타벅스에 가야지. 거기가 8시 반에 열었던가? 대충 집 정리하고 아침밥 먹은 다음에 9시까지는 가야지.'


 냉동실에서 식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집어넣었다. 요즘은 양배추 계란전에 꽂혔다. 양배추를 달달 볶다가 그 위에 계란을 톡 터트려 익히기만 하면 된다. 계란이 익기 전에 그 위에 이탈리안 허브 시즈닝과 마늘 분말을 솔솔 뿌리면 짭조름하고 이국적인 맛이 난다. 구운 식빵에 땅콩버터를 좀 바르고 양배추 계란전을 얹어 마늘 분말을 좀 더 뿌려 토스트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치커리가 있는걸 나중에 발견하고는 다 만들어놓은 토스트 식빵을 살짝 올려 그 사이에 끼워 넣었다. 캡슐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집 안을 커피 향으로 채우고는 식탁 위에 아이패드를 올려놓았다. 글을 좀 쓰며 먹어야지.


 한 입 베어 물자 바스락 식빵이 뜯겼다. 소리가 좋다. 알맞게 구워진 게 분명했다. 허브 시즈닝도 적절히 뿌렸는지 간이 딱 좋았다. 아침을 먹고 간단히 챙겨 카페에 가서 오전 내내 글을 써야겠다.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저장되진 않았지만 익숙한 번호였다. 토요일 아침 이 시간에 익숙한 번호라니... 받고 싶은 전화가 아니라서 딱히 저장은 안 해둔 게 분명했다. 업무와 관련된 전화겠지.


 교육청 아니면 보건소 전화가 뻔했다.


 잠시 모른척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급한 일이니깐 이 날 이 시간에 전화가 오겠지. 양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다음구 보건소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카카오고 보건 선생님 맞으시죠?"

 "아, 네. 맞습니다..."


 젠장, 젠장, 젠장. 주말 아침부터 보건소에서 전화가 오다니. 이유는 뻔했다.


 "네, 선생님. 카카오고등학교 1학년 10반 학생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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