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으로 뒤통수를 쓰다듬다가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쥐어뜯었다.
"코로나 확진자요.."
"네, 선생님. 증상이 있어서 어제 검사받았어요."
하루에도 몇 명씩 코로나 검사를 보내고 있다. 그 수많은 애 중 한 명이겠지.
"네.."
"학생이 목요일부터 증상이 있었다고 하네요."
증상이 있으면 바로 검사를 하라고 수차례 안내했건만. 하루를 참다가 갔다.
"그 이틀 전인 화요일부터 접촉한 사람들을 추려내야 할 것 같아요."
주말이다. 어떤 방법으로 접촉자들을 추려내 검사를 보내야 할지 아득하다.
"같은 반 학생들과 합반 수업 들은 학생들, 수업하신 선생님들 정도를 검사 대상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아, 그런데 우리 학교가 이번 주에 중간고사를 봤어요."
"중간고사요? 그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나오죠?"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만 학교에 있었어요."
"그럼 급식은 운영 안 한 건가요?"
"네, 맞아요. 급식은 안 했어요. 1학년이라 선택과목은 없어서 합반 시험은 없었고요."
다행이다. 그래도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식사를 하진 않았다. 게다가 다른 반 학생들과 섞여서 진행한 수업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그럼 선생님. 학생들은 같은 반 학생들만 검사 대상으로 삼으면 될 것 같아요."
"선생님들은 담임 선생님과 시험 감독 들어갔던 선생님 정도만 검사 보내면 될까요?"
"네, 인근 선별 진료소 방문해서 검사하도록 안내 부탁드리고요."
앞에 놓여 있던 아이패드의 메모 어플을 켜 간단히 메모를 시작했다. 역학조사관은 하던 말을 이어 나갔다.
"검사 대상자들 명단 부탁드려요. 이름, 연락처, 학부모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주소 명시해주시고요."
그 명단은 도대체 언제 정리하나. 카페에 가서 글을 쓰려고 했던 계획은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또, 좌석 배치도와 해당 학급 교실 사진 부탁드립니다."
"네.. 혹시 급한가요? 제가 학교가 아니라서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는데요."
감추려고 하지만 시무룩한 내 감정이 목소리에 담긴다.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읽어냈는지 역학조사관이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명단이 제일 시간 걸릴 텐데 천천히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양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확진자 발생이 처음도 아니고 심지어 최근에는 줄줄이 나왔다. 코로나 관련 업무는 계속 해왔는데도 적응이 안 된다. 반복되는 일이라면 좀 더 수월해져야 하는 게 맞는데 이 일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르고 그때마다 대처법이 달라진다.
게다가 황금연휴의 시작일이다. 오늘따라 이 업무가 다르게 다가왔다. 남들은 신나서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아름다운 곳으로 놀러 가려고 들뜬 이 날, 나는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정신 차리자. 1학년 10반. 10반. 10반. 잠깐만! 10반은 8월에 확진자가 나왔던 반이다. 그때 그 반 학생들의 명단을 정리해서 보건소로 넘긴 적이 있다. 분명 교실 사진도 찍었을 테다. 그 사이에 좌석 배치도가 바뀌긴 했겠지만 시험 기간이라 번호순으로 앉았을 확률이 크다. 교실 사진을 찍고 좌석 배치도를 알아내기 위해 굳이 학교까지 갈 필요가 없어 보였다.
얼굴에 대고 있던 손을 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좋아. 이미 다 정리되어 있는 자료니깐 잘 찾아내서 보내자. 그럼 금방 일을 끝낼 수 있고 계획대로 글을 쓸 수 있을 거야.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노트북을 켰다.
식은 토스트에서 이탈리안 허브와 마늘 향이 풍겨 왔다. 입이 바싹 마른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혀 위에 얹어 아주 조금씩 목으로 넘겼다.
원격으로 나이스에 접속하려는데 교육부용 공인인증서가 읽히질 않는다. 이거 왜 이래?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노트북 옆구리를 쓰다듬다가 모든 행동을 멈췄다.
USB가 없다. 모든 자료가 담긴 소중한 USB. 심지어 원격 접속을 할 때 쓰는 공인인증서도 담겼다. 그 조그만 USB는 학교 보건실 데스크톱에 꽂혀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