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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Oct 27. 2021

코로나 홀리데이 2


 오른손으로 뒤통수를 쓰다듬다가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쥐어뜯었다.


 "코로나 확진자요.."

 "네, 선생님. 증상이 있어서 어제 검사받았어요."


 하루에도 몇 명씩 코로나 검사를 보내고 있다. 그 수많은 애 중 한 명이겠지.


 "네.."

 "학생이 목요일부터 증상이 있었다고 하네요."


  증상이 있으면 바로 검사를 하라고 수차례 안내했건만. 하루를 참다가 갔다.


  "그 이틀 전인 화요일부터 접촉한 사람들을 추려내야 할 것 같아요."

 

 주말이다. 어떤 방법으로 접촉자들을 추려내 검사를 보내야 할지 아득하다.


 "같은 반 학생들과 합반 수업 들은 학생들, 수업하신 선생님들 정도를 검사 대상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아, 그런데 우리 학교가 이번 주에 중간고사를 봤어요."

 "중간고사요? 그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나오죠?"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만 학교에 있었어요."

 "그럼 급식은 운영 안 한 건가요?"

 "네, 맞아요. 급식은 안 했어요. 1학년이라 선택과목은 없어서 합반 시험은 없었고요."


 다행이다. 그래도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식사를 하진 않았다. 게다가 다른 반 학생들과 섞여서 진행한 수업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그럼 선생님. 학생들은 같은 반 학생들만 검사 대상으로 삼으면 될 것 같아요."

 "선생님들은 담임 선생님과 시험 감독 들어갔던 선생님 정도만 검사 보내면 될까요?"

 "네, 인근 선별 진료소 방문해서 검사하도록 안내 부탁드리고요."


 앞에 놓여 있던 아이패드의 메모 어플을  간단히 메모를 시작했다. 역학조사관은 하던 말을 이어 나갔다.


 "검사 대상자들 명단 부탁드려요. 이름, 연락처, 학부모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주소 명시해주시고요."


 그 명단은 도대체 언제 정리하나. 카페에 가서 글을 쓰려고 했던 계획은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또, 좌석 배치도와 해당 학급 교실 사진 부탁드립니다."

 "네.. 혹시 급한가요? 제가 학교가 아니라서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는데요."


 감추려고 하지만 시무룩한 내 감정이 목소리에 담긴다.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읽어냈는지 역학조사관이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명단이 제일 시간 걸릴 텐데 천천히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양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확진자 발생이 처음도 아니고 심지어 최근에는 줄줄이 나왔다. 코로나 관련 업무는 계속 해왔는데도 적응이 안 된다. 반복되는 일이라면 좀 더 수월해져야 하는 게 맞는데 이 일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르고 그때마다 대처법이 달라진다.


 게다가 황금연휴의 시작일이다. 오늘따라 이 업무가 다르게 다가왔다. 남들은 신나서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아름다운 곳으로 놀러 가려고 들뜬 이 날, 나는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정신 차리자. 1학년 10반. 10반. 10반. 잠깐만! 10반은 8월에 확진자가 나왔던 반이다. 그때 그 반 학생들의 명단을 정리해서 보건소로 넘긴 적이 있다. 분명 교실 사진도 찍었을 테다. 그 사이에 좌석 배치도가 바뀌긴 했겠지만 시험 기간이라 번호순으로 앉았을 확률이 크다. 교실 사진을 찍고 좌석 배치도를 알아내기 위해 굳이 학교까지 갈 필요가 없어 보였다.


 얼굴에 대고 있던 손을 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좋아. 이미 다 정리되어 있는 자료니깐 잘 찾아내서 보내자. 그럼 금방 일을 끝낼 수 있고 계획대로 글을 쓸 수 있을 거야.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노트북을 켰다.


 식은 토스트에서 이탈리안 허브와 마늘 향이 풍겨 왔다. 입이 바싹 마른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혀 위에 얹어 아주 조금씩 목으로 넘겼다.


 원격으로 나이스에 접속하려는데 교육부용 공인인증서가 읽히질 않는다. 이거 왜 이래?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노트북 옆구리를 쓰다듬다가 모든 행동을 멈췄다.


 USB가 없다. 모든 자료가 담긴 소중한 USB. 심지어 원격 접속을 할 때 쓰는 공인인증서도 담겼다. 그 조그만 USB는 학교 보건실 데스크톱에 꽂혀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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