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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Oct 28. 2021

코로나 홀리데이 3


 젠장! 학교에 가야 한다. 그놈의 USB는 원래 잘 안 챙기고 다녔지. 연휴가 길어서 이번엔 꼭 챙기려고 다짐을 그렇게 했건만. 덜렁거리는 성격은 어쩔 수가 없다.


 머리를 굴려야 했다. 챙기는데 최소 10분, 학교까지 가는데 거의 30분. 40분은 버리는 시간이 된다. 그 정도는 지체되어도 상관없는 업무가 뭐지? 뒤로 미룰 일은 미뤄야 했다. 당장 해야 할 일은 또 뭐가 있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일단 교감 선생님께 보고!


 발신 신호음을 들으며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신호음은 계속 가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 교감 선생님이 안 되면 소속 부장 선생님께. 역시 안 받으시는데 어찌 보면 당연했다. 황금연휴 시작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는 사람이 나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집에서 우선 해야 할 일이 뭐가 있지?


 1. 시험 감독관 교사 명단 확인,

 2. 검사 대상자들 검사 보내기


 지금 당장은 검사 대상자들을 추려 검사 보내는 일부터 해야겠다. 검사 재촉은 일찍 시작해도 여러 사정으로 늦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시험 감독관 교사 명단은 어떻게 확인하지?


 아. 머리가 아파왔다. 일단 고개를 살짝 숙이고 양 손으로 또 머리를 한 움큼 쥐어뜯었다. 2학기 시작한 이후로 얼마나 자주 머리를 쥐어뜯었는지 모르겠다.


 고개를 들고 노트북 위에 손을 얹었다. 일단 모든 교직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우리 학교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1학년 10반 교실에 감독을 들어갔었는지는 기억해낼 수 있을 거다. 해당 교사 명단은 학교에서 확인해서 정리해도 된다.



 [카카오고등학교 긴급공지 : 교직원 선생님들께]


 오늘 오전 우리 학교 1학년 학생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에 따라 해당 학생과 접촉한 학생과 교사는 오늘 중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여야 합니다.


 9월 28일 화요일부터 10월 1일 금요일 사이에 1학년 10반 시험 감독을 하신 선생님께서는 가까운 선별 진료소를 방문하여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보건교사 저에게(010-1234-5678) 문자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1학년 10반 학생들에게도 문자 메시지를 작성했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방 안을 퍼져 나갔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담임 선생님께 꼭 알려 주세요........'


이크!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안 했다. 문자 메시지를 받고는 입을 쩍 벌리고 있을 L 선생님의 얼굴이 상상됐다. 벌써 학생이나 학부모 민원 전화를 받았으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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