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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Oct 29. 2021

코로나 홀리데이 4


 두 번 정도 신호음이 가고 L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선생님. 문자 메시지 보셨나요?"

 "아뇨. 무슨 일이죠?"


 L 선생님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사이 민원 전화를 받거나 하진 않았나 보다. 하지만 상황을 다시 설명해야 했다.


 "선생님 반에 나수훈 학생이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네요.."

 "세상에, 또요? 선생님. 우리 반 왜 이래요? 지난번에도 우리 반이었잖아요."

 "하하. 그러게요."


 진짜 왜지? 확진자가 여러 번 나오고 있는데 계속 나오는 반만 나오는 것도 신기하다. 보건실에서 지내다 보면 궁합이나 연 같은 게 있나 싶을 때도 있다. 다른 반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유난히 엮이는 학급이 꼭 있다. 쓰러지고, 뼈가 부러지고, 학부모 민원을 받고.. 자꾸 특정 학급 담임 선생님과 엮이는 일이 생기곤 한다.


 L 선생님과는 악연이라도 되는 걸까? 자꾸 L 선생님 반 학생들은 쓰러지고 코로나19에 걸리고....


 L 선생님은 한참을 코로나 이야기를 하고 걱정을 호소했다.


 "그 학생이 이 친구 저 친구 다 만났을 텐데 어쩌죠? 우리 반 애들만 만났을 리가 없어요. 하, 미치겠네!"

 

 내 황금 같은 연휴 시간을 이렇게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휴대폰을 스피커 모드로 변경시켰다. 간단하게 대답을 하며 노트북으로 카카오톡 메신저에 접속했다.


 "아! 그러면 저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세상에. 또 2주 자가격리해야 하나요? 또요? 아, 선생님. 전 그럴 수 없어요."


 카카오톡 메신저 프로그램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며 대답했다.


 "지침이 좀 바뀌어서요. 예방접종 완료자는 검사해보고 음성 나오면 자가격리는 또 안 해요."

 "그럼 전 자가격리할 필요는 없는 건가요? 하! 그나마 낫네요. 또 2주간 집에만 있을 수는 없어요."


 L 선생님은 검사만 음성 나오면 수동 감시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컸다. 지난번 자가격리가 얼마나 괴로웠는지에 대한 하소연을 건성으로 들으며, 눈으로는 카카오톡에서 코로나 대응 단체 톡방을 찾았다. 교감, 우리 부장님, 학년 부장님들, 교무부장님이 속해 있는 단톡방이고 모두 통화가 안 되니 여기에 메시지 남기면 딱이었다.


 "그런데 선생님. 확실한가요? 자가격리 안 해도 되는 거 맞죠?"

 "글쎄요. 자가격리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제가 아니라 보건소여서요. 검사받으시고 보건소의 연락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19로 가장 힘든 점 중 하나. 사람들은 보건소에서 해야 할 결정을 내가 해주길 바란다. 보건소에서 이미 보내온 통보도 내가 바꿔주길 바란다. 도대체 내가 무슨 권한으로? 나는 보건교사일 뿐, 보건소 역학조사팀이 아니므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해도 계속 반복된다.


 이대로 하소연을 들으며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기에 좋은 말로 타이르며 전화를 끊었다. 코로나 대응 단톡방에 상황부터 알려야 한다.


나: 1학년 학생 중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보건소에서는 같은 반 학생, 담임 선생님, 시험 감독관 선생님들 검사 협조 요청해왔고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는 검사하도록 안내 문자 메시지 보냈습니다.

1학년부 부장교사: 시험 감독관 선생님이 누구인지 어떻게 확인하죠?


 그러게나 말입니다. 시험 감독관 명단은 어떻게 확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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