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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Oct 04. 2023

잠깐이라도 예절교육, 할까?


임용된 첫 해, 보건실 내에서 무엇보다 신경 쓰였던 건 인사였다.


학생이 갑작스럽게 문을 벌컥 열어서는 ‘타이레놀이요.’라고 말하면 나는 어김없이 ‘인사 먼저 해야지.’라고 응대했다.


가벼운 눈인사도 없이 무심하게 용건만 내뱉는 태도를 보며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갓 취업한 후배나 동생에게 가장 먼저 하는 조언이 ‘인사 잘해야 한다.’였는데 학생들을 그냥 두다니? 그럴 수 없었다.


1년가량을 그렇게 열심히 인사를 시켰다.


시간이 지나니 이 모든 걸 그만두고 싶어졌다.

끝까지 기싸움하는 데에도 지쳤지만 과연 내가 하는 행동이 맞나 싶은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보건실에서의 예절 교육은 한계가 있다.



내 방식으로는 아이들을 절대 바꿀 수 없다.



짧은 시간 가끔 보는 아이들이다.

해봐야 2~5분 되는 짧은 방문동안 몇 마디 했다고 십몇년간 쌓아온 습관이 바뀌긴 어렵다.


더군다나 내 인사 요청은 아이들에게는 잔소리이다.

애들에게 반발심을 일으키면 일으켰지, 반성이나 각성하게 될 기회를 주지는 못한다.

아이들은 배움을 얻기는커녕 화만 나서 돌아간다.




무엇보다도 보건실에 오는 아이들은 아파서 온다.

이 사실을 간과했다.


아플 때는 내 아픔에만 집중하게 돼 있다. 인사성 밝은 사람도 아플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게 뻔하다.

아픈 와중에 얼른 약이라도 하나 먹으려는데 굳이 인사하냐 마냐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있었을까?




아직도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사람 사이에는 인사부터 해야 된다는 걸 꾸준히 가르치는 게 맞을까?

아님 그럴 수 있지 하고 이해해줘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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