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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Jul 07. 2019

모름지기 인생은 노오오오오오력이다

[무비패스] 영화'수영장으로 간 남자들(2018)’

인정할 건 인정하자. 코미디 영화인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초반에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코미디 영화가 웃기지 않으면, 괜히 보는 사람이 머쓱하고 초조해진다. 


‘나한테만 안 웃긴 건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잠시 한눈을 팔아 어두운 영화관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밝은 표정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은 별로 없는 듯하다. 코미디 영화에 나와야 하는 관객들의 포복절도 웃음소리는 없거나 미비하게 작았다. 큰일이었다. 전혀 상관도 없는 영화인데 웃기지 않을까 봐 엉덩이가 들썩들썩할 만큼 초조했다.


대신 변명을 해보자면, 영화의 주인공들은 안 풀리는 인생을 살고 있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사회에서 다양한 걱정을 지닌 중년 남자들이 모여 수중발레팀을 꾸리고 세계선수권 대회에 도전한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영화의 처음과 마무리를 맡은 핵심 주인공인 베르트랑은 2년 동안 백수로 지내며 우울증을 앓고 있다. 우연히 그가 가입한 수중발레팀의 사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히트곡이 없으며 캠핑카에서 사는 로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수영장 관리인, 사업이 파산 직전인 사장님처럼 한 줄로 요약하기에 미안한 사연 많은 인물들이 뭉쳤으니 우울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다. 그 때문에 초반에 웃기려는 대사나 장면은 그다지 재밌지 않고 오히려 안쓰러워 보였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을 영상으로 미리 보고 싶다면▼

https://kakaotv.daum.net/v/399683910


걱정도 잠시.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 수중발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뻔하지만, 숨을 참지 못해 일상에서 틈틈이 연습하는 모습이나 선수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몸과 실력으로 버둥거리는 노력이 재미있다. 


수중발레팀에는 과거 팀으로 활동하던 두 명의 여성 코치가 있다. 코치들의 개성도 뛰어나서 한 명은 채찍만 드는 호랑이 선생님이고 다른 한 명은 칭찬이 후하고 지친 팀원들에게 시집을 읽어주는 타입이다. 코치는 진지하게 가르치고 팀원들은 진지하고 혹독하게 배우는데, 서로 진지해서 더 웃음이 난다. 코치와 팀원들의 조화가 확실할 때 관객들의 웃음이 빵빵 터진다. 초조해서 들썩이던 엉덩이는 잠잠하고 한참을 웃느라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거린다.


노잼도 유잼으로 바꾸는 마성의 수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살랑살랑 휴가를 즐기려 워터파크에 간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수영장은 네모난 모양이다. 영화는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네모와 원이라는 도형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이미 시각적인 비유로 네모와 원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리고 원 모양 구멍에 네모가 들어가는 일은 불가능하며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영화 속에서 네모는 대체적으로 딱딱하고 부정적인 현실을 표현한다. 그들이 사회에서 무시당하거나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은 네모난 액자에 갇힌 모양이다. 각진 사각형의 모습처럼 그들의 인생과 성격은 모가 난 듯 보인다. 


그들의 변화는 작은 원에서 시작된다. 수영장 관리인으로 일하는 티에리는 티켓 매표소처럼 생긴 사무실에서 세계선수권 대회의 존재를 알게 된다. 팀원들은 작은 사무실 안에 모여 프랑스를 대표해서 대회를 출전하려 한다. 사무실의 모양처럼 네모난 그들의 인생에서도 밖과 대화를 하기 위해 뚫린 작은 원만큼의 희망이 생긴다. 영화의 절정에 이르러 수영장이라는 네모 안에서 그들은 함께 발을 모으고 손을 잡아 큰 원을 만든다. 상징적인 소재를 효과적으로 설명한 오프닝 시퀀스와 각종 배경과 소품들로 연출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수중발레 덕분에 사연 많은 그들의 인생에 활력이 생긴다. 참았던 감정을 표출하기 시작하고, 엉켜버린 관계에 놓인 가족들에게 인정받는다. 가족들은 그들의 노력을 응원하고 따뜻하게 안아준다. 오프닝에서 불가능을 말하던 영화는 웃으며 지나간 사이 어느새 인생에서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도 없다며 마무리된다.



‘인생은 노력이다.’ 영화에선 감동적인 말은 현실 속 누군가가 말하면 귀를 막고 싶을 만큼 듣기 싫은 소리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요즘 젊은 애들은 노력을 안 해.’라고 단정 짓고 끝나는 문구들이다. 사람들이 이런 문구를 불편하게 느끼고 ‘노오오오오력’이라고 풍자해서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말하는 사람의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을 변화시킬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과거의 영광과 경험에 취해 내뱉는 빈 껍데기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상황이나 타인을 함부로 판단해서 모든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돌린다.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수중발레를 하는 건 남자답지 못하다.’ 혹은 ‘수중발레 대신 가족들을 생각해서 일이나 구하는 게 낫다.’며 멋대로 개인의 노력을 평가하고 깎아내린다. 수중발레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존중 없는 충고가 듣는 사람에게 감동은커녕 공감이 될 리 없다.


‘인생이 노력이고 의지’라는 말에 함께 공감하고 긍정적인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오오오오오력’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단어의 초점이 과거가 아닌 현재에 맞춰야 한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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