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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Jul 05. 2019

‘조’ 선생님의 영화로 배우는 진짜 사랑 개론

[영화] 영화 '조 zoe(2018)'

이 글은 시사회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할 수 없다. 솔직히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사랑하면 진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피치 못할 이유로 헤어졌으나 평생 잊지 못하면 진짜 사랑인가? 둘이서는 진짜 사랑이라 외치는데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면, 진짜 사랑일까? 진짜 사랑의 반대가 가짜 사랑이라면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혼자 만의 고민은 아닐 거라 확신한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한 소재이고 오죽하면 노래까지 사랑이 무엇이냐 묻는다.


지금도 사랑을 모르겠는데, 더군다나 이젠 새로운 시대의 사랑이 온다. 영화는 이제 기술의 발전을 상상력으로 풀어내 진짜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Her’이 음성 AI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과 뛰어난 영상미로 큰 인기를 얻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완벽히 사람처럼 보이는 로봇인 그녀가 등장했다. ‘조’이다.


영화 ‘조’는 커플들의 연애 성공률을 예측해주는 연구소에서 일하는 조가 함께 일하는 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시작된다. 콜에게 마음을 고백한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해당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로봇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영화의 예고편이 궁금하다면▼

https://kakaotv.daum.net/v/399349177


사랑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랑에 빠지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자. 앞서 말했듯 세상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누가 물을 돈 주고 사 먹냐고 말하던 시대에서 물을 돈 주고 사는 게 당연한 시대로 바뀌었다. 지하철을 타면, 콩나물이라고 조롱받던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소리를 듣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기술이 발전해서 사람과 다를 게 없는 로봇이 나오는 세상이 된다는 믿음이 유난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쯤엔 ‘인간적’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의 성격, 인격, 감정 따위에 관한. 또는 그런 것’이다. 영화 속 조의 모든 기억은 프로그래밍으로 심어졌다. 또한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임신할 수 없고 그렇게 만들어져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자신의 모든 기억이 가짜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진 조는 콜을 사랑하는 감정도 설계된 게 아닐까 의심한다. 하지만 조는 ‘인간적’인 로봇이다. 모순된 말 같지만, 눈물을 흘릴 수 없어도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프로그래밍된 기억이 모여 그녀의 성격을 만들었다.


조를 비롯한 영화의 로봇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감정이나 교감을 느끼는 존재로 묘사된다. 클럽에서 일하는 로봇이 손님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나 고통스럽게 도와 달라고 외치는 장면, 혹은 조를 돕는 장면은 그들을 단순히 인조적으로 만들어진 가짜가 아님을 증명한다. 오히려 사람들이 명백한 선을 긋고 로봇을 대하는 모습이 잔인해서 안타까울 지경이다.


영화는 조와 로봇친구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인간미를 영상으로도 풀어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촬영되었는데, 몬트리올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잘 섞여있어서 미래적인 도시보다 인간적인 세상으로 보인다.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이 의도한 느낌과 비슷해 선택했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은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조의 모습과 적절히 어울린다. 마찬가지로 의상도 등장인물들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영화 내내 조가 입은 의상 중 큰 검은 땡땡이가 그려진 복고풍 하얀 바지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배경과 의상으로 느껴지는 감독의 의도는 영상미로 완성된다. 감각적인 촬영과 다채롭고 따듯한 색감이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인물들이 어떤 조명 아래 서있는지에 따라 인물들에 얼굴에 비친 색이 달라진다. 고백을 하던 조의 얼굴에 비친 분홍색 네온사인 조명이나 과거를 이야기하는 조의 얼굴에 비친 하얀 햇빛은 잠자던 로맨스 세포도 깨울 만큼 아름답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이 화려한 편집 효과가 정답은 아님을 깨닫게 해 준다. 거기에 몽환적이면서 신비로운 음악으로 화룡점정이다.


가장 좋았던 장면을 따라 그렸습니다

조가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일반적인 사람 사이의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와 콜의 사랑은 결핍에서 시작한다. 콜은 과거 사랑에 상처 받고 일에만 몰두하는 남자이며, 그 일의 목표는 ‘더 나은 관계를 통한 삶의 개선’이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은 서로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더 가까워지고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에 빠진 후 얼마 동안 행복한 일상이 이어진다. 영화 속 모든 인물은 더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고 관계를 맺는다. 분명 행복해지기 위해 시작한 사랑인데, 결핍과 인간적’인 감정은 불안과 걱정을 만든다.


조는 '그를 좋아하는 일도 설계된 걸까? 그는 나를 진짜 사랑하는 걸까? 계속 내 곁에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반면 콜도 ‘진짜 그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사랑하는가?’라고 고민에 빠진다.


어느 순간 느껴지는 서로의 차이에 사랑을 의심하고 몰아세우며 겁을 낸다. 두 사람에겐 서로의 차이가 로봇과 인간이라는 태생의 문제이다. 조는 사람 같아 평소에는 몰랐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그녀의 장기가 드러나자 확연히 깨닫게 된다. 차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두고 두 사람은 여타의 연인들처럼 멀어지고. 서로를 잊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강렬한 짧은 사랑을 찾기도 한다. 물론 소용없는 일이다. 새로운 시대의 사랑에서도 우리가 생각할 문제는 궁극적으로 같다고 생각한다.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 어떻게 한 사람을 진짜 사랑할 수 있을까?


친구에게 말한다면 과거 버디버디나 싸이월드 문구로 사용할 만큼 오글거린다고 놀릴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혼자 방에 앉아 생각하려니 청승맞게 보이지만, 오늘만큼은 사랑을 모르는 애송이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자세로 질문한다.


“그래서 진짜 사랑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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