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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Jun 29. 2019

당신이 선택한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무비패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2018)'

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무계획 여행, 운명 같은 사랑, 죽음 앞 극적인 생존, 갑자기 생긴 큰 액수의 돈, 친절하고 따뜻한 친구, 뛰어난 언변술과 위기 대처능력. 이 모든 게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에 전부 있다. 영화 내용이 사람들이 꿈꾸는 로망의 집결판이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인도에서 살던 파텔이 부모님의 이야기를 찾아 100유로짜리 위조지폐를 들고 무작정 파리로 떠나는 내용의 영화이다. 파리로 간 파텔은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가구매장에 가게 되고 우연한 사건이 이어져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로마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한다.

 

생생한 여행의 예고편이 궁금하다면▼

https://kakaotv.daum.net/v/399750110


영화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 개연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이상하게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내내 웃음이 나오고 정이 간다.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서는 흐름상 완벽한 개연성으로 보일 지경이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의 개연성을 만드는 요소는 여행의 우연성이다.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여행이 계획대로 완벽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안다. 오히려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한 사람을 만나 우연한 사건이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여행이기 때문에’라는 말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이나 각종 믿기지 않는 사건들을 모조리 납득시킨다. 특히 관광지의 명소나 각 나라의 특색은 우연성을 자연스럽게 포장하는 장치가 된다.


얼핏 보면 영웅 설화의 요소가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 대입하면 인도인 어머니와 그녀를 열렬히 사랑했으나 만날 수 없었던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기이한 출생 혹은 고귀한 혈통) 거리에서 마술공연을 할 정도로 말솜씨와 순발력이 뛰어났고( 2-비범한 능력) 어려서 가난을 겪었으나 (어려서 고난) 여행 중 로마에 온 여배우를 만나 돈을 구하게 된다.(4-조력자 만남) 스포일러를 세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생략하지만 성장 후 위기, 위기 극복, 위대한 업적을 달성 등 다른 요소들도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아니지만 주인공이 알을 깨고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평범한 영웅인 그의 모습에 개연성은 상관없다.


또한 전반적으로 포진된 재치 있는 장면과 대사가 비현실적인 내용을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가장 많이 활용한 방법은 노래와 춤이다. 뮤지컬처럼 구성되어 역할들이 대사를 노래로 부르거나 무대에서 격렬한 춤을 춘다. 사진 속 인물이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나 붕 떠있는 기분을 주인공의 몸이 공중 부양하는 모습을 표현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재미요소들은 영화 속 슬픈 현실이나 주인공의 좌절을 마냥 우울하지 않게 보여준다. 영화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 원작 소설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적다고 들었는데, 영화화되며 추가된 요소들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가장 큰 개연성은 주인공 파텔이 만든다.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인물에 대한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서 파텔을 이해하고 그의 행동을 합리화시킨다.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만드는 거라는 어머니의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위조지폐 100유로만 들고 무작정 파리로 떠나는 무모한 용기를 지닌 인물이자 갇혀도 잠긴 문고리를 끊임없이 당기는 그의 긍정적인 태도에 그를 응원하게 된다. 게다가 선한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길 바라게 만든다. 관객들의 집중을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가 아닌 어떤 마음으로 사건과 사건에 연관된 사람을 받아들이는지로 옮긴다.


영화는 영화다. 관객들은 파텔이 될 수 없다. 파텔처럼 될 확률은 갑자기 버스정류장에 옆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 재벌이고, 재벌이 오늘따라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건물을 선물할 경우와 비슷하다. 영화는 파텔이 인도 아이들에게 자신의 여행담을 말해주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파텔 본인도 중요한 부분은 사실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여행 같은 영화가 끝나고 휴가를 마치고 현실에 돌아온 우울함이나 영화와 현실의 괴리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구 상 어딘가 존재할 가구매장에 가고 싶다는 꿈과 희망 정도는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할 수 없는 나라로 떨어질 정도로 용기의 크기를 미리 키워도 되지 않을까? 당신이 선택한 이케아 옷장이 개연성 없는 특별난 여행의 시작으로 당신을 이끌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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