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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Jun 15. 2019

영화 ‘갤버스턴’의 제목이 갤버스턴인 이유를 추측해보자

[무비패스] 영화 '갤버스턴(2018)'

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영화 제목이 뭐라고?”


몇 번을 들어도 갤버스턴이라는 영화의 제목이 낯설고 외우기 어려웠다. 덕분에 갤버스턴이 미국의 도시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이란 큰 땅에서 익히 들어본 도시들 대신에 갤버스턴이라니. 도대체 거기가 어떤 도시이고 어떤 의미가 있길래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된 걸까? 


텍사스에 위치한 갤버스턴은 1800년대 항구도시로 크게 발전했다. 그 시기 발전하는 텍사스에서, 갤버스턴은 대부분의 ‘최초’를 이룬 도시였다. 최초의 우체국, 최초의 오페라하우스, 최초의 병원 등이 생겨났다. 그러나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이 찾아온다. 1900년에 카테고리 4에 속하는 태풍이 갤버스턴을 강타했다. 자연재해로 인해 6000명 이상이 죽고 도시의 1/3이 파괴되었다. 이후로 여러 차례 태풍이 있었으며 예전의 부흥은 되찾지 못했으나 해변을 관광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제야 영화 제목이 ‘갤버스턴’인 이유를 어렴풋이 알 듯하다.


영화 ‘갤버스턴’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로이가 우연한 사건으로 록키라는 소녀와 도망자 신세가 되어 어느 모텔에서 머물게 된다. 그리고 록키의 집에서 데려온 그녀의 여동생 티파니까지 세 사람이 되어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내용이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이 폭풍전야와 폭풍을 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만나는 인물과 상황에 따라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모텔에는 로이에게 마약 범죄를 제안하는 남자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여도 티파니를 걱정하는 모텔 주인아주머니와 록키 대신 티파니를 챙겨주는 모텔 사람들도 있다. 영화 속 악인들과 대면하는 장면이나 주인공들이 각자의 상처를 마주하는 장면이 폭풍이라면 모텔 사람들과 모텔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휴식을 즐기는 장면은 폭풍 전야다.


대표적으로 로이가 록키와 티파니를 책임지기로 결심하고 록키와 둘이 나간 외출 장면은 아름다워서 보는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록키가 입은 빨간 드레스는 유독 잘 어울렸고 함께 춤추는 그들의 표정은 희망을 가득 차고 행복했다. 마치 거대한 태풍이 휘몰아치기 전 번성했던 갤버스턴을 떠올리게 한다. 예측할 수 없는 태풍의 그림자가 그들에게 드리워 있었다. 


시사회에서  명대사 투표 후 받은 엽서


영화는 상반된 스토리를 담아내는 표현력이 뛰어났다. 어느 한 부분 지루하지도 급하지도 않게 완급조절을 한다. 로이와 록키가 만나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나 공장에서 탈출하는 로이를 따라가는 장면에서 보여준 카메라의 움직임은 긴장감과 집중력을 높인다. 그에 반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이 앉아있는 로이에게서 초점 없이 멀어지는 장면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로이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장면은 진득하게 인물의 감정을 느끼도록 돕는다.


전체적인 영화의 소리도 훌륭했다. 일단 폭풍과 폭풍전야가 반복되는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처럼 평화롭고 잔잔한 컨트리 음악과 사이렌 소리, 총소리, 기계음 같은 이명이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불길한 노래가 대비되어 잘 사용되었다. 효과적으로 사용된 영화의 소리가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이 티파니라면 어떨까?’ 생각했다. 주인공을 비롯해 주변 상황이 태풍에 휩싸일 때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귀엽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절한 모텔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물론 그녀에게도 버려졌다는 상처가 있었으나, 그래픽 디자인을 직업으로 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러니 로이와 록키가 간절하게 끝까지 지키고 싶던 그녀가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과거의 태풍을 벗어난 행복한 결말도 가능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Galveston.com https://www.galveston.com/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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