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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Jul 24. 2019

아직도 세상은 넓고 여전히 새로운 배움이 넘친다

[무비패스] 영화 '알랭 뒤카스 : 위대한 여정(2017)’

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영화가 끝나자 객석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취향 차이가 분명하게 나뉠 영화라고 짐작은 했으나 머쓱할 정도로 잔인한 평가가 귀에 들렸다. ‘알랭 뒤카스 : 위대한 여정’은 성공한 셰프이자 식당 경영인인 알랭 뒤카스가 베르사유 궁전에 새로운 식당을 여는 과정과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음식을 연구하는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여행이나 요리라는 보편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눈물 쏙 빼는 한 방이 없는 전개와 그를 표현하는 연출까지 호불호가 나뉜다.


알랭 뒤카스의 위대한 여정 맛보기▼

https://kakaotv.daum.net/v/400410297


거기에 더해서 영화는 마치 알랭 뒤카스를 위인전 속 인물처럼 다룬다. 그의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당연히 안다는 듯 적어둔 제목과 ‘위대한 여정’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이다. 영화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포스터에는 하얀 요리사복을 입은 그의 얼굴이 커다랗게 들어가 경건한 분위기다.


영화에서도 그의 위대함을 강조한다. 시작 부분에서 그는 프랑스를 찾아온 각국의 대사들에게 만찬을 대접하고 음식으로 하는 외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카메라는 분주한 그를 쫓으며 인터뷰를 하고 유명한 대사들 사이에서도 그에게 집중한다. 배경음악도 굉장히 웅장하고 장대해서 보고 있는 영화가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등장하는 줄 알았다. 수미상관의 원칙에 따라 ‘요리로 세계를 바꾸려고 한다.’라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되니 그를 모르던 사람들도 영화가 끝날 즈음엔 그의 업적을 나열할 수 있다.


본래 알랭 뒤카스가 관객들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과 거리가 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비행기의 좋은 좌석에 탑승하는 그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다. 심지어 그는 평가자의 입장이다. 직접 요리하는 장면은 단 한 번 나오고 다른 요리사들이 만든 음식을 먹거나 운영을 위해 식재료를 맛보는 게 전부다. 고고한 미식의 반복에 관심은 떨어지고 공감대가 없는 인물의 평가에 지루해진다.


그래서 영화는 연출로 지루함을 벗어나려 노력한다. 일단 컷이 빠르게 전환된다. 예를 들어 인물의 대사가 30초라면, 10초는 인물을 어깨까지 찍은 장면이 나오고, 5초는 얼굴을 크게 찍은 모습, 나머지는 인물이 만든 음식 등을 찍는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앵글과 빠른 전환은 화면에 집중하게 도와준다. 특정한 사물을 걸쳐서 찍거나 화면을 겹쳐서 보여주는 등 지형지물을 적절히 활용한다. 단조로움을 탈피하고자 유리창이나 오토바이 백미러에 비친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했던 알랭 뒤카스의 아테네 식당 소개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그의 모습에서 연결된다. 비행기에서 보는 구름 가득한 푸른 하늘과 식당에서 요리하는 셰프를 겹쳐서 투명하게 표현한다. 반대로 화면이 단조롭고 상영시간이 더 길었다면, 관객들은 지쳐서 꿈나라행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알랭 뒤카스는 영화와 멀어지게 하는 진입장벽이면서,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레스토랑의 성공에 대해 언급하며 화려한 효과가 아닌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가진 부나 성공 등의 효과는 눈에 잘 드러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본질이 없이는 크고 빛나는 효과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충분히 변할 수 있다. 그의 효과를 유지하는 본질은 무엇일까?


알랭 뒤카스가 오랜 세월 지켜온 본질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우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고 백발이 지긋한 나이에도 생애 처음 먹는 맛이 있다며 놀라워한다. 식재료에 대해 작은 부분에도 호기심을 갖고 생산자의 말에 따라 맛보고 음미한다. 배우려는 열정은 비 내리는 날씨에도 웃으며 카카오를 수확하고 철갑상어의 해체 과정을 꼼꼼하게 면밀히 살핀다. 영화의 중반부를 지나면 알 수 있다. 분명히 과거의 성공,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는 화려하다. 하지만 알랭 뒤카스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늘 도전하고 배우는 그저 성실한 사람이다.

태도가 행동으로 나오고 성공이라는 효과가 된다. 채식으로 메뉴를 구성하고 지역에 따라 특성을 살려 레스토랑의 음식을 바꾼다. 베르사유 궁전에 레스토랑을 열기 위해서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울려 훌륭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음식과 식기, 유니폼을 고민한다. 33살에 첫 미쉐린 받고 무수한 식당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효과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모험의 기회가 된다. 영화의 내레이션을 인용해 말하면 '그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알랭 뒤카스의 배움은 그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배움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아는 사람이기에 마닐라에 학교를 짓고 아이들이 요리에 대한 공부를 하도록 돕는다. 물질적인 지원과 함께 제공된 교육의 기회는 더 나은 미래와 희망을 꿈꾸게 만든다.

취향 차이가 분명할 영화다. 취향이 아닌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 않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성공한 셰프의 여정을 담은 내용, 빠른 연출이 당신의 취향이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새로운 배움이 필요하거나 시도 중인 사람이라면 보기를 추천한다. 결정적인 한 방 없이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당신을 둘러싼 효과를 걷어내고 도전해보자.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배움엔 끝이 없다. 당신은 뭐든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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