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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Aug 07. 2019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해주시겠습니까?

[무비패스] 영화 '김복동(2019)'

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이토록 스스로가 지긋지긋하게 싫었던 적이 있었을까?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제대로 된 미소 한 번 지을 수 없었다. 가해자에게 분노했고 그들의 아픔에 무심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동안 어렴풋이 짐작했으나 자세히 알지 못한 사실들에 찔려 마음에 온통 상처가 났다. 원래 영화관에서 우는 걸 싫어해서 참으려고 노력해도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영화 ‘김복동’은 1992년에 위안부 피해자로 증언한 김복동 할머니가 27년간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보고 리뷰를 작성했지만, 화면이나 편집 등에 대한 언급을 하고 싶지 않다. 이 글은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헌사이자 스스로의 참회이다.


영화 ‘김복동’ 예고편▼

https://kakaotv.daum.net/v/400962595


영화는 할머니의 27년 중 고르고 골라 꼭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소개한다. 덕분에 러닝타임 101분에 할머니와 상황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이슈들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할머니가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게 무엇인지, 진정으로 피해자들이 나아가고자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14살이던 할머니는 일본군에게 속아 위안부로 끌려가게 되고 8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992년 첫 증언 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으로 인해 부산으로 내려가 평범한 삶을 살아보려고 하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슴에 품은 한은 사라지지 않았고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사과를 받기 위해 굳은 결심으로 서울에 올라오셨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세계를 누비며 피해자로서 증언하셨고 수요집회에도 참석해 대표로 발언하시기도 했다. 영화엔 적지 않은 연세로 해외를 오가시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어하시는 모습과 함께 일본의 잘못을 국제 사회에 당당히 외치는 장면이 이어져서 나온다. 마지막 부분엔 암투병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도 끝까지 직접 수요집회에 나가려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영화에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꺼내 많은 이들 앞에서 말하는 할머니의 아픔을 상상조차 할 수 없어 가슴이 미어졌다. 개인적인 아픔이나 체력적인 한계를 견디고 일생을 걸 만큼 피해자들에겐 진심 어린 사과가 절실히 필요했다. 제대로 된 사실을 전 세계가 아는 일이 중요했다.


과거에 대한 사과를 외침과 동시에 할머니의 이야기는 항상 미래를 향해 있었다. 일본의 잘못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동시에 앞으로의 세대에겐 당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정확한 역사 교육을 요구하셨다. 일본 내 위안부 관련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본 대학생들을 찾아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하자 재산을 기부해 더 나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시위를 하는 대학생 손을 잡아주며 되려 그들의 안전과 미래를 걱정하시는 분이었다. 과거를 바로잡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던 할머니의 사명감을 어찌 영화로, 글로 다 담을 수 있을까 싶다. 


시사회에서 나눠주신 팔찌와 거기에 적힌 문구가 기억에 남아 그렸습니다


영화는 끝나며 내레이션으로 말을 건넨다.

“그녀를 기억해주시겠습니까?”


이젠 눈물 대신 다른 방식으로 김복동 할머니와 모든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고 싶다. 역사와 그들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일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렴풋이 알지 않고, 마음으로만 함께 느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또렷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로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마음속으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잊지 않겠다고. 꼭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영화와 할머니에 대해 검색하던 중 잘 정리된 영상이 있어서 함께 첨부합니다.

(자료출처 : 스브스 뉴스, ”27년간 일본과 싸웠다, 故 김복동 할머님의 삶”, 2019.08.02)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38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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