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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Sep 21. 2018

당신은 어른인가요? 겁쟁이인가요?

영화 '플립'

좋아하는 영화는 많다. 좋아한다고 전부 인생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인생영화란 여러 번 봐야 한다. 이미 아는 내용도 질리지 않고 아끼는 장면은 보고 또 봐도 명장면이다. 대사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고 싶지만, 기억력의 한계로 번번이 실패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되어야 인생영화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필자에게 플립은 인생영화다. 2017년 한국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었다. 결국 소장용으로 영화를 구매해 수없이 봤다. 심심할 때, 위로가 필요할 때, 편하게 볼 영화가 필요할 때, 마음에 드는 영화가 없을 때,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영화를 추천해야 할 때.  2022년까지 영화를 소장할 수 있는데 몇 번을 더 볼 지 가늠할 수 없다.


플립은 13살 줄리와 브라이스의 귀여운 로맨스를 다룬 영화이다. 7살이던 줄리는 앞 집에 이사 온 브라이스에게 첫눈에 반하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6년 동안 이어지는 그녀의 사랑을 브라이스는 받아 줄까? 한 마디로 어린 시절 사진 앨범 속 손 잡고 있던 꼬마 친구가 잘 사는지 궁금한 첫사랑 영화다.


사실 로맨스 영화는 누구의 시점으로 어디까지 보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같은 세상도 사랑이란 필터로 보면 천차만별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립은 참 공평하다. 둘이 만나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생각을 두 주인공의 입장에서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이러한 구성에 대해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생길 수 있다. 한 명의 주인공의 시점에서 본다면 관객은 주인공처럼 상대방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마음일지 호기심을 가진다. 개인적으 번갈아 보여주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줄리가 브라이스의 냄새를 맡는 부분에서는 웃음을 유발했고, 주요 사건에 대한 양측 입장에 모두 공감할 수 있었다.


뇌피셜이지만, 감독이 주인공들의 입장 차이와 감정선의 변화를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 것 같다. 제목인 ‘flipped’은 원래 ‘뒤집히다’, ‘젖히다’라는 뜻이다.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주인공의 시점이 변할 때 화면이 뒤집히듯 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추측해본다.


하지만 영화의 이런 구성들이 플립을 여러 번 볼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인생영화로 바꾼 한 끝 차이는 주인공 줄리에게 있다. 그녀는 똑똑한 머리와 옳다고 믿는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가졌다. 게다가 사람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니 반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그녀의 성격은 사람들이 돌연변이라 부르는 나무를 소중히 대하는 자세와 계란에서 생명을 느끼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상 속 사물의 가치를 알아보는 줄리를 보니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의 과거도 줄리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운동회 날,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보면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집으로 데려와 상자로 집을 만들고 모이를 줬다. 빌라에서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병아리는 마당이 있는 고모댁으로 갔고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꽃이 반지가 되고 비 오는 날 달팽이가 친구가 되는 순간이 우리의 어린 시절에 분명히 존재했다.


자라면서 몇몇 어른들은 우리의 가치를 함부로 평가하고 비난했다. 믿고 있던 소중한 가치가 그들에게 돈도 안되고 뜬구름 잡는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의 말을 들으며 ‘어른들은 대체 왜 저렇게 말하지?’ 의아했다. 이제는 그들을 적당히 이해하고 짠하게 느끼기도 한다. 타인을 업신여기고 상처 주는 말을 내뱉는 브라이스의 아빠를 볼 때처럼. 그리고 가끔은 우리조차 중요했던 가치를 모른 척 넘어간다.


어른이 된 걸까? 아님 겁쟁이가 된 걸까?

풋풋한 첫사랑을 담은 플립을 보면, 늘 마음 한 편이 씁쓸하다.

플립을 계속 보는 이유는 내 안에 줄리를 찾으려는 노력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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